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무의식) 속 불편한 감정을 들추어 인정해보다
오늘은 내 현실 속 배경과 유사한 배경에서 주변 인물들이 나오는, 현실같지만 현실같지 않은 꿈들을 꿨다.
그런 꿈들은 대부분 묘한 찜찜함을 남긴다. 어떤 내용이었는지 묻는다면 한두문장으로 정리되지는 않는다.
다만 그 상황들을 곱씹어보면 내 마음속 어딘가에 어떤 감정이 찌꺼기처럼 남아 꿈 속에서 그 사람과 그 상황이 만들어졌구나, 라는 것을 느낄 뿐이다.
꿈 속에서는 그 사람과의 관계가 다른 방향으로 발전되는 상황이었음을 느끼며 이를 통해 나는 그 사람과의 관계가 그렇게 툭 끊겨버린 것이 아쉬웠구나, 그래서 그사람을 향한 어떤 감정의 소스가 무언가로 만들어지지도 못하고 깔끔히 정리해버리지도 못한 채 마음 한구석에 툭 방치되어 있었구나, 라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그 방치된 감정이 찌꺼기처럼 남아, 과거의 내가 가지고 있었던 기대감이나 실망을 담은 꿈으로 나타나버렸구나. 알게 된다.
그리고 꿈 속 회사의 공간 안에서 나는, 내 주변 직원의 상황에 대한 대처 방식을 보며 나와는 너무 다름에 불편함을 느꼈다. 현실 속에서도 그 불편함이 왜 불편할까 생각하지는 않고 지나갔으나, 어쨌든 불편했다는 내 감정을 인정하고 그 감정의 이유들을 생각해보게 됐다. 사람들은 각기의 성격와 업무 방식이 다 다르기에, 그에 따른 직장 내 생활도 달라진다. 그런데 나는 내가 어쩔 수 없이 해나가는 것들을 과감히 하지 않는 사람을 보며 내가 너무 과도한 노력들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나는 나의 내 성격에 맞게 행동했고, 결국은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방식대로 노력하는 것이 최선이었다는 생각도 했다.
물론 살아가며 마주치는 인간 관계에서도, 직장 내 업무 등의 생활에서도 현실 속 나는 나 자신을 지키며 나의 방식과 생각대로 적응하고 대처해나간다. 그것이 항상 정답은 아니고 확신이 들지 않을 때가 있다고 해도, 대부분의 경우는 그것이 제일 나은 방향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할 뿐이다.
그럼에도 현실 속에서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답답함과 처리되지 못한 감정은 의식 속에 숨어있었나보다. 그리고 내가 맞닥뜨린 상황 속 불편했던 감정들이 남아, 여전히 불편한 얼굴을 하고 꿈속에서까지 그 얼굴을 드러낸다. 그러나 이 꿈의 가치는, 내가 느낀 감정들을 그저 나 스스로가 잘 '알아주고' 인정해줌에 있는 듯 하다. 사실 그 누구보다도 내가 나의 감정을 잘 알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바쁘다는 이유로, 피곤하다는 이유로 내 감정을 방치하는 것도 나다. 어떤 감정은 대부분 자연스레 느끼고 물흐르듯 흘려 보내지만 어떤 감정들은 가끔은 스스로 그 께름칙한 덩어리가 어떤 감정인지 스스로 그 감정을 명명하고 그 감정이 들었음을 인정하며 정리하는 게 필요함을 느낀다. 한 단어로 정리되지 않더라도, 그래서 그 다음 단계에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에 대한 답이 명쾌하게 나오진 않더라도. 돌이켜보면 내 감정과 내 자신을 인정하기까지가 힘들지 인정 후에는 스스로 그것을 털어내거나 다른 행동을 하게끔 동기부여를 하게 해주는 경우도 많았다.
나는 첫번째 꿈에 있어서는 상대의 주저함에 대해서는 서운함이 남았음을 인정하게 되었으나, 나중에는 내가 원하는 관계의 형태가 꿈속에서밖에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을 느끼며 오히려 아쉬움을 털어내게 되었다. 그리고 나와 대처방식이 다른 그사람과 나의 모습 속에서 나는, 그사람은 그런 사람임을 느끼되 나는 이런 사람임을 새삼 느끼면서 내 마음이 다치지 않고 내 노력이 헛되지 않을 선에서만 타인을 이해하고 그 이상의 노력은 구태여 기울이지 않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씁쓸하지만 개운한, 결과였다. 더 나이드는 어른이 되가며 어른이 해야할 일이 많음을 느낀다. 이처럼 감정도 가끔은 건드리고 직시하며 앞으로의 행동들도 잠시 생각하고 움직여야 하지 않는가. 이번에는 꿈이 그 계기를 마련해주었지만, 깨어있어야 할 것이다 - 항상 그것들이 꿈을 통해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