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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깡아지 Jul 12. 2023

몸은 멀어도 마음은 가까이

2년의 장거리 연애 후 결혼하는 커플의, 지속가능한 장거리 연애




나는 연애를 시작한 지 약 10개월 만에 지방으로 발령이 나는 바람에 장거리 연애를 시작했다.

회사에 큰 애착이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나름 시험보고 면접 봐서 어렵게 들어간 회사를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고작 지방 발령을 이유로 경력 2년차에 당장 그만두기는 아쉬웠기 때문에, 지방 근무를 결심했다.


새로 발령받은 근무지는 서울에서 자차로 3시간 걸리는 지방 소도시였는데, 자차도 없어서 고속버스를 3시간씩 타고 다녔다.

처음에는 당연히 장거리 연애라는 상황이 1년도 채 되지 않은 우리의 관계에 해가 될까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고 느낄 정도로, 우리는 한 번도 다투지 않고 아무 탈 없이 2년을 보냈다.

그 2년의 시간을 나름의 추억으로 흘려보내고 결혼을 준비하는 지금에서야, 우리의 장거리 연애가 지속 가능했던 이유에 관해 생각해보았다.





1. 장거리 연애는 희생이 아니다.


장거리 연애라는 상황은 일방적으로 한 쪽의 탓이 아니며, 한 쪽이 희생하는 관계도 아니다.

장거리 상황을 유발한 사람을 원망하는 것은 매우 미성숙한 관계이며, 이러한 감정을 가지고서는 그 연애를 지속하기 어렵다.


장거리 연애는 내가 (멀리 있는)이 사람이 좋아서 하는 거다. 다른 이유는 없다.



2. 중간에서 만나기보다는 한 쪽으로 가자.


나의 경우에는 본가도 서울에 근접한 경기도였고 내가 사는 지방에는 매 주말 시간을 보낼 만한 곳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항상 내가 서울로 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한 번도 왜 네가 오지 않느냐고 억울해한 적은 없었다. 한 사람이라도 편한 것이 훨씬 좋기 때문이다.

가끔 내가 살던 지역을 여행하고 싶어질 때, 한 계절에 한 번씩 짝꿍이 왔다.


다행히 나는 머리가 매우 좋지는 않아도 부지런함은 타고 났기 때문에(!) 매주 토요일 아침 8시 고속버스를 타거나 금요일에 퇴근하자마자 달려가서 고속버스를 타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버스를 오래 타다 보니 허리가 아파서 운동을 시작했고, 이 때 키운 체력은 나의 삶에 큰 자산이 되었다.


이동 거리를 비롯해서 무엇이든지, 딱딱 절반을 나누지는 말자.


   

3. 둘 다 자취하는 상황이라면, 장거리 연애를 겁낼 필요 없다.


나는 다행히 이러한 상황이었는데, 두 사람 다 자취를 하는 상황이라면 겁낼 것이 없다.

장거리 커플의 단점은 평일 퇴근 후에 만날 수 없고, 정확히 말하자면 ‘하루만에’ 만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함께하는 시간을 주말에 몰아서 채워야 한다.

그러나 주말 내내 밖에 있게 되면 체력과 돈이 많이 든다. 가뜩이나 먼 거리를 왔다갔다 하는데, 편히 쉴 공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한 사람만 자취를 하는 경우에는 장소가 있기는 해도, 만일 본가에서 거주하는 다른 한 사람이 자유로운 외박이 불가능하다면 아쉬운 상황이 발생한다.

둘 다 자취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장소조차 없어서 더욱 어렵다.

(이 두 경우는 내가 경험해보지는 않았지만, 지혜로운 커플이라면 좋은 방법을 찾을 거라 생각한다.)


둘 다 자취하는 상황이라면 장거리 커플 치고는 여건이 매우 좋은 편이니, 지레 겁먹지 말자.


4. 상대방을 1순위에 두자.


앞서 언급했듯, 장거리 커플은 주말밖에 만날 시간이 없다. 하지만 이틀뿐인 주말은 매우 짧다.

그런데 주말에 매번 만날 사람 다 만나고 남는 시간을 연인에게 내어준다면, 서운함이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우리는 사회인이기 때문에 친구나 가족과의 일정이 없을 수는 없다.

다른 일정이 생길 경우에 미리미리 공유하고 양해를 구하고자 하는 노력은, 상대방을 1순위에 둔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거리 커플이라면 더더욱, 상대방을 1순위에 두고 상대방이 이 사실을 확신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자.



5. 서로를 신뢰하고 혼자서도 잘 놀자.


장거리 연애의 치명적인 단점은 자주 만나지 못한다는 것인데, 그럴수록 더더욱 눈앞에 없는 대부분의 상황에서도 상대방을 신뢰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어차피 바람 날 사람은 근거리에 있어도 난다.


평일 저녁에는 상대방과 함께 있지 않더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며 잘 보내는 사람이 되자. 나의 경우에는 퇴근 후에 대학원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느라 외로움을 느낄 틈이 없었던 것 같다.


대신 바쁜 일상 속에서도 틈틈이 연락을 꼬박꼬박 하면서, 멀리 있어도 마음만은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서로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6. 그럼에도 마침내, 함께하기 위해 노력하자.


나는 지방 발령을 받았을 때 지금 당장 회사를 그만두기 아쉬웠을 뿐 이 지역에서 계속해서 살 마음은 없었으므로, 궁극적으로는 다른 회사로 이직하거나 퇴사하고 다른 일을 하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이 사실을 2년 동안 짝꿍과 솔직하게 의논했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았다.


즉 지금의 장거리 연애는 한정적인 기간일 뿐,미래에는 너와 함께 할 방법을 찾을 거라는 의지와 실천을 상대방에게 보여주는 것이 좋다.

나는 절대 양보 못해, 무조건 내가 사는 지역으로 와! 라는 태도라면, 이별밖에 답이 나오지 않는 경우를 주변에서 종종 보았다.


장거리 커플이라면 타협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평소에 서로 숨김 없이 솔직하게 이야기해보자.





장거리 연애의 결말이 한쪽으로 이주하여 결혼에 골인하는 것이든, 지속가능한 장거리 연애를 계속하는 것이든, 서로 좋아한다면 이것을 못할 이유가 없다.


장거리 연애라는 상황이 주는 제약은, 단지 '자주' 만나지 못한다는 것 뿐이다.

그러나 '자주 만나는 것'이 '행복한 연애'의 필수불가결한 조건은 아니다. (결혼이 아니라 연애니까. 결혼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장거리든 단거리든, 연애의 본질은 좋아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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