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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깡아지 Dec 03. 2017

인간으로서, 인간만의

한나 아렌트,『인간의 조건』



2차 세계대전 때 홀로코스트 대학살이 있었다. 나치는 유대인들을 수용소에 가둬 놓고 무자비하게 죽였다. 그러나 나치는 독일 국민의 10%에 불과했는데 왜 90%의 독일 시민들은 홀로코스트를 막지 않았을까?



악의 평범성, 사유하지 않음


전체주의란 개인은 전체 속에서 비로소 존재가치를 갖는다는 주장을 근거로 강력한 국가권력이 국민생활을 간섭·통제하는 사상 및 그 체제이다. 한나 아렌트는 나치의 전범인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과정을 취재하러 예루살렘에 간다. 그러나 아이히만은 특별히 악한 사람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은 상부의 명령에 순응한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자행됐다. 즉 아이히만의 악마적 성격 때문이 아니라 그가 단지 아무 생각 없이 주어진 명령에 따랐기 때문이었다. 한나 아렌트는 이것을 악의 평범성이라고 불렀다. 악이 평범하다는 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근본악이 있다는 것이다. 


재판받는 아이히만 (이미지 출처 :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nopainnogain_j/221897254300)



한나 아렌트의 일생


한나 아렌트는 유태인이었지만 계몽된 집안에서 자랐다. 어머니는 어린 한나에게 선생님이 반유태인적 발언을 하면 그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돌아오라고 말할 정도로 저항의식을 가르쳤다. 자신이 유태인이라는 아렌트의 의식과 이에 따른 부당한 대우에 저항하는 지성적 대결은 홀로코스트를 겪기도 전인 어린 시절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어린 한나는 그래서 친구들과의 놀이보다 책에 빠져들었다. 아렌트는 하이데거가 강의하는 마르부르크 대학에 진학했다. 여기서 이미 기혼자였던 35세의 하이데거는 아렌트의 스승이자 연인이 되었다. 하이데거는 그녀의 사상 전반에 큰 영향을 주었다.


한나 아렌트 (이미지 출처 :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magicpink30/221381515090)



정치적 행위능력의 상실


전체주의의 원인은 지극히 평범한 누구나 가지고 있는 근본악이 발현되었기 때문이고, 그 근본악의 원인은 사고력의 결여에 있었다. 전체주의는 정신적 차원에서의 ‘사유하지 않음’과 실천적 차원에서의 ‘정치적 행위능력의 상실’에 의해 야기되었다. 앞의 내용이 사유하지 않음에 대한 것이었다면, 여기서 살펴볼 것은 ‘정치적 행위능력의 상실’이다.


우리는 고대에서 근대로 넘어가면서 정치적 행위의 자율성을 상실하게 되었다. 고대에는 노동을 경멸하고 노예 따위나 하는 일로 여겼다. 그리고 시민들은 노동을 노예한테 맡기고 확보한 자유시간에 정치에 참여하였다. 그러나 근대 사람들은 노동이 우리가 소유할 수 있는 생산물을 주기 때문에 보편적 활동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자유시간은 사적 영역에서 여가를 즐기는 시간이 되었다. 그러한 사적 영역의 확보가 노동의 목표가 되었고, 공적 영역의 정치적 행위는 등한시되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홀로코스트 만행을 소재로 한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아모르 문디


근대사회의 기술적 발전 역시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을 목표로 하는 것이었다. 기술발전으로 인한 노동의 종말을 경계했던 제레미 리프킨처럼 한나 아렌트도 이와 비슷한 생각이었다. 2차대전 중에는 전체주의와 근본악으로 나타났던 것들이 2차대전이 끝나고 난 후에는 기술적 전체주의와 기술의 근본악으로 다시 발현되었다. 


기술의 발전은 인간에게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전체주의와 맞닿아 있다. 아렌트는 “나치정권이 전체주의의 정치적 실험이었다면 과학적 전체주의는 이제 ‘전세계와 지구를 도구화’하고 있는 것이다.“라며 이러한 기술적 전체주의를 경계했다. 한나 아렌트는 근본악을 경험한 후에도 아모르 문디, 세계를 사랑하라고 말하며 공공성과 세계애를 강조했다.


"사유의 바람이 드러나는 건 지식이 아닙니다. 옳은 것과 그른 것, 아름다운 것과 못난 것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그리고 나는 이런 사유가 사람들에게 파국을 피할 수 있는 힘을 주기를 바랍니다."    
- 영화 <한나 아렌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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