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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종혁 Jun 19. 2016

이 알 수 없는 기시감
다이아 '그 길에서'

 다이아라는 그룹보다 정채연, 기희현을 잘 알 것이다. 아이오아이로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정채연과 프로듀스 101의 상위권 멤버 기희현이 속한 그룹이 바로 다이아다. 돌아오기 힘든 강을 건넌 티아라를 뒤로한 채 MBK의 유망주 그룹이 되었지만 사실 인지도 면에서는 최하에 가까웠기에 아직 갈길이 한참이나 멀다. 그래도 기존 그룹의 멤버를 프로듀스 101에 출연시킨 나름의 인지도 전략은 유효했다. 덕분에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다이아라는 그룹이 정채연과 기희현을 통해 조금이나마 수면 위로 올라왔다. 물론 아직까지 팬층은 없지만 포털 사이트 연관 검색어를 타고 흐르며 차근차근 이름을 알릴 수는 있었다. 게다가 아이오아이 활동을 마치고 바로 합류한 정채연 덕에 노이즈 역시 확실히 작용했다. 이제 과연 꽃길만 걸을 수 있을까.


 하지만 다이아가 빛이 나기 위해서는 훨씬 더 멀리 보는 메이킹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인상적인 자취를 남기기가 그다지 쉽지는 않아 보인다. 현재 걸그룹 다이아는 저 멀리에서 온 프로듀스 101의 여파에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센터 정채연만이 과도하게 두드러지는 포지셔닝에 101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수혈한 청순 컨셉의 곡 역시도 다소 단편적이다. 그래서 지금의 다이아는 순전히 정채연의 팀이고 그녀가 없다면 다이아는 어떠한 개성조차 찾기 어렵다. 곡의 완성도와는 별개의 문제다. 이제는 그룹 내 원탑 멤버가 그룹의 수명과 인기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려운 시대이다. 이는 언제나 크고 작은 문제들을 발생시키고 결국 팀 전체의 음악활동에 도움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추구하는 음악성의 브랜드로서 개인이 아닌 그룹을 내세우는 팀 마인드가 훨씬 중요해진 것이다.



 이전 앨범을 통해 본 다이아는 사실 걸크러쉬와 소녀의 중간에 가깝다. 펑키한 색감의 캐주얼한 의상에 비해 곡의 분위기와 가사는 소녀 감성에 가까워서 어딘가 선명한 인상을 주기는 어려웠다. 강하지 않은 보컬에 맞춘 살짝 낮은 음의 그루브는 멜로디가 나쁘지 않음에도 조금 올드한 구성 때문에 흥을 불러일으키기 어려웠고 이는 하이톤에 가까운 다이아의 비주얼과 조금은 어긋나는 측면이 있었다. 그래서 멤버들의 마스크나 조화가 전체적인 앨범의 그림과 어느 정도 잘 맞았음에도 그룹을 대표하는 컬러로 자리 잡기에는 눈에 띄기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이는 결론적으로 메이킹의 문제보다는 애초에 그룹이 추구하는 음악이 명확하게 구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다. 다이아는 철저히 시류를 반영하도록 만들어진 그룹이고 이는 이번 앨범 'Happy ending'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이번 타이틀 곡 '그 길에서'는 여러모로 기시감이 느껴지는 컨셉이다. 흰 옷을 입은 소녀들의 아련한 감성은 이미 여자친구나 러블리즈를 통해 너무도 많이 접했다. 심지어 이번 앨범 커버는 러블리즈와 똑 닮았다. 그럼에도 한동안 모든 아이돌이 도전하던 소녀 컨셉을 그대로 따라간 다이아는 조금 올라온 인지도와 잘 어울리는 정채연의 마스크로 인해 전 앨범들보다는 높은 순위를 받을 수 있었다. 기시감이 든다고 해서 바로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건 절대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결국 개성이랄 게 없는 곡과 컨셉은 지금 당장 보이는 기시감을 떠나서 다음 활동을 기대하게 하는 일종의 관심을 자극하기 어렵다. '그 길에서'는 올해 대박을 낸 여자친구의 1,2,3 집을 모두 작업한 이기용배의 곡이다. 그만큼 컨셉에 대한 이해도와 곡의 완성도는 높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뜨기 전' 여자친구가 불렀어야할 곡에 가깝다. 멤버들은 온전히 컨셉에 눌려 곡을 소화할 뿐이고 팀의 개성이라고 할만한 지점은 도통 찾을 수 없으니 말이다. 



 현재 다이아가 해결해야할 가장 큰 숙제는 걸그룹으로서의 정체성이다. 더 이상 정채연만 바라보고 그룹을 이어나갈 수는 없다. 조금은 모험이더라도 한 번 두 번 새로운 컨셉에 도전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번 앨범처럼 센터인 정채연에게 어울리는 만연한 소녀 감성을 가져와 그룹 전체의 컨셉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차라리 반응이 조금 덜 하더라도 초기 그룹 스타일의 앨범을 내는 게 수명에 훨씬 큰 도움이 되겠다. 개인적으로는 다음 앨범에 다시금 신사동 호랭이를 찾아가는 게 어떨까 싶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신사동 호랭이는 큰 그림과 작은 그림 모두를 만족시키는 작곡가기 때문이다. 다음 번 글은 현재 아이돌 그룹 중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할 수 있는 그룹 EXID를 소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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