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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영 Dec 24. 2022

'검은 크리스마스 악몽'

크리스마스 트리를 폭파시키는 행위가 예술로 인정받는다면?


'검은 크리스마스 악몽'


1993년 개봉한 '크리스마스의 악몽'이란 영화가 있었습니다. 기괴한 존재들이 살고 있는 할로윈 마을에서 똑같이 반복되는 할로윈 축제에 질린 주인공이 크리스마스 마을에서 산타를 납치한다는 조금 황당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해골과 유령 같은 어둠의 존재들이 난무하는 할로윈 마을과 꿈과 사랑으로 가득 찬 크리스마스 마을이 대비되면서 관습적으로 변한 오늘날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영화의 제목은 '크리스마스 악몽'이었지만, 역설적으로 성탄절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영화였습니다.


그런데 정말 실제로 크리스마스에 악몽 같은 일이 일어났던 적이 있습니다. 2012년 미국 워싱턴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크리스마스를 한 달도 남겨놓지 않은 어느 날, 미국인들이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상징적 장소 중 하나인 스미소니언 박물관 앞에서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에 폭약을 장치에서 터뜨리는 아주 기괴한 퍼포먼스가 벌어진 것입니다.


2012년 스미소니언 박물관 앞에서 진행된 검은 크리스마스 이벤트.


화제(?)의 주인공은 중국 설치 미술가로 알려진 차이궈창, 그의 손에는 4층 높이의 크리스마스 트리에 설치된 2천 개의 폭발 장치들을 한순간에 터뜨릴 수 있는 스위치가 쥐어졌습니다. 백여 명의 관객, 수십 명의 기자와 TV 카메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가 폭발 장치의 버튼을 누르자 거대한 폭음이 들려오면서 크리스마스 트리가 검은 연기를 뿜으며 폭발했습니다.


첫 번째 폭발에 이어 두 번째, 세 번째 폭발이 이어졌고, 얼마 후면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장식을 달게 될 소나무들은 한순간에 검게 흉물로 변해버렸습니다. 그 불꽃쇼가 남긴 파편과 잔해들을 청소하는데 두 달이 걸렸다고 합니다. 당연히 그해 스미소니언 박물관 앞에서 크리스마스 트리의 점등식은 없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흉측한 안티-크리스마스 행사를 주관한 사람은 당시 국무장관을 지냈던 힐러리 클린턴이었습니다.  행사는 'Art in Diplomacy'라는 제목을 달고 진행된 미국 국무부의 공식 행사였던 것입니다. 중국인 차이궈창에게는 25 달러, 우리   3 원의 상금과 국무부 공식 예술 금목걸이가 수여됐습니다. 메달 안에는 '미중 친선과 우호에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한다'라는 설명도 붙어 있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슬픈 크리스마스 이벤트가 미국의 수도 한복판에서 버젓이 진행되었을까요? 그리고 왜 크리스마스를 한 달도 남겨놓지 않은 그 시점에, 왜 미국과 기독교 '신앙의 상징물'을 폭파시켜 버리는 장면에 반발하는 미국인들은 한 명도 없었을까요?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행사를 지켜본 중국인들은 열광했습니다. 미국의 심장 한복판에서 미국인들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상징물을 자신들의 발명품인 폭약으로 날려 버린 것에 환호했습니다. 이벤트를 기획한 차이궈창은 자신의 웹사이트에 이 행사를 '검은 크리스마스'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심지어 2001년 9.11 테러 때는 설치 예술의 관점에서 '장관'이었다고 극찬(?)한 인물이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이런 지난 40여 년 동안의 안일한 공산주의에 대한 무지와 오해가 역설적으로 공산주의와 전체주의가 다시 발흥하는 세상을 만들도록 한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작은 사건은 외부에 잘 알려진 적도 없으며, 알고 있다고 해도 특별히 문제를 삼는 미국인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쇠퇴, 중국 공산당의 약진은 어쩌면 미국의 오만과 안일함이 자초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이런 안일함은 대한민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제 식민 36년의 역사는 그토록 부들부들 떨면서 중국 천하의 지배 아래 조공과 공녀를 바치며 살았던 굴종의 1천 년 세월은 무시하는 사람들, 지하철 장애인부터 세월호, 이태원 사고 희생자들의 인권은 입이 닳도록 부르짖던 사람들이 세계 최악의 반인권이 자행되는 북한의 인권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공교롭게도 미국이나 대한민국이나 공산주의에 대한 무지와 오판이 역사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22년 또 다시 찾아온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며 우리 모두에게 가족, 사랑, 그리고 꿈으로 상징되는 크리스마스가 온전하게 그대로 보존되기를 희망합니다. 더 이상 아름답게 빛나야 할 크리스마스 트리들이 기괴하고 볼순한 이벤트로 검게 그을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신의 축복이 함께 하는 행복한 크리스마스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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