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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영 Dec 31. 2022

기록의 정의란 무엇인가?

‘기록의 관점에서 문재인 정부 안보 실세들을 고발한다'


2022년 12월 29일, 드디어 검찰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불구속 기소를 결정했다. 이미 검찰은 지난 9일 서훈 국가안보실장을 구속 기소하면서 문재인 정부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있는 입장이다. 이제 재판을 통해 진위 여부가 판가름 나겠지만, 적어도 진실과 정의를 올바로 세운다는 측면에서 이번 결정은 많은 국민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의 입장에서 2020년 9월 일어났던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국가 기록물'에 관한 의도된 삭제가 지니고 있는 문제점과 그 위험성을 깨닫는 것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공교롭게도 특히 친북 성향을 나타낸 정권의 경우에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통치 행위를 담은 국가 문서들을 삭제하려는 시도를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도대체 무엇이 두려운 것일까? 대한민국 국민보다 북한의 독재자들과의 야합이 진정 통일에 보탬이 된다고 믿고 있는 것일까?


2007년 말 노무현 대통령의 ‘NLL 기록' 파문은 그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였다. 당시 남북 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NLL 서해 북방한계선에서 군사를 철수시키고 공동어로 수역을 만들자고 제안한 기록물을 무단 파기시켰다. 시간이 좀 오래됐지만, 그 사건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북한 정권과 은밀히 협상을 하면서 ‘NLL 포기’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실제로 그런 시도 여부의 진위를 떠나서 문제는 ‘국가 기록물'에 대한 무단 폐기가 더 심각한 문제였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청와대 기록물 시스템에 이 문서를 공식 등록하지 않았고, 대통령 기록관에도 이관하지 않았다. 이후 검찰의 포렌식 조사를 통해 ‘NLL 기록물'을 담은 파일이 청와대에서 프로그램 전문가에 의해서 비정상적 방법으로 삭제되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더 구체적으로는 청와대 지시로 국정원에 의해서 5차례 수정, 보완 작업이 가해졌고, 임기 말 노무현 대통령의 메모 지시로 한 차례 더 수정이 이뤄졌다.


해당 기록물은 청와대 기록관리 시스템에서 수정본조자 이관되지 않았고 하드 디스크에서 삭제된 상태로 나머지 자료만 봉하마을로 옮겨졌다. 이 사건은 법원에서 1, 2심 무죄를 받으면서 논란이 수그러드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2020년 12월 10일, 우리 법원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유죄로 최종 결론지어졌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고심하고 올바른 결단을 내려준 재판관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정치 권력자에 의해서 통치 행위의 기록물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 마구잡이식으로 삭제, 수정되는 것이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을 밝힌 중요한 결정이었다. 이 사건은 현 국가 기록물관리법의 정신에 위배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국가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측면에서도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이번 문재인 정부의 안보 실세들이 벌인 국가 기록물에 대한 삭제 시도 역시 그런 측면에서 심각성과 위험성이 존재하고 있다. 이것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통해 역사를 기록하고, 그 성과에 대한 보상과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국정 운영의 기본 가치를 무시한 처사다.


‘기록에 대한 책임성이 필요한 이유?’


영어로 ‘accountability’라는 단어가 있다. ‘해명하고 설명할 책임이 있음'을 뜻하는 accountable에서 유래한 단어다. 기록물의 책임성은 곧 국가가 법치에 의해서 운영되고 있는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기준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자기들 입맛에 따라 국가 운영의 결과를 수정하고 삭제한다는 것은 결국 공동체를 파괴하는 국기 문란의 행위이기도 하다.


국민들의 기억에도 생생한 2022년 1월에 일어났던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의 탈원전 기록물 폐기 사건 당시, 월성 원전을 조기 폐기시키기 위해서 당시 해당 공무원은 원전의 경제성 자료 530건의 문건을  임의로 수정하거나 폐기시켰다. 책임을 묻는 감사원 조사관들에게 자신이 ‘신내림을 받았다'며 둘러냈던 일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탈원전, 태양광 사업을 대통령 핵심 사업으로 밀어붙이고 있던 문재인 정권의 섣부른 국가 기록물 조작은 이렇듯 곳곳에서 진행되었다.


과연 선진국이란 무엇일까? 법과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란 무엇일까? 적어도 정권을 쥔 권력자들이라면 자신이 벌인 통치 행위에 대해서 당당하게 책임을 지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러나 과거 문재인 정부를 비롯해서 좌파 정권은 자신들이 불리할 때는 언제든지 국가 기록물에 쉽게 손을 대고 폐기시키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그런 자들에게 진정한 국가의 미래가 존재하고 있을까.


기록은 진실을 찾아나가는 수단이다. 남겨진 기록물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한 사회를 올바로 평가할 수 있는 역사가 된다. 역사의 시작이 기록에서 시작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런데 만약 그 가장 근본이 되는 국가의 기록을 자기 마음대로 고치고 폐기시킨다면 정상적인 국가의 발전을 담보할 수 없다. 과거에 대한 올바른 평가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기록의 파괴를 통해 역사를 조작한 국가의 국민들에게 남는 것은 공동체의 원칙과 함께 공유해야  가치의 파괴 뿐이다. 그것이 박지원 국정원장과 서훈 국가안보실장의 국가 기록물 무단 폐기 행위를 단지 정치적 논리로만  바라볼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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