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배려석이 따로 없어도 되는 사회를 꿈꾸며
두근두근. 오늘도 들어오는 지하철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린다.
역시나, 임산부석에는 한 아주머니가 앉아 계셨다. 두 눈을 꾹 감은 채로. 그 단호해 보이는 자세를 보니 묵직한 피로감이 전해져 왔다. 쉬고 계시는구나.
이젠 그러려니-하고 그 앞에 섰다(어느덧 익숙해져 버렸다).
자리에 앉아 자꾸만 붓는 발도 좀 꼼지락거려 보고, 책을 읽고 싶었는데, 아쉽다.
그런데 갑자기 그 아주머니 옆자리에 앉아 있던 젊은 여성분이 일어나더니 내 팔 쪽을 톡톡 쳤다.
여기에 앉으세요.
ㅌ
내릴 데가 되어 일어나면서 알려주시는 줄 알고 감사합니다, 하며 냉큼 앉았다. 휴- 살았다.
그런데 이분, 내리지를 않는다. 정말 나를 콕! 집어 양보해주셨던 것. 너무 감동해서 순간 정말 울컥했다.
지금껏 자리에 앉아 휴대폰을 하거나, 잠을 자고 있던 사람들에게 내가, 임신한 나라는 존재가 외면당하고 있다고, 거절당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걸까. 그래서 이 호의가 나를, 그리고 우리 아이를 환영하는 것으로 느껴졌다면 과장일까.
그리고 다섯 번쯤 거절당해도 단 한 번이라도 환영받는다면, 그걸로 또 스르르 녹아버리는 마음이라는 건 대체 뭘까.
양보받은 자리에 앉아 책을 읽기에도, 눈 감고 자는 것도 왠지 마음이 편치 않아서 핸드폰으로 이 글을 썼다. 나 대신 서서 가는 그 여자분에게 감사한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았다. (복 받으실 거예요!)
그리고 웃기게도 임신한 여자, 아마도 임신했었을 여자, 그리고 앞으로 임신할 수도 있을 여자 셋 모두 같은 정거장에서 내렸다.
이전 글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폭발하는 조회수에 비해 댓글과 공유가 없다시피 한 이유는 그 글에 대해 여러분이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일까요? 그저 제목에 '낚였다'고 생각하고 흘러가 버린 걸까요? 궁금합니다.
임신을 하고 나니 자연스레 세상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방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이따금 공유해보려 합니다. 제 글을 읽으신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시는지 알려주신다면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많은 공감과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