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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탈출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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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wnew Jan 12. 2019

3-1얼굴이 뭐라고

탈출일기 3. 외모강박1 

얼굴이 뭐라고


 다른 사람에게 좋은 모습으로 기억되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고자 하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있는 공통된 요소일 것이다. 나부터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하며 살아가니까. 이를 위한 자기검열도 꽤 심한 편이다. 나를 싫어하면 어쩌지? 나는 이 사람에게 어떻게 비추어지고 있을까? 이처럼 나에 대한 타인의 판단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었다. 문제는 이것이 내 내면의 모습을 다듬는 게 아니라, 외적인 면모를 가꾸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얼굴은 중요했다. 그것도 여자에게. ‘여자가 예쁘면 고시 3관왕’이라는 말은 다들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우리는 이런 뉘앙스의 이야기를 살아오면서 주기적으로 들었다. ‘예쁜 게 다’라는 외모지상주의식 이야기들. 매스컴에 노출되는 여성들의 과하게 이상적인 모습들도 한몫했으리라 생각한다. 어쩜 다들 큰 눈과 갸름한 얼굴에, 그렇게 어리고 보드라운 피부를 가졌는지. 물론 방송에 계속 노출되는 연예인이니 응당 그래야 할지도 모르지만. 문제는 티비를 통해 사회적 미의 기준을 학습하게 된 우리다.


 나는 어릴 적부터 스스로 콤플렉스라 생각했던 부분들에 끊임없이 신경 썼다. 넙데데한 얼굴형부터, 잡티와 트러블성 피부, 팔다리의 털들과 통통한 허벅지 등. 모두 개성이기 보다 고쳐야 할 것으로 생각했다. 이 모든 건 ‘예쁜 여자’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다. 티비 속 선망하는 연예인과 내 모습을 비교한 탓도 있을 거다. 이 시대 사회적 미의 기준은 주로 ‘날씬하고 매끈한’ 것이었기에. 거울 속의 나는 예선부터 탈락이었다.


 나는 점차 나를 꾸밀 수 있는 것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입술이 트지도 않았는데 색 있는 립밤이나 반짝이는 립글로스를 바른다든지. 외출할 때는 토X모리 아이라이너로 눈꼬리를 그린다든지 하는 식이었다. 물론 피부를 가릴 비비는 말 할 필요 없이 필수였다.


 그 시절 우리 사이에서 ‘화장’은 성인 여성이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니 학교에서 화장한다는 건 소위 말하는 ‘노는 애’들이나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실제로 교실 안에서 화장을 하는 애들은 눈에 띄었고, 선생님들께 지적받았다. 그러나 고등학교를 졸업할 시기가 다가와서는 이미 절반 정도의 학생이 ‘비비’쯤은 바르고 다니었다. 남녀공학이었던 특성도 작용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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