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일기 4. 불규칙한 식습관2
몰입하여 먹기
건강식에 대해 생각하다가 초심으로 돌아와 먹는다는 행위를 돌이켜 보았다. 온전히 집중해서 먹는다는 것. 나는 ‘먹는다’라는 행위에 온전히 몰입하고 있을까? 어느 날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생각했다. ‘핸드폰으로 퍼즐게임을 할까? 아니면 컴퓨터로 영상을 틀어서 보면서 먹을까.’
그런데 (자발적 고립)다큐를 표방한 예능 <숲속의 작은 집>에 출연한 소지섭과 박신혜의 식사 시간이 떠올랐다. 그들은 스스로 요리한 음식을 충실히 맛과 식감을 다 느끼며 먹고 있었다. 늘 자신을 지켜보는 카메라 앞이며, 촬영 현장에도 PD나 연출진들이 늘 주시하고 있을 텐데. 배우, 방송인임을 떠나서 온전히 먹는 것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적어도 내 눈엔 그렇게 보였다.
그런데 나는 어떻게 먹고 있지?
그리하여 내 식사 시간을 돌이켜보게 된 것이다. 조금이라도 급하게 먹으면 체하고, 조금 멍 때리고 씹다 보면 금방 배가 불러온다. 아직 맛도 제대로 못 본 것 같은데, 늘 아쉽게 수저를 놓는다. 그런데 영상을 보면서 먹는다든지, 핸드폰 게임을 하면서 먹는 식사 시간은 맛을 음미하는 행위를 방해받는 아까운 순간들이 아닐지.
일본의 <고독한 미식가>라는 드라마가 떠오른다. <고독한 미식가>에 나오는 중년 회사원은 작중에서 별다른 대사가 없다. 그저 표정의 변화와 나래이션으로 표현할 뿐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인기가 많은 걸까? 만화에서 드라마, 영화로까지 제작될 정도로? 나는 이를 ‘순수하게 음식에만 몰입하고, 느끼는’ 것이 포인트라고 본다.
그렇다면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나는 잘 먹었다고 느꼈나. 내 인생에 충격을 줬던 음식이 두 가지 있는데 바로 ‘연어 초밥’과 ‘규카츠’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다니? 한창 연어 무한리필집이 유행했을 때 틈만 나면 친구들과 약속을 잡았다. 연어만 몇 접시고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물리도록 먹어도 또 먹고 싶은 마법이었다. 규카츠는 가격대가 제법 높았기 때문에 자주는 먹지 못했지만, 입에 넣는 한입한입마다 온몸에 형언할 수 없는 행복이 퍼져나감을 느꼈다. 그리고 아주 잘 먹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극적으로 맛있는 음식 말고도 보통의 한 끼를 집중해서 먹는 방법은 없을까? 내 인생에서 강렬한 기억을 남긴 식사는 어떤 것이었는지 고민해보았다. 돌이켜 보았을 때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었다. 이를테면 인생 처음으로 양고기를 맛보았을 때, 마라샹궈라는 생소한 중국요리를 먹었을 때, 그 외에도 타국의, 타지의 음식을 처음 먹었을 때. 수많은 ‘인생 첫 음식’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처음 먹는 음식을 대할 때가 가장 진지하게 먹는 순간인 것을. 바로 낯설기 때문이다. 낯선 것에 대한 경계심이 오히려 그 음식을 진지한 태도로 대하게 해주었다.
미지의 순간은 두렵기도 하지만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처음 배운 것들은 늘 강한 기억으로 남는다. 한순간 순간을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먹는 일에도 낯섦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나처럼 놀고 먹고 마시는 것을 업으로 삼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는 기본적인 태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이제 먹기 전 찍는 SNS용 사진을 음식에 대한 예의라 생각하지 말고, 처음 보는 사람을 대하듯 음식을 대하기로, 충실하게 먹고 느끼는 것을 음식에 대한 예의 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