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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ㅎㅎ Jul 16. 2023

프로따릉이라이더

지하철과 따릉이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어

    2018년, 처음으로 따릉이 - 그러니까 서울의 공공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는 정기권을 구매했다. 따릉이를 먼저 타 본 친구가 나에게 추천을 해주었다(이 글의 제목도 그 친구와 함께 해보고자 했던 프로젝트 이름이다). 중학생 때 이후로 자전거를 타본 적이 없던 나는 - 내 고향 부산은 자전거를 타기 좋은 도시는 아니다. 오르막이 너무 많다 - 차든 자전거든 운전은 몸에 남는다는 말이 잘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좋다니 해보고 싶긴 했다. 용기를 내서 한 시간짜리 이용권을 구매했다. 오랜만에 두 발자전거 위로 올랐더니 균형 잡기가 쉽지 않았다. 어색하게 자전거를 타던 내 모습을 마주 오는 초등학생이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지금도 그 표정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물론, 먼저 경험해 본 많은 사람들의 말대로 나는 그날부터 자전거를 다시 탈 수 있게 되었다.


    몇 번은 한 시간권을 구매했다. 그렇게 연속으로 타다 보니 정기권을 구매하는 게 이득이다 싶었다. 퇴근 정도는 자전거를 타고 해보고 싶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의 나는 내가 따릉이를 계속 탈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니까, 한여름과 한겨울엔 자전거를 탈 수 없으니까...라는 마음으로 180일 정기권을 구매했다. 이후 2023년까지도 따릉이 정기권을 구매하며 계절 구분 없이 타고 다니는 사람이 될 줄도 모르고... 그러니까 나는 햇수로 6년째 따릉이를 타고 있는 사람이다.

    이때부터 종종 퇴근을 자전거로 했다. 따릉이 퇴근의 장점은 굳이 자전거로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다. 날이 좋으면 바로 회사 근처 정거장에 세워진 따릉이를 타고 한 시간 정도 페달을 밟아 집 근처 따릉이 정거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침 회사와 잠수교가 가까운 점도 이런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하나의 요소였을 거다. 공유자전거사업과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서울에서 한강으로 가는 자전거길은 꽤 잘 되어있다. 한강에서 자전거로 십 분 이내의 거리에서는 무조건 한강으로 향하는 자전거길이 존재한다. 한강이 잘 닦여있어선지 지류 - 중랑천, 탄천, 불광천 등의 자전거길도 매우 잘 되어있다. 물을 따라 자전거를 밟으면 정말 어디든 갈 수 있는 거다. 그러나 한강은 무시무시하게 폭이 넓은 강이라 따라서 가기에는 좋아도 건너기는 만만치가 않다. 여러 다리를 자전거로 건너봤는데, 가장 잘 되어 있는 다리는 단연코 잠수교다. 여긴 러너에게도 좋은 다리니까.


    주기적으로 자전거를 밟으니 매번 다른 잠수교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노을이 질 때가 특히 기가 막혔다. 달리다가 멈춰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는 세빛섬도 흉물처럼 보이지 않는다. 앞에 보이는 남산타워는 또 어떻고. 하지만 그렇게 신나게 앞을 보며 달리다가도 이게 뭐야 싶어지는 구간이 있다. 잠수교 북쪽에 있는 오르막과 내리막이다. 따릉이는 대여용 단말기가 붙어 있어 다른 자전거에 비해 무겁다. 지금의 따릉이는 단말기가 좀 더 경량화되어 뒤쪽에 붙어있지만 초기 따릉이는 크고 무거운 단말기가 앞쪽에 붙어 있었다(사실 이 단말기가 종종 그립긴 하다. 액정이 있어 남은 시간 등을 표시해 주고 반납 시간에 임박하면 말도 해줬다). 이 '잠수교 고개'에서는 모든 따릉이 이용자가 고전을 면치 못한다. 기어를 1단으로 바꿔가며 낑낑 올라가고 있으면 빠르고 가벼운 자전거들이 왼쪽으로 슝슝 지나갔다.


    따릉이를 타고 다니며 자전거도로 나름의 예절 몇 가지를 알게 되었다. 느린 자전거는 길의 오른쪽에 붙어 갈 것(따릉이는 무겁기 때문에 무조건 느리다), 추월할 거라면 지나가겠다고 말해줄 것, 이어폰으로 흘러나오는 노래의 볼륨을 줄일 것. 

