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화 중…
나는 학부 때 국문학을 전공한 인문학도(그중에서도 문사철!)이었고, 짝꿍은 융합전자공학을 전공한 공대생이었다.
우리 둘은 각자의 전공을 좋아했다. 짝꿍은 동일 전공 석사과정에 진학하여 AI를 연구했고, 나는 학부 때 글 써서 상도 여러 차례 받았던 문예창작부 고인물이었다.
좀 더 어린 시절로 돌아가보면, 나는 고등학생 때까지 새 국어 교과서를 받으면 수록된 소설만 죄다 읽어버리고선 생략된 나머지 부분을 궁금해하던 문학소녀였고, 짝꿍은 레고 조립과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고 수학을 잘 하는 학생이었다.
이런 우리가 어떻게 서로 잘 맞을 수 있었는지는 부모님을 포함하여 주변 사람들이 꽤나 궁금해했다.
나는 그 이유를 딱 한 가지만 꼽으라면 존경심(respect)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짝꿍이 일할 때 쓰는 코딩 언어를 전혀 모르지만, 시꺼먼 모니터 속 빽빽한 코드들을 보면 그저 대단해 보일 뿐이다.
컴퓨터를 직접 조립하는 것을 구경할 때에는 한 시간에 한 번씩 감탄했다.
짝꿍은 내가 생각나는 것들을 금세 적절한 언어로 풀어내는 것을 신기해한다. 본인이 글을 쓸 때는 한국말이라도 적절한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아 '버퍼링'이 걸리거나, 말들이 두서 없이 쏟아져나온다고 한다.
내가 모르는 분야를 잘 한다는 사실은 서로에 대한 존경을 넘어서 경외심마저 들게 했다.
심지어 그 사람이 본인의 일을 실제로 잘 하는지 못하는지조차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서로는 평가의 주체가 아닌 그저, 안전지대가 된다.
내 일의 성과에 대해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 겁낼 이유가 전혀 없고, 오로지 서로에게는 연인으로서의 역할으로만 존재하는 것이다.
이건 여담인데, 퇴사를 앞두고 진로에 대해 고민할 때 짝꿍은 이러한 비유로 나를 감탄하게 한 적이 있다.
"코딩에는 greed 탐색이라는 게 있어. 순간순간의 최적화만 하는 탐색인데, 매 순간 가장 이득인 방향을 찾는 알고리즘이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그게 옵티멀리즘이 아닐 수도 있기도 해. 내가 봤을 때 지금의 너에겐 회사에 남아있는 게 greed 탐색일 수 있을 것 같네."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에는 좀더 앞까지 내다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말을 공대생의 언어로 표현한 것이었다.
최근에는 재미있는 일이 있었는데, 웨딩촬영 소품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우리는 아이디어를 내서 웨딩피켓을 조금 특별하게 만들어보기로 했다.
보통 이렇게 생긴 웨딩피켓을
짝꿍 : std::cout<<'Marry Me?'
나 : 좋아!
우리가 각자의 언어로 말할지라도, 진심을 찰떡같이 알아듣는 부부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