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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깡아지 Jun 28. 2023

너는 나의 당연한 미래다

20대에 결혼을 결심한 이유




작년에 우리는 2024년 봄에 결혼하기로 정하고 서로의 가족을 만나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나의 가까운 지인들은 이 이야기를 듣고선, 이른 나이(우리는 올해 만 28세 동갑내기 커플이다.)에 결심한 이유가 있느냐고 질문했다.

받은 질문들에 대답을 하는 일은 결혼에 관한 가치관을 더 견고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미래의 자신을 그려보면 곁에는 당연히 서로가 있었기에, 결혼 또한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왜 결혼할 결심을 했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안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우리는 둘 다 하루빨리 가정을 이루는 것을 꿈꿨기 때문에 근본적인 가치관이 일치하기도 했다.

좀 더 낭만적으로(?) 대답하자면, 만나서 같이 놀다가헤어져 각자의 집으로 가야 하는 시간이 아쉬웠다. 

계속 함께 있고 싶었고, 언제나 당연하게 함께하는 가족이 되고 싶었다.


나는 이러한 (어쩌면 명확하지 않은) 대답들을 했고, 여전히 변함 없다.

더 구체적으로 답하느라고 고민하다 보면 의도치 않게 하나하나 따지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무작정 내 편을 들어줄 지인들은 앞에서는 더...



우리는 3년이 넘는 연애 기간 중 무려 절반 이상인 2년 동안을 장거리 커플로 지냈다.

사귄 지 1년만에 내가 지방에 있는 본사로 발령을 받았던 것이다.

처음에는 물리적 제약으로 인해 우리 관계에 금이 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없지는 않았지만, 

지나고 보니 별 일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장거리, 즉 주중에 만날 수 없고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바로 달려갈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우리에게는 별다른 타격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전주와 서울을 오가며 주말마다 만났다.

전주에는 놀 곳이 많지 않고 나의 본가도 경기도에 있었기 때문에 열에 아홉은 내가 서울로 올라갔지만, 

힘들다는 생각은 절대 들지 않았다.

힘든 순간은 단지 일요일 저녁에 시외버스 막차를 타고 전주에 내려가야 하는 순간 뿐이었다.



지방 발령과 대학원 졸업, 그의 입사와 나의 퇴사...

20대 후반은 가장 불안정한 시기였지만, 이 시간들을 함께 통과하며 서로의 곁을 지켜주었기에 

우리 사이가 더욱 견고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너무나도 잘 맞는 성격 덕분에 한 번도 싸우지 않고 안정적인 연애를 했고, 

충만한 애정은 서로의 삶에 안전지대가 되었다.

이렇게 굴곡 없는 오랜 연애는 우리 둘 다의 삶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나는 그의 자신감에서 비롯하는 관대함과 너그러움이 좋았다. 

아낌 없는 애정으로 나를 전혀 불안하지 않게 해서 좋았고, 대화가 재미있게 잘 통해서 좋았다.

그는 나의 꾸준함과 호기심, 다채로움을 좋아했다.



올해 봄부터는 본격적으로 결혼 준비를 시작하면서 집, 혼수, 결혼식 등에 관한 것들을 하나하나 알아보기 시작했다.

맨날 뭐먹지, 주말에 뭐하지, 같은 고민만 하다가 '내가 집을 알아보다니, 결혼식장에 상담하러 가다니...' 하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돈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함께 살기 위한 준비들은 우리에게 즐거운 여정이 되고 있다.

크고 작은 의사결정들을 하면서 서로를 더욱 깊이 알아가는 중이다.

둘이 되어 살아갈, 무수한 내일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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