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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리나 Sep 10. 2022

[10줄 문학] 클라이머가 힘을 숨김

2022년 9월 5일 ~ 9월 8일


1.클라이머가 힘을 숨김

클라이밍 암장에 가면 보통 무지개 컬러에 따라 난이도가 분배되어 있다. 빨주노초파남보 순서로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다.

내 책에도 썼지만, 클라이밍이라는 게 워낙 관성적인 운동이다. 그래서 그런지, 주 1회지만 꾸준히 가다보니까 의도하지 않아도 잘하게 된다.

5년째 초록 단계에서 제자리 걸음을 하던 나는 이제 파랑 단계도 온싸(한번에 풀기)가 어렵지 않은 수준으로 올라와 버렸다.

문제는 파랑과 남색 사이에는 엄청난 난이도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는 부상 위험도는 덤이고.

예전에는 파란색 하나 깨면 하루종일 뿌듯했는데, 지금은 파란색 온싸를 해도 어깨 한번 으쓱하고 말 뿐이다.

더 이상 위쪽으로 올라가고 싶지 않은 나는 힘을 숨긴다. 가늘고 길게 오래도록 이 스포츠를 즐기고 싶은 내 소망을 담아.




2. 영거

최근 한 5일 만에 드라마 7개 시즌을 정주행했다.

드라마의 제목은 <영거>로, 40세의 이혼녀가 26세로 나이를 속이고 출판사에 취업하는 내용이다.

처음에는 그냥 밥먹으면서 하나씩 보려고 했는데 나중에 갈수록 하루를 저당잡혀가며 보게 됐다.

다른 시즌제 드라마가 그러하듯, 이것도 뒤로 갈수록 엉망진창이었다. 특히 마지막 시즌은 안 만드니만 못한 수준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별로였다.

지나친 어장으로 인한 캐릭터 붕괴, 본질을 벗어난 사랑 찾기, 일은 곁다리인 점 등등 전반적으로 총체적 난국이라고 생각했지만...
중요한 건 내가 시리즈 완결까지 달렸다는 것이다.

<문폴>을 보면서도 느꼈지만, 창작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것은 어쨌거나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인 것 같다.

비록 별 5개는 얻지 못했지만, 적어도 그들은 내게 그들의 스토리를 완판한 셈이다. 결국 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이다.




3간헐적 절필

어제 밤, 오랜만에 글막힘이 찾아왔다.

막연한 이미지만 있고 어떤 구성으로 전개가 되어야 할지 애매한 상태에서 꽉 막힌 글을 두고 나는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다 그냥 컴퓨터의 전원을 끄고는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눈을 감으면 펼쳐지는 새까만 심연에 나는 내 글의 주인공 두 사람을 소환했다. 그리고는 앉혀놓고 이런 대화, 저런 대화를 나누는 둘을 관찰했다.

그리고는 기다렸다. 이대로 잠들어서 나의 무의식이 이 글막힘을 해결해주기를. 나에게는 글이 막힌다고 해서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무언가 떠올라도 메모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은 채로 그렇게 절필의 시간을 견뎠다. 다시 글을 쓰고 싶은 NEED를 되찾기 위해서.




4. Be in the moment

최근, 멀티 태스킹 안하기에 도전 중이다.

요새 머리를 너무 많이 쓰는 것 같아서이다.

사실 무척 어렵다. 한번에 한 가지 일만 한다는 그 심플한 원칙을 수행한다는 것이 말이다.

한때는 너무 바쁘게 살았다. 그래서 시간을 차곡차곡 접어서 한번에 여러가지 일들 해야만 충실한 하루를 보낸 기분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의 내게는 마음껏 펼쳐놓고 쓸 수 있는 시간이 있지 않은가?

매 순간 순간에 집중하면서 살다보면 명상 같은 건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렇게 조금씩 내 뇌의 과부하를 줄이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내 발상 단지 오래 써야 돼...





10줄 문학 (Instagram) : @10lines.on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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