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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추속 천둥 Dec 26. 2018

[아빠의 기억 13] 크리스마스의 연탄배달 봉사  

아빠와 아이가 나이 들면 기억이 옅어질 것이다. 그 기억들을 기억한다.

경험하지 못한 것을 함께 하고 싶었다.

아홉살의 크리스마스에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연탄배달 봉사가 생각나서 연탄은행을 들어가 보았다.

마침 성탄절 연탄배달 봉사 계획이 있었지만 이미 완료가 된 상태.

10여년간 회사에서 봉사활동을 해오면서 알게된 지인을 통해서 현장 참여 여부를 확인하고 일단 출동.



나만 참여한다면 어떤 궂은 날씨라도 상관은 없지만 아이와 함께 가야 한다는 부담때문에 일주일전부터 눈이 오지는 않으려나 날씨가 춥지는 않을지 계속 모니터링을 했다.

다행히 눈과 강추위는 피해갔다.



봉사를 가기 며칠전부터 지난 몇년간 모았던 동전 3만원어치에 아빠돈 7만원을 보태 10만원을 연탄후원금으로 입금하고 연탄을 때는 사람들은 누구이며 그들을 왜 도와야하며 함께 다불어 살아야 한다는 여러 이야기들을 해주며 연탄 배달에 대한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매년 아빠가 연탄봉사 하는 모습을 자연스레 봐왔기 때문에 거부감은 전혀 없었다.



중계동 어느 마을 어귀에서 사람들을 기다리면서도 언제 배달 가냐고 몇번이나 물어왔다.

어느 정도 사람들이 모이고나서 배달을 시작하는 언덕위 마을로 올라가는 내내 발걸음은 가볍다.

배달을 손으로 하는지 지게로 하는지에 대한 상상조차 하지 않았을것이고 그 생각까진 하지 못했던 듯하다.



현장에 15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각 조별 조끼를 입고 10시즈음 부터 봉사가 시작됐다.

줄 지어 놓여져 있던 지게를 가르키며 아이에게

‘저걸 짊어지고 뒤에 연탄을 올려서 배달을 할거야’

‘나도 지게를 메요?’

‘응 당연하지’

적잖게 당황하는 얼굴을 살짝 읽었다.



고민할 틈 없이 여성들이 메는 지게를 덥석 집어들어서 아이의 어깨에 걸어주었다.

지게의 무게에 짧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이내 총총 걸음으로 무리를 따라서 연탄이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연탄집하장에서 몇분이 지게에 연탄을 올려주고 있다.

내 등에는 8장을 올리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아이를 챙길 일이 있을지도 몰라서 6장만 등에 이고 아이의 지게에는 한개의 연탄을 올려주었다.



집하장에서 배달을 해드려야 하는 동네 어르신들의 집까지는 대략 3,400여 미터.

허리를 곧바르게 하면 연탄이 떨어져버리니 약간은 등을 숙이고 걸어야 한다.

내리막이 심한 계단에서는 아이의 지게에 살짝 손을 올려서 위험상황에 대비해야하고 내 등의 연탄에도 신경을 쓰야하는 상황.

그러하다보니 속도를 낼수도 없는 상황이고 다른 사람보다 2/3 정도의 속도로 그 정도의 연탄을 배달 한 것 같아서 다른 분들에게는 다소 미안함이 있었다.

대략 1시간 40여분간 10번 정도의 왕복을 한 것 같다.

봉사가 끝나고 집합장소에 오뎅이 기다리고 있다는 말에 밝아지는 얼굴 표정을 잊을 수가 없었다.



연탄무게 3.65kg.

1년 365일, 사람의 체온 36.5도.

사람의 체온을 따뜻하게 해주는 연탄의 무게도 3.65kg.

무엇인가 연결고리가 있는 듯한 우연이다.

그 따뜻함을 아이가 느껴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작한 연탄배달봉사.

지금은 느끼지 못해도 나이가 들면서 오늘의 그 느낌이 스스로의 행복으로 남겨져 있음을 알게 되겠지.



저녁을 먹으며 물어 보았다.

‘내년에도 연탄배달 갈래?’

‘.......’

열심히 밥만 먹더구나.



그래 내년 이맘때 다시 물으면 그때는 또 가자고 할 것이란 걸 아빠는 확신한다.

”크리스마스의 산타는 바로 오늘 너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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