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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10줄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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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리나 Oct 01. 2022

[10줄 문학] 점을 찍다

2022년 9월 26일 ~ 9월 30일


1. 점을 찍다


나의 인생 첫 소설이 어제 완결이 났다.


퇴사, 백수 생활, 투자 실패 등등. 지난 1년 동안 내 인생에 일어났던 많은 일들이 모티브가 되어주었다.


그렇지만 이것은 현실을 그대로 쓴 에세이가 아니라 소설이다.


가끔 이걸 보고 '너 진짜 그런 일이 있었어?'라고 물어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물어볼 만한 일들은 물론 다 픽션이다.


박가영이라는 캐릭터의 36살 여자 미혼 백수라는 초기 설정은 나와 비슷하게 짰으나 그 외의 상황과 흘러가는 에피소드들은 전부 픽션이다.


그동안 나의 브런치를 꾸준히 읽었던 사람들은 익숙하게 느낄 만한 대사들이 있지만, 그것은 다 실제와는 다른 상황에 쓰인 것들이다.


박가영의 삶이 나의 삶은 아니다. 그렇지만 나는 작가로서 내가 창조해 낸 박가영의 삶을 누구보다 이입해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박가영의 삶은 온점을 찍었지만, 인간 설인하의 삶의 온점은 아직 한참 멀었다.





2. 피칠갑


본의 아니게 요즘 보는 것들이 죄다 피칠갑 콘텐츠이다.


<수리남>을 본 다음에 관심이 생겨 <나르코스>를 보고 있는데, 최근에는 영화 <늑대사냥>도 보러 다녀왔다.

그리고 이 다음으로 내가 보려고 예정하고 있는 것은 <다머>이다.


계속해서 피가 뿜어져 나오고 몸이 토막나는 걸 보니까 진짜 가끔은 가만히 있어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런데 그만큼 자극적이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겠기는 하다. 이래서 사람들이 실화 기반 범죄물을 좋아하나보다.


쫄보인 나는 인생을 살면서 피칠갑을 할 일이 가급적 없기를 바라지만....


혹시 모르니 가스총에 이어 좀더 가벼운 최루액 총도 구매했다.


영화나 드라마 안의 세상은 비정해 보이지만, 사실 내가 사는 현실도 언제 그렇게 각박해질지 모를 일이니까. 각자도생을 위한 준비다.





3.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최근 과격한 콘텐츠들을 보다 보니까 내가 지금 이 시대에 이 국가에서 태어난 게 너무 다행으로 느껴진다.

독립운동을 할 필요도 없고, 마약과의 전쟁을 벌여야 할 필요도 없다. 솔직히 가장 꿀 빠는 세대가 아닐까.


그래도 그 시절에는 나름대로 낭만이 있었던 것 같다. 목숨을 걸고 조직의 비밀을 지킨다는 결사적인 마음 말이다.


그렇지만 어째서인지 나는 밀고자의 마음에 빙의해 버린다.


'저렇게 고문당하는데 왜 밀고를 안하는 거야! 그냥 말해버려!!!'


그 시대에 태어났어도 나는 독립운동은 안했을 것 같다.


손톱 밑에 바늘만 찔러 넣어도 줄줄 정보를 불었을 나같은 사람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애초에 독립운동 조직에 들어가지 않는 게 낫다.






4. 퇴고는 미친 짓이다


<낭만퇴사> 퇴고 중이다. 퇴고하면서 보니 의외로 고칠 게 많아서 눈떠서 잠들 때까지 하루종일 계속 붙들고 있다.


분량은 각 편당 1만자에서 1만 5천자 정도인데, 마지막 화는 2만 2천자였다. 계산해 보면 거의 30만자 정도가 나온다.


쓸 땐 몰랐는데 지금 다시 보니 왜 이렇게 길게 썼나 싶다.


스스로 불러온 재앙. 9월 30일 오픈에 맞출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그래도 퇴고를 하다 보니까 마음은 좀 겸손해진다. 부족한 점이 엄청 많이 보이고 이걸 다 수정하기엔 시간도 부족하기 때문에...


볼수록 자신감이 떨어져서 그냥 마음을 비우고 완주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5. So long


영어에는 작별을 고하는 여러가지 말이 있다.


Goodbye, farewell, see you around 등등.


그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so long이다.


이 말을 처음 알게 된 것은 QAF에서 브라이언의 아버지가 죽었을 때였다.


그는 자신을 경멸했던 아버지가 죽자, 아버지와의 추억이 담긴 볼링공을 차도에 굴려 보내며 외친다.


"SO LONG, JACK!"


아무래도 그 장면이 내겐 너무 인상적이었나보다.


그 날 이후로 나도 종종 저 말을 쓰게 되었다. 특히 좋든 싫든 나를 오래도록 붙잡고 있던 무언가와 작별을 고할 때는 이 말만큼 적절한 말이 없는 것 같아서.


나중에 죽는 날에도 이 세상에 'SO LONG!'을 외치고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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