전문 에디터의 사과 담화문 첨삭
2024년 12월 7일 오전 10시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지난 3일부터 4일 새벽 사이 벌어진 불법 계엄령과 관련해 사과 입장문을 밝히는 자리였다.
사과문은 사과문이라 부를 수 없을 정도로 내용이 부실했다. 헌법을 수호할 의지가 있는 대통령이라면 이렇게 사과했을 것이다.
이하 대국민 담화문 원문을 첨삭 코멘트한다. 원문은 세로줄을 넣어 처리하고, 코멘트는 불릿으로 처리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12월 3일 밤 11시를 기해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약 2시간 후 12월 4일 오전 1시경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에 따라 군의 철수를 지시하고 심야 국무회의를 거쳐 계엄을 해제하였습니다.
존경하지 않는 것이 명백히 나타났지만 으레하는 인사치레이므로 그대로 둔다.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국정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의 절박함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들께 불안과 불편을 끼쳐 드렸습니다.
국민들께 불안과 불편을 끼친 정도에 사과하는 것으로 그치면 안 된다. 헌법을 수호할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기본권을 단번에 침해한 점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 국정 운영이 절박하다고 (백번 양보) 하더라도, 그것은 정치로 풀어야 할 문제이지 언론·출판의 자유를 박탈하고 국민의 손으로 뽑은 국회의원의 국회 진입을 막아서는 것은 명백한 기본권 침해다.
이렇게 말해야 한다. “저는 비상계엄 선포로 이 나라의 근간이 되는 헌법을 위배하고, 헌법이 보장한 국민 여러분의 기본권을 침해하였습니다.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습니다.”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많이 놀라셨을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저는 이번 계엄 선포와 관련하여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습니다.
국민은 많이 놀라기만 하지 않았다. 놀라고, 분노하고, 황망했으며, 수치스러웠다. 이는 송구스럽다는 말로는 사과의 말을 전할 수 없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법적, 정치적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말할 필요도 없다. 바로 대통령직을 내려놓겠다는 선언이 이어져야 한다.
이렇게 말해야 한다. “매우 비통한 심정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심정을 이루 헤아릴 수 없지만, 분노하고 황망하셨을 국민 여러분께 고개를 숙이겠습니다. 저는 이번 계엄 선포와 관련하여 책임을 지고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또다시 계엄을 발동할 것이라는 얘기들이 있습니다마는 분명하게 말씀드립니다. 제2의 계엄과 같은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이건 염치가 0.01%라도 남아 있는 사람이라면 다시는 하면 안 되는 일이다. 적절하게 잘 넣은 문장이다.
국민 여러분, 저의 임기 문제를 포함하여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습니다.
제일 비겁한 문장이다. 자신이 저지른 일을 스스로 책임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즉각 하야를 하는 등 대책을 제대로 내놓아야 했는데, 똥은 대통령이 싸놓고 뒤처리는 국민의힘이 하라고 한다. 또한 현재 정국 안정 방안을 논의할 주체는 국민의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과 개혁신당 등 야6당도 있다. 이 상황에서도 국민의힘만 찾는, 자신의 편이 아닌 정치 집단은 배제하는 속내가 그대로 드러난다. 박근혜도 탄핵 정국 당시 정국을 ‘국회’에 일임했다.
쓰지 말았어야 할 문장이다.
향후 국정 운영은 우리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 나가겠습니다.
국민의힘과 정부도 신뢰를 잃은 상황에 어떻게 책임지고 국정을 운영해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렇게 말했으면 어떨까 싶다. “염치없지만 국회에 마지막으로 부탁합니다. (이하 부탁 내용.) 계엄령 국무회의에 참여한 국무위원은 모두 직무를 중단해주십시오. 각 부처 차관이 차기 대통령 선거가 이뤄질 때까지 정부 부처를 최대한 안정화하여 외교 및 경제 피해가 최소화할 수 있도록 소임을 다해주기를 바랍니다.”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이 부분은 앞서 언급했지만 국민은 ‘심려’ 수준에 그치지 않았다. 황망하고 분노했을,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염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담화문이다.
탄핵이 답이다. 임기 단축 개헌 같은 건 사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