    그리고 몇 가지 재밌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전거 지도는 네이버지도보다 카카오맵이 잘 되어있다, 따릉이뿐 아니라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상상 이상으로 많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모두 따릉이를 빌린다. 한강 자전거길을 달리는, 각기 다른 복장을 하고 따릉이를 타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이 공유자전거사업이 성공적으로 정착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따릉이는 공공서비스라 그 자체로도 매우 저렴하지만 - 이용권 금액은 대여와 반납 시스템이 돌아가게 하기 위한 최소 액수인 것 같다 - 더 저렴하게 탈 수 있는 방법이 몇 개 있다. 원래 제로페이로 이용권을 결제하는 게 가장 할인폭이 컸으나... 그 혜택은 작년 총선 이후 서울페이가 도입되며(^^...) 사라졌다. 대신 그쯤부터 티머니앱에서 따릉이를 빌릴 수 있게 되었고 이벤트성으로 포인트를 마구 퍼주고 있다.

    더불어 따릉이 공식 앱에서 볼 수 있는 환승마일리지 제도가 있다. 따릉이를 타고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해 대중교통을 타면 포인트를 준다. 사실 나는 이 제도를 모를 때부터 그렇게 따릉이를 사용하고 있긴 했다. 

    따릉이는 쭉 타고 서울시내를 누빌 때도 유용하지만, 가장 유용할 때는 걷기도 차를 타기도 애매한 거리를 가거나 지하철역을 기점으로 왕복을 해야 할 때다. 약속장소가 지하철역과 도보 십오 분정도의 거리에 있을 때, 그런데 약속장소 주변에 따릉이 정거장이 있을 때(지하철역 근처에 정거장이 있을까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무조건 있다), 따릉이 정기권 이용자라면 '따릉이를 타고 오 분간 달린다'가 목적지로 가는 옵션에 생기게 된다. 반대의 경우도 있겠다. 일정이 끝났는데 그 장소가 지하철역까지 도보 십오 분 정도의 거리일 때, 따릉이를 타고 지하철역까지 빠르게 갈 수 있다. 혹은 걷기는 싫은데 차 타기도 애매한 거리라면, 따릉이를 타면 된다. 이 얼마나 유용한지... 

    그리고 정기권이 있다면, 따릉이 한 대를 이용해 짐작보다 더 멀리까지 갈 수 있다. 중간중간 따릉이 정거장에 반납과 대여를 해주기만 한다면 집에서 출발해 마트에서 장을 본 후 한강에 가서 점심을 먹을 때까지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이 따릉이가 될 수도 있다.


    따릉이 시스템은 장점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공공자전거다 보니 여러 사람 손을 타고, 그래서 빌려 탔는데 고장 난 자전거인 경우가 꽤 있다. 브레이크 한쪽이 먹지 않는다던가 바퀴에 바람이 좀 빠졌다거나 안장이 아래로 계속 내려간다거나... 모두 사고와 이어질 수 있으니 탔는데 따릉이가 좀 이상하다면 고장신고를 하는 게 좋겠다. 생각 없이 탔다가 자전거와 함께 넘어져본 적이 꽤 있어서 하는 말이다... 흑흑... 더불어 바구니에 쓰레기 넣어놓는 놈들은 이유 없이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으면 한다. 그리고 기분 탓인진 모르겠지만... 최근 들어 고장 난 따릉이가 정말 많이 보인다... 제로페이가 서울페이가 바뀐 근본적 원인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의심하게 되기도 한다.


    날이 좋으면 모두가 자전거를 빌리고 싶어 해 남은 따릉이를 찾아 도보 여정을 떠나야 하지만, 그래도 나는 따릉이를 계속 이용할 거다. 이사가 예정된 1인 생활자에게 자전거를 가지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하고, 따릉이 시스템 덕에 자전거를 짐처럼 이고 다니지 않아도, 충동적으로 내킬 때(그러니까 걷기 싫을 때...!) 두 다리가 아닌 옵션이 하나 더 있는 거니까. 그리고 자전거도 타면 늘어서, 나는 이제 따릉이를 자유자재로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프로따릉이라이더가 된 나는 따릉이가 계속 있었으면 하는 거다. 


    무엇보다도... 따릉이는 귀엽잖아요, 이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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