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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banii Jul 02. 2017

다람살라 이야기

20170702

다람살라, 혹은 맥그로드 간지라고 불리는 곳에 6년이 넘게 살았는데, 사실은 둘 다 정확한 표현이라고 하기 어렵다. 다람살라는 캉그라 구역(District)에 속하는 한 부분인데, 우리나라로 치면 한 개 면 정도가 아닐까 짐작을 하고 있다. 이 다람살라는 아랫(Lower) 다람살라와 윗(Upper) 다람살라로 나뉘고, 윗 다람살라가 맥그로드 간지라고 불리는, 그러니까 티베트 난민촌을 여행하기 위해 찾아오는 수많은 여행자들의 목적지이다. 하지만 종종 여행자들은 이 구분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아랫 다람살라에 도착한 버스의 차장이 "다람살라, 다람살라" 이렇게 외치면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버스에서 내리곤 한다. 차장이 좀 더 친절하게 "맥그로드 간지 가실 분들은 더 앉아계십시오."라고 안내를 해주면 좋으련만, 인도인들에게 그런 친절을 기대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정신없이 컴컴한 새벽의 다람살라에 짐과 함께 덜렁 남겨진 여행자들은 자연스럽게 택시나 릭샤 운전수들의 경쟁적인 환영을 받게 되는데, 우선 자신이 버스에서 너무 일찍 내렸다는 사실과 그러므로 그들의 서비스를 받아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랫 다람살라에서 윗 다람살라는 걸어서 한 시간이 안되는 거리지만 낯선 장소에 해도 뜨지 않은 시간에 남겨진 여행자들에게는 릭샤나 택시를 타는 것 말고 다른 선택은 가능하지 않다. 그렇게 탑승한 차량을 타고 목적지까지 가는 일이 또 쉽지 않은데, 차로는 15분이면 올 거리를 뱅글뱅글 돌며 몇 배의 요금을 뜯어내는 일은 아무 것도 아니다. 사실 아랫 다람살라에서 택시나 릭샤에 태우고 조금 도는 것이야 이해할 만하다. 어차피 타야할 것을 타는 것이니까 말이다. 아쉽지만 그정도 불행(?)이야 여행하다보면 으레 겪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다.


물론 철저한 사전 조사와 귀동냥으로 다람살라에서 하차하지 않고, 윗 다람살라 즉, 맥그로드 간지까지 무사히 도착하는 이들도 있다. 간혹 델리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맥간으로 돌아올 때 보면, 요즘은 갈수록 여행자들이 구체적인 정보를 가지고 여행을 하기 때문인지 아랫 다람살라에 잘못 내리는 이들이 현저히 줄어드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여행자들이 꼭 무사히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다. 맥그로드 간지에 도착하면 버스 터미널에서 하차를 하게 되는데, 거기에도 역시 택시와 릭샤가 늘어서 격한 환영을 준비하고 있다. 짐 내리는 것을 도와 주거나, 숙소가 어디냐고 묻거나, 숙소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하는 것이다. 이 때 또 어설프게 숙소를 아직 못 정했다던지, 예약한 숙소 이름을 발설하면 다시 한번 그들의 안내에 이끌려 차량을 탑승하게 된다. 그러나 진실은 버스 터미널에서 맥그로드 간지의 중심가인 메인 스퀘어 까지는 어림잡아도 200미터도 되지 않는다. 그 거리를 차를 타고 이동하려고 맘먹은 여행자는 아무도 없으련만, 물론 너무 노골적으로 단 200미터를 이동하고 승객을 내려주며 돈을 요구할 만큼 뻔뻔한 인도인! 운전수는 없다(고 확신은 안드는데.... ㅡㅡ). 누군가는 그 길을 재주도 좋게(샛길도 없는데) 이리 저리 다른 길로 다니다가 500루피를 뜯겼다고 한다. 그 사실은 도착한 하루 이틀 후 동네를 돌아다녀 보고서야 깨닫게 된다. 동네에 사는 사람이 아닌 이상 피해가기 힘든 귀여운 사기다. 아랫 다람살라에서 윗 다람살라까지 택시로 150루피가 정가이니 버스 터미널에서 타고 500루피를 낸 여행자는 그 운전수에게 큰 보시를 한 셈 치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로울 것이다.


위 아랫 다람살라는 몇 개의 길로 연결되어 있는데, 버스와 지프가 다니는 큰 길은 산 자락을 옆으로 돌며 구불구불하게 이어지고, 급한 경사와 커브 때문에 길지 않은 승차 시간에도 멀미를 할 정도다. 아랫 다람살라의 중심지인 코트왈리 바자르(시장)에서 급한 경사를 오르는 지름길은 티베트 망명정부와 도서관이 있는 강첸 기숑을 거쳐가는 길이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 좀 더 가다보면 내가 사는 마을 조기와라 빌리지가 나온다. 그러니까 조기와라 빌리지는 아랫 다람살라-강첸 기숑 위에 있고, 윗 다람살라인 맥그로드 간지 보다는 아래에 있는 셈이다. 여행자들이 주로 머무는 맥그로드 간지보다 아래인 조기와라에 살게 된 이유는 몇 가지가 있지만 처음 그 마을에 방을 구할 때도, 그리고 맥그로드 간지가 한여름 해운대처럼 시끌벅적해진 요즘도 비교적 조용하고, 깨끗하기 때문이었다. 맥간에서 걸어서 20분 남짓인데, 사람도, 소도, 심지어 원숭이도 더 적은 곳이었다. 심지어는 내 방에서 반딧불이를 구경할 수 있을 정도로 주변 환경이 깨끗하기도 했다. 그런 환경 자체도 좋았고, 또 한여름에는 힘들기도 했지만 걸어서 맥간까지 오르는 일도 내게는 꽤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사실 조기와라에서 맥그로드 간지로 이어지는 길은 우기에 길이 떠내려 가기도 하고, 하수도가 터지고, 미친 소가 마구 뛰어다니거나, 길가의 쓰레기 처리차에서 냄새를 풍기기도 했다. 그길을 걷는 사람들이 어느새 오토바이를 타고, 이제는 차로 다니는 이들이 더 많아져서 내가 떠나올 무렵에는 걸어서 다니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더 힘들어 졌지만, 내게는 운동이자 산책이며, 사색이 되었던 길, 언제나 히말라야 산 자락이 보이고, 아래로는 깡그라 평원이 내려다 보이는 멋진 길이었다. 그 길을 걸으며 보냈던 시간들이 지금 나에게 엄청나게 큰 힘이 되고 있다는 것을, 나를 강하고, 부드럽게 만들어준 힘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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