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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10줄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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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리나 Sep 03. 2022

[10줄 문학] 모럴 서포트

2022년 8월 29일 ~ 9월 2일

1. 조언 뷔페


MZ세대들에게 조언과 잔소리의 차이를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한다고 한다.


'내가 먼저 구하면 조언이고, 요청도 안했는데 상대 쪽에서 쏟아내는 거는 잔소리'라고.


중간에 딱 끼인 세대로서, 조언을 많이 들어보기도 하고 스스로 해주기도 하면서 느끼는 것이 있다.


성공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방법이 맞다고 생각하고, 보다 확실한 조언을 해주려고 한다는 것을 말이다.


글쓰기만 해도 그렇다. 세상에는 창작을 하는 수없이 많은 방법이 있지만, 성공한 창작자들은 자신의 방법을 고수하며 설파한다.


그렇지만 나의 경우 대부분의 그런 조언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 사람의 성공법은 그 사람에게 적용될 뿐이었다.


나의 경우엔 성공한 사람으로부터 직접 '이게 정답이야!!'라고 듣는 것보다는, '나는 이런 성향이라 이렇게 해봤는데 잘 맞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가 더 좋았다.


조언은 학창시절 강제급식처럼 급여되던 흰 우유가 아닌 골라 먹는 뷔페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2. 모럴 서포트



이직 아닌 퇴사를 결정했을 당시, 나는 솔직히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들 거의 모두에게 내 고민을 털어놓았다. 나의 고민은 이것이었다.


"나 이제 백수고, 완전 인간 쓰레기처럼 살 것 같아."


그때, 그들이 들려주었던 대답이 나를 지탱해 주었다.


"넌 논다고 가만 있을 애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내 눈에 내 미래가 깜깜하여 보이지 않을 때, 그런 나를 똑바로 봐주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


그 사실이 나에게 얼마나 큰 위로와 용기를 주었는지 모른다.


실제로 그 말이 맞기도 했다. 나는 여전히 놀고 있지만, 아무것도 안하지는 않는다.





3. Body & Soul


지금 다시 돌이켜 봐도, 어린 시절의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았다.


굉장히 많은 책과 만화책을 읽었고, 머릿속에는 항상 이런저런 공상이 가득했다. '아무 생각도 안한다'거나, 머릿속이 진공 상태인 것은 상상조차 못할 정도였다.


아마도 부모님의 이혼이나 빨리 시작한 2차 성징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과 내가 다르다는 자의식도 많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게 나의 10대와 20대는 생각에 파묻혀서 지냈다. 생각에 사로잡힌 나는 때로는 먹는 것도 자는 것도 포기하고 생각에만 몰두했다.


그런 내가 지금은 '생각? X까' 하고 산다.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의 오구로 시즈오처럼, 미래를 생각하면 너무 무서워서 아무것도 할 수 없으므로 생각을 포기하는 것이다.


나는 이제 최대한 생각을 안하고, 그게 무엇이든 그냥 하려고 한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는 게 아니라, 육체가 정신을 지배한다고 믿으며 매일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육체파 인간으로 거듭난 것이다.





4. 오피스 코미디


일부러 그러려는 건 아니지만 요즘 보는 콘텐츠들이 죄다 오피스 코미디다.


이과장의 <헬테크>와 곽경영 <인턴>을 무척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회사에 다니는 내 친구들은 이걸 같이 봐주지 않는다.


아무래도 둘다 극한의 공감성수치를 불러오는 하이퍼 리얼리즘(?) 컨셉이기 때문인 것 같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 하던가. 회사 생활도 누군가에게는 그런 것이다.


나는 회사에 다닐 때도 회사 콘텐츠를 보면서 '그래도 우리 회사는 저런 시궁창은 아니지'로 나쁜 위안을 받고 살았으나...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재생 버튼을 눌러 끄고, 창 닫기를 통해 벗어날 수 있는 가상이 아닌 현실인 것이다. 그 생각을 하면 조금 슬퍼진다.


모든 직장인들이 사무실의 비극을 오로지 오피스 코미디 콘텐츠로만 즐기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온갖 골때리는 상황은 '예전에는 저런 때도 있었지, 요즘은 아니지만.'하고 추억하면서.






5. 로봇청소기


로봇 청소기는 쓰지 않는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청소 꼰대이기 때문이다.


좋게 말하면 '아날로그 클리닝 주의자'랄까?


로봇청소기를 써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예전에 로봇청소기를 써봤을 때, 나는 '내가 모르는 사이에 집이 깨끗해 지는' 경험에 도통 적응하지 못했다.


내가 청소한 기억이 없는데 집이 항상 깨끗한 상황이 된다면, '청소를 했던가, 안했던가'의 영역에서 계속 헷갈리다가 나중에는 진짜 기억에 혼란이 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냥 빗자루와 무선 청소기, 바닥걸레로 그냥 몰아서 해치우는 편이다.


내가 직접 몸을 움직여서 쓸면 쓸어지고, 훔치면 훔쳐지는 직관적인 청소가 나는 더 마음 편하고 좋다.


그러다 잃어버렸던 귀걸이 한짝이나 같이 사는 새의 깃털이라도 발견하는 날에는 보물을 찾은 기분이 드니까.

뭐, 이렇게라도 안 움직이면 나는 정말 나 자신을 갖다 버려야 할지도 모르고.




10줄 문학 (Instagram) : @10lines.on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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