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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종혁 Jun 14. 2016

대학생 인사이드

지금의 나는 몇 번째 우진일까?

나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다른 사람이 된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알 길은 없지만

매일같이 변화를 실감하고 그에 맞춰 살아간다.

참 불편하다, 이렇게 사는 것도.



첫 번째 우진,


시험 기간이 다가온다. 

곧 있으면 방학이라는 기분 좋은 소리.

원래 시험은 하루 전 날에 준비하는 거다.

레포트도 금방 금방 쓰니까 뭐, 아직은 여유롭다.

대학 좀 다니다보니 능률적인 시간 사용법을 체득했다.



두 번째 우진,


시험 기간이 점점 다가온다.

이제 슬슬 과제를 시작해야겠다.

수업 시간에 열심히 해둔 덕분에 공부할 게 많지는 않다.

이제 가벼운 마음으로 한 번씩만 더 훑어보자.

뭐 부족한 게 있다면 닥쳐서 하면 된다.

극한에 처한 인간의 힘을 나는 믿는다.



세 번째 우진,


시험 기간에 직면했다.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

위기를 앞둔 인간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고

그 힘으로 과제는 하나 둘 사라져가리라 믿었다.

인간의 게으름은 화를 부르고 뭐든 밀리면 답이 없다.



네 번째 우진,


그래도 학점은 잘 주실거다.

사랑합니다 교수님.

얏 방학이다!!



다섯 번째 우진,


방학이 끝났다.

하지만 알찬 한 학기를 보낼 거다.

이제 어떤 과제든 미루지 않겠다.




나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다른 사람이 된다.

외모는 그대로지만 매일 같이 달라지는 내면에 괴롭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너무도 잘 알지만

불편하다, 이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게.


참 공교롭게도 대학생 우진이는 다섯 명 뿐인가 보다.

영화에서 보면 매일 같이 바뀌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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