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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기다리는 그림

그림 그리기

by oban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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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무렵 발견한 나의 취향 중 하나가 그림 감상이었다. 이런 저런 화집을 쌈짓돈을 털어 사 모으던 시절도 있었다. 30대때는 대학로에 있는 화실에 몇 달 다니기도 했지만, 확실히 재능은 없는 것이 틀림 없었다. ㅡㅡ

그래도 그림(그리기?)에 대한 애정은 늘 품고 있었다. 재작년엔가 온라인 클래스로 펜드로잉과 스케치를 몇 차례 배우고, 광주에 돌아와서는 어반스케치 동호회에 가입하기도 했다. 정기 모임에 자주 참석은 못하지만 톡방에 매주마다 올라오는 그림 미션을 해보기도 한다.

그렇게 수채화를 그리다보니 새삼 느끼는 것이 있다. 수채화는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채 마르기 전에 붓질을 하면 색이 뒤섞여 버리기 때문에 그림이 망가진다. 어릴 적 내가 늘 그림에 실패한 것은 먼저 칠한 색이 마르기를 기다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요즘도 그렇다. 성공적인 수채화를 그리기 위해서는 하나의 색이 마르기를 기다렸다가 덧칠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어디선가 "시간이 있는 이유는 모든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모든 색을 한꺼번에 칠하지 않는, 시간이 존재하는, 혹은 기다림이 필요한 그림이 수채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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