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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영 Jan 20. 2023

조지 워싱턴 생가에서 만난 한국말 하는 미국인

'선진국들은 어떻게 건국의 역사를 기록하는가', 시리즈 2


2023년 1월 19일 드디어 미국 취재 첫날입니다. 오늘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의 생가와 기념관이 있는 메릴랜드 마운트 버논에 왔습니다. 고요하게 흐르는 포토맥 강변을 따라 언덕 위에 세워진 조지 워싱턴 기념관은 우선 면적이 어마어마합니다. 공식 자료에 의하면 대지 면적만 500백 에이커, 대략 2만 제곱킬로미터의 크기입니다. 평수로 환산하면 6만 2천 평에 달합니다. 



쉽게 말해서 미국은 건국의 아버지를 기념하는 장소에  6만 평이 넘는 땅을 제공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건국 대통령 이승만을 위해서 땅 한 평 허락하지 않고 있는 우리와는 너무나 대조적입니다. 단순히 땅이 넓기 때문에 가능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한 것일 테니까요.


얼마 전 대만 장개석 기념관에 이어 두 번째 '국부 기념관'의 방문입니다. 이렇게 제가 국부 기념관을 찾는 이유는  국가의 기초를 세운 국부를 그 나라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입니다. 한 나라의 역사와 그 역사를 대하는 국민들의 관점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이기도 합니다. 


'George Washington Everywhere' (미국 어디에나 '조지 워싱턴')


미국이란 나라를 건국한 조지 워싱턴, 그 이름이 들어간 건물, 거리, 동상, 학교 등을 모두 합치면 3백 여 곳이 넘습니다. 수많은 곳에서 그를 기리는 상징물을 만드는 이유는 나라를 건국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소중한 일인지 그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에 비하면 대한민국에서 건국의 역사에 대한 관심은 초라한 수준입니다. 과연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을까요?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가장 치열했던 해방과 건국의 과정은 국가를 건설하기에 너무나 취약했던 우리 역사의 단면 그 자체입니다. 좌우가 대립했고, 남과 북으로 갈려져 전쟁까지 했습니다. 1950년 한국전쟁은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가 공산주의자들에 의해서 몰락될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문득 그런 고난의 과정을 극복하고 국가를 올바르게 인도한 지도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의 번영이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건국의 과정과 건국 지도자들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대만의 장개석 총통 기념관도, 미국의 조지 워싱턴 기념관도 기본은 역사에 충실하고, 있는 사실 그 자체를 그대로 기록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우리 역사에서 건국 대통령 이승만의 존재는 거짓과 비난으로 심하게 왜곡되어 있습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아야 할지 착잡한 심정입니다.


그렇게 마음 한편에 복잡한 생각을 하면서 촬영을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피리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독립전쟁 당시 병사들에게 사기를 북돋아 주었던 군악대의 피리 소리였습니다. 순간 1776년 독립전쟁 당시 미국의 독립군들이 입었던 복장을 그대로 입고 행진하는 한 남자의 모습이 시선에 들어왔습니다. 


놀랍게도 그가 나를 보더니 "안녕하세요?" 하고 손짓하며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습니다. 그는 계속해서 한국어로 말했습니다. "서울? 부산? 대구, 인천... 어디서 왔어요?". 외국 관광지에서 듣던 상인들의 흔한 한국어는 분명 아니었습니다. 


알고 보니 조지 워싱턴 기념관에서 독립전쟁을 재연하면서 관람객들을 맞이하는 직원이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하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한국어를 어디서 배우신 거예요?"


"장모님한테 배웠습니다."


뜻밖에도 남자는 한국에서 미군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한국 여성을 만나 결혼도 했습니다. 먼 이국 땅에서 나는 그를 통해 미국과 한국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정말 작지만 소중한 인연이었습니다. 


아쉽게도 미국에서도 몇 년 전부터 '조지 워싱턴 지우기' 작업이 여러 곳에서 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그의 동상 목에 밧줄을 묶어서 끌어내린 곳도 있었습니다. 그런 현상은 이미 한국에서도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온 일이기도 합니다. 이승만과 박정희를 죽여야 만 살아날 수 있는 자들, 그들은 정의와 인권을 가장한 대한민국의 체제 전복 세력들이기도 합니다. 거짓 정의와 위선을 똑바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 모든 것이 '사실'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인간을 위한다며 혁명적 대의를 실현하기 위한 야만은 어느 때 어느 곳에서도 거짓과 손을 잡고 잔인한 폭력의 칼날을 휘두릅니다. 결국 이 싸움은 그래서 선과 악의 싸움으로 귀결될 것입니다. 과연 우린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요? 고민이 깊어지는 밤입니다. 분명한 것은 미국과 한국은 지금 같은 위기 속에 처하고 있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조지워싱턴 #마운트버논 #건국역사 #건국지도자 #독립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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