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아욱은 제 새끼만 준다
며칠 전 엄마가 아욱국을 끓여다 주셨다.
멸치가 똑 떨어져 미처 육수를 내지 못해 맛이 아쉽다 하셨지만, 보들보들하고 고소하니 맛있어 밥 한 그릇을 말아 술술 잘도 먹었다. 엄마는 '맛있지?' 하더니 '그래서 가을 아욱국은 문 닫아걸고 먹는다'는 말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 말이 재미나서 기억해두었다가 오늘 다시 찾아보니 비슷한 표현이 나온다.
- 가을 아욱국은 자기 계집도 쫓아내고 먹는다
- 가을 아욱국은 (막내) 사위만 준다
아욱은 맛있고 여자는 서럽네. 십중팔구 끓이기는 여자가 끓였을 텐데.
오늘은 나도 아욱을 손질했다. 이유식을 하기 위해서다.
조리하지 않은 아욱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던 내가 처음으로 아욱을 사서 손질해 보았다.
바락바락 빨래 빨듯 씻어야 특유의 냄새나 미끄덩 거리는 식감이 없어진다 하여 굵은소금을 넣고 한참을 조물거렸다. 손이 시렸지만 뽀얀 녹색 물이 나오면서 점점 매끈매끈해지는 촉감이 나쁘지 않았다. 바락바락, 말도 행위도 뭔가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이다. 아욱을 데친 부엌에서는 고소한 냄새가 났다. 아, 고소한 맛이 된장 때문만은 아니었구나. 새삼 깨닫는다.
가을 아욱은 제 새끼만 준다. 차라리 이런 말이 그나마 낫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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