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Next in Fashion" - 극한의 한계내 창의력 발휘
새해가 시작되고, 직장내에서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었다. 일터에서의 일-업무라는 것이 서로간에 보통 (결국은) 비슷하면서도 또 한편으론 굉장히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새삼 굉장히 업무라는 것이 이렇게도 다를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의 성격에 따라 일을 해나가는 호흡도, 내가 발휘해야할 나의 잠재력도 달라질터다.
조금 더 자유로운 일을 맡게 되었다. 일정한 기준 속에서 자유로이 내가 크고 작은 그림들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일을 하게 되었다. 내가 어떻게 하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에 더 재밌게 일할 수 있을 것같다. 그런데 또 자유로운 만큼 책임감이 생겨 더 부담스러워지기도 한다.
최근에 넷플릭스 프로그램 중 '넥스트 인 패션'을 보게 됐다. 참가한 디자이너들 각각의 개성이나 능력이 담긴 옷(결과물)과 그 옷을 표현해내는 화려한 패션쇼를 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을 볼수록 그 반짝이는 결과물보다도 이를 만들어내는 디자이너들의 과정에 몰입하게 된다. 그들은 극한의 조건 내에서 경쟁을 통해 본인들의 능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과정을 겪는다. <"특정한 컨셉 - 고전의 재탄생, 맷갈라 등 - 을 반영하면서도 런웨이에 올릴 정도로 완성도를 갖추며, 나아가 '넥스트 인 패션'이라고 할만한 혁신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옷 두벌을 7시간안에 만들기>와 같은 포맷이다. 그 속에서도 참가자들은 본인들 각자의 콤플렉스나 한계를 깨나가며 미션을 해나가고, 성장한다.(누군가는 자신의 한계를 인지했으나 극복하지는 못하고 탈락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특정한 한계까지 깨부셔가며 창의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어떤 환경이 필요할까.
내가 가진 영감, 나만이 표현할 수 있는 개성, 스토리나컨셉들을 창작물로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이 프로그램에서처럼 제한적인 조건상에서 나를 한계로 밀어넣는 것이 좋은 방법일까. 이러한 경쟁 프로그램에서 가장 흔히 접하는 구조가 '제한적 시간' 내 '다른 이들과의 경쟁 구도'속에서 어떤 창의적 결과물을 만들어내게 하는 것이다. 경쟁이라는 것이 성립하려면 누군가는 더 이상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없도록 탈락하게 된다는 전제하에 겨루는 것이다 보니, 이러한 사실이 나를 한계로 더 밀어내게 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나를 어떠한 한계에 가두지 않고 아주 편안한 상태에서 자유로이 표현할 때 나의 창의성을 가장 잘 발휘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평소에는 갇혀있던 나의 생각이나 마음을 자유로이 꺼내어 유영하며 여러가지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더 좋은 창작물이 나오는 게 아닐까.
이렇듯 평소보다 더 강한 한계 안에서 자신을 최대한 밀어넣고 창작물을 만드는 것과, 평소에 갖고 있었던 물리적-심리적 한계를 최대한 벗어나 창작물을 만드는 과정속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온전히 나의 색깔을 담은 결과물이 나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결국은 전자든 후자든, 객관적인 "시간"은 필수적일 것이다. 다만 어떤 목표가 있는 시간일 것이다.
특정하게 '짧은 시간 내 특정한 결과를 내야한다는' 목표 속에서, 그 시간내 집중해서 최대한 내 역량, 생각, 열정을 끌어올려 만들어내는 것.
그리고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그 시간을 어떠한 잡생각이나 다른 일들, 혹은 자신의 불안함과 같은 심리적인 장애물들까지 날려버리고 '정말로 자유롭게 그것만을 자유롭게 하겠다는' 목표로 그 시간을 누리며 만들어내는 것.
나의 색깔이나 능력을 담아낸 어떤 창작물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의미있는 시간 활용이 필요할 것 같다. 그것이 한계내에서 끌어올리는 방식이든, 한계를 최대한 벗어던지고 끌어올리는 것이든, 나만의생생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려면 전자든 후자든 이제는 다 해볼 필요가 있다. 이번 해는 나는 더 그래볼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