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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시간 십분을 달리다

by 김열무호두

10월 한달간 수영장이 공사 관계로 폐관했다가 11월에 다시 열었기 때문에 11월 들어서는 수영을 주 6일을 갔다.

그래서 달리기는 좀 띄엄띄엄 뛰었다.


지난주 일요일에 두 시간을 달리고, 수요일에는 사십분쯤 달린 뒤 수영장에 갔고, 오늘은 일요일이라 수영장을 하지 않으니 두시간 좀 넘게 달려보았다.


날씨는 이맘때 치고 포근했고, 천천히 달리니 즐거웠다. 머릿속으로 생각이 스쳐갔다.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거나, 좀 있다 뭘 먹을지를 생각하거나 하다가 떨어지는 낙엽이 참 아름답다고 느끼거나.


부유하는 생각들 사이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폰없이, 음악도 없이 달리기 때문에 순전히 두 시간을 스마트폰 프리 상태로 달리게 된다. 폰 속의 무언가를 읽지 않고, 듣거나 보지 않는 고요한 상태. 하지만 생각은 시끄럽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미래를 상상하느라 바쁘다. 그러다 몸의 상태에 집중하고, 총천연색 나무에 감탄한다. 그리고 그것도 없는 고요를 만끽한다. 달리는 시간은 외부와 연결되어 있지 않은 사유의 시간이다. 그러나 찰나의 고요가 끝나면 도리어 감각은 외부를 향해 열리게 되는 것 같다.


트랙 안쪽 인조잔디구장에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축구 선수들이 코치에게 그룹 레슨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코치는 학생들보다 훨씬 몸집이 작은 여자였다. 머리가 짧지만 다시 봐도 분명 여자다. 하지만 끊임없이 학생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독려하고 야단도 치고 있었다. 여자 축구팀이었을까? 아니면 전 국가대표? 상상의 나래를 혼자 펼쳐보지만 그것도 일상적인 풍경이다. 내가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어서 그렇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철봉에 잠깐 매달려있는데, 초딩 아들과 젊은 아버지가 철봉으로 다가왔다. 아들에게 풀업을 가르쳐주는 아빠. 가슴을 내밀고, 가슴을 철봉에 닿는다고 생각하고 몸을 올리는 거야. 젊은 아빠 말대로 나도 따라해보는데 절대 쉽지 않다. 조금 매달려있다가 내려와서 계단을 오르는데 젊은 아빠가 아들에게 능숙하게 시범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이도 언젠가는 풀업을 하게 될 것이다.


금요일에는 수영강습에서 다이빙 스타트 연습 겸 접영 50미터를 5번했다. 25미터 레인 두개를 터서 갔다가 오는데 도착하니 선상님이 엄지척을 해주었다. 왜 때문에 엄지척을 하신거죠? 왜인지 모르지만 칭찬 받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나는 접영을 잘 하진 못하지만 영법중에 접영을 제일 좋아한다. 자유수영때도 마지막에 사람들이 좀 빠지면 접영을 하는데, 그제서야 몸이 좀 풀린다는 느낌을 받는다. 사실 접영이 다른 영법보다 힘이 덜든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는데, 그건 25미터만 갔기 때문이었고 50미터를 하면 힘들긴 힘들다. 그러나 레인 두개를 터서 50미터를 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기 때문에 하고 나니 참으로 즐거운 것이다. 고통과 즐거움의 관계는 불가분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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