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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Garden Jul 12. 2021

디즈니랜드를 위하여:첫번째,상하이

지극히 평범한 여행 소감 기록 #.3

디즈니랜드 도장깨기 첫번째 : 상하이


디즈니랜드 같은 놀이공원은, 어릴 때도 분명 좋아하긴 했지만 이상하리만큼 나이가 더 들고 나서야 진정 사랑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예전에는 무조건 무서운 놀이기구를 많이 타는 것에 집중이었다고 하면 이제는 놀이공원만의 그 분위기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그곳에서는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그곳을 서로 싫어하는 사람끼리는 가지 않을 것이다. 친구, 연인, 가족… 혼자보다는 누구든 함께 가고 싶은 장소. 수많은 사람이 붐비는 장소 중에 유일하게 찌푸린 얼굴을 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 바로 놀이공원이 아닐까. 더군다나 디즈니랜드라면. 디즈니는 어릴 때부터 숱한 아이들을 키워온 컨텐츠다. 나도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컸고, 각종 비디오테이프와 매주 일요일 아침 8시에 했던 디즈니 만화동산을 좋아했다. 이제는 애니메이션보다 더 커진 몸집으로, 세상 모든 컨텐츠를 품고 있는 거대 기업이 된 디즈니는 사람을 환상의 세계로 끊임없이 인도하고 있다. 


날씨의 요정은 이 날도 근무태만. 나한테 왜 이래요...


그리하여 전 세계 디즈니랜드를 다녀보겠다는 마음으로, 첫번째로 간 곳은 의외로 가장 최근에 생긴 상하이 디즈니랜드였다. 상하이 디즈니랜드는 사람이 워낙 많아 대표적인 두 가지를 탑승했는데, 그 중 하나는 바로 이 ‘트론’이다. 트론 영화를 본적은 없으나, 가장 눈에 띄었던 점은 ‘엎드려서 오토바이를 타듯’ 타는 방식이다. 


미래도시 같은 트론 놀이기구.


대개 앉아서 위에 안전바가 내려오는 방식의 롤러코스터가 대부분인거에 비해 엎드려서 타는 것은 굉장히 새로웠다. 이 트론이 워낙 인기가 많아, 퍼레이드가 시작되어 사람들이 거리로 몰린 틈을 타 입장하니 생각보다 빨리 들어갈 수 있었다. 여기서 짧은 에피소드를 하나 말하자면, 트론을 타기 위해 줄을 설 무렵 하필 배에서 이상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워낙 과민성 대장을 지닌 나로서는 등에 땀이 나는 순간이었다. 게다가, 하필. 이 놀이기구는 무려 오토바이 타는 것처럼 엎드리면, 안전바가 등 뒤에서 내려와 등과 배를 눌러주는 식의 구조로 되어 있다. 벌써 상상이 가지 않은가. 줄을 서서 기다리는 내내 EXIT 라고 써 있는 표지판을 볼 때마다 뛰쳐 나가야 하나를 수십번도 더 고민했다. 아무리 사람이 좀 적을 때 들어왔다 하더라도, 그렇다고 아예 없을 정도로 뻥 뚤린 것도 아니었기에 다음걸 타기 위해 다시 줄을 섰을 때 몇 시간이 걸릴지 짐작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정신력이 몸을 지배하기 시작한 걸까. 나는 아주 다행스럽게도 놀이기구를 타고 끝나고 내려올 때까지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고, 무사히 완주 후에 화장실을 갈 수 있었다는 해피엔딩. 


테마곡만 들어도 두근거리는 캐리비안의 해적

또 다른 놀이기구는 ‘캐리비안의 해적’이었다. 상하이 디즈니랜드에서 트론에 이어 꼭 타야할 것으로 언급되었던 것 중 하나라 선택한 것이었다. 롤러 코스터 같이 속도가 빠른 놀이기구도 좋아하지만, 배를 타고 가는 것을 특히 좋아하는 편인데, 캐리비안의 해적은 그 컨셉 답게 배를 타고 돌아보는 구성으로 되어있었다. 롯데월드의 ‘신밧드의 모험’ 정도로 캐리비안의 해적 영화의 모습을 구경하고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생각지도 못한 어마어마한 규모의 미디어 파사드에 놀라고 나와야 했다. 탑승 중엔 핸드폰을 꺼내지 말라는 안내 문구 때문에 아무것도 못 찍어서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영상으로 대체해본다. 


https://youtu.be/BP4JFCTlZ1U


6분 20초쯤 나오는 영상을 보면 분명 내가 탄 배는 제 자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짜로 바다 속에 있다가 위로 솟구쳐 오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 때 저절로 탄성을 지를 수 밖에 없었다. 최근에 생기고 있는 놀이공원에는 미디어 활용을 굉장히 많이 쓰고 있는 것 같다. 코로나 이후 놀이공원에 가기 어려워지면서 종종 유튜브에 올라오는 놀이기구 타는 뷰로 찍은 영상들을 보곤 하는데, 그 때 보이는 영상미들은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놀라움을 주고 있었다. 어릴 때의 나는 아날로그적 인간임을 주장하는데 망설임 없었으며, 디지털은 절대 아날로그를 능가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아날로그라는 ‘실체’가 주는 감동은 당연히 사람을 압도하지만, 디지털이라고 해서 그 감성을 완전히 무너뜨리지 않을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건설해서 놀라움을 주는 것도 좋지만, 기존에 존재하던 것에 새로운 시나리오와 새로운 그림을 덧붙이는 것. 도시를 캔버스로 만들어 새로운 스토리를 부여하는 것도 나름의 의미와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음이 즐겁게 느껴진다. 


강시를 막기 위한, 아홉번 꺾여 있는 구곡교.


짧은 상하이 여행 중에 가장 상하이스러운 곳을 꼽자면 예원이 아닐까 싶었다. 명나라 시대의 정원이라는 예원은 대만의 지우펀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전통식 건축들을 볼 수 있다는 볼 수 있다는 점도 그러했지만, 사람들이 워낙 많았다는 점이 가장 큰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예원 안에는 아홉번으로 꺾여 있는 다리를 뜻하는 구곡교가 있는데, 구곡교의 재밌는 점은 귀신(강시)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꺾인 구조로 만들어졌다는 설이 있다. 강시는 직진 밖에 못하기 때문이라고.



마지막 날에는 가볍게 와이탄 거리의 야경을 보며 걸었다. 동방명주가 유명하긴 하지만, 그곳까지는 건너갈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에 야경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와이탄 거리를 걷다보면, 한쪽은 굉장히 전통적이고 옛스러운 풍경이, 다른 한쪽은 초고층 빌딩들이 가득한 현대적인 풍경으로 나뉘어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급성장을 이루는 중국의 풍경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든지 크고, 웅장하고, 인해전술로 밀어붙이는 나라. 미국에 발을 디뎠을 때도 느꼈지만, 해외에 나갈 때마다 느끼는 생각은 정말로 세계는 ‘넓은 세상’이라는 점이다.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말이 있듯이, 미국이든 중국이든 정말로 이 넓디 넓은 땅에는 많은 기회가 있을 것만 같다. 여행을 가는 것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여행을 떠나고 나면 이 넓은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지 고민하게 되고, 돌아가서 어떤 계획을 세워야할지가 조금은 머릿속에 그려진다는 점이 내겐 중요한 요소가 되어 준다. 


와이탄의 왼쪽 풍경
와이탄의 오른쪽 풍경.



그나저나 두번째 디즈니랜드 도장깨기는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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