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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il Madigun Apr 10. 2016

Walkholic Couple in Japan(2)

긴길나그네 커플 in 일본(2)

슬슬 우리들의 본성을 눈뜨게 해 준 두 번째 날.

아침밥을 먹으러 아키하바라의 아키바 이치로 이동했다. 여기서 처음 우리는 우리의 본성과 마주했다.

뭐먹지...

이 때 느꼇어야했다. 우리는 결코 밥집을 찾아다니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우리에게 밥이란...


오카무라야의 고기정식

결국은 아무렇게나 들어간 곳은 의외로 니쿠메시가 유명한 오카무라야.

사실 유명한 집이란걸 전혀 모르고 들어갔지만, 비싸지 않은 가격에 굉장히 푸짐하게 나온 고기반찬은 우리에게 앞으로 일어날 험난한 여정을 이끌어나갈 칼로리와 체력을 만들어 주었다.

정말로 아무런 계획없이 들어간 음식집에서 맛있게 밥을 먹고 나오니 스멀스멀 본성이 기어나오기 시작하였다.

걷기... 그것이 시작되었다.


우에노 공원


우에노공원 가는 길목의 동양과 서양이 섞인 독특한 주택

그렇게 우리는 아키하바라에서 우에노공원까지 걷기 시작했다. 대략 1.8km. 이것이 우리의 첫 걸음이었다.

원래 필자는 걷는 것을 좋아한다. 어지간히 멀지 않은 거리는 그냥 걸어다니는게 편하고, 친구가 놀러오면 종로3가에서 캔맥주를 들고 청량리까지 터벅터벅 이야기하면서 걷기도 자주 했으니... 

걷는 것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변의 풍경들을 천천히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은 자동차, 기차, 비행기처럼 편하고 빠른 교통수단이 많다보니 주변의 풍경에 주의를 기울이는 일이 쉽지가 않다. 하지만 걷다보면 평소에는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우리 주변의 소소한 풍경, 아기자기하게 세워진 집들, 지나다니는 사람들과 강아지들처럼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특히, 일본은 한국처럼 아파트와 빌딩이 숲을 이루고 있는 삭막한 풍경보다는 아기자기하고 낮은 개인 주택들이 많아 볼 것들이 더 푸짐(?)하다는 점에서 걷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다.


그렇게 조금 걷다보니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우에노 공원에 도착했다. 지난 해 우에노 공원에 왔을 때에는 비가 추적추적내리고 있어 을씨년스럽고 사람도 거의 없는 조용하고 고즈넉한 풍경이었다. 거기에 그런 우에노 공원에 아주 잘 어울리게 지어놓은 스타벅스는 많은 외국인들이 들려가는 하나의 명소로 자리를 잡고 있다.

비오는 우에노 공원의 스타벅스(2015.02)

이번에 찾아간 우에노 공원은 지난 해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날씨도 제법 따뜻해졌고, 하늘도 맑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친구들과, 연인들과, 그리고 애완견들과 함께 많이 산책을 나와있었다. 지난번과는 다른 입구로 들어가다보니 더욱 새로운 느낌.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손을 잡고 공원을 거니는 기분은 우에노 공원을 또 새로운 곳으로 다가오게 만들어주었다.

처음으로 누피가 사진으로 등장한 우에노 공원(2016.02)

아쉬웠던 점은 우에노 공원의 명물인 우에노 동물원이 우리가 방문한 월요일이 휴원일이라는 점. 덕분에 동물원 방문은 지난 번 우천과 함께 또 실패. 자연스럽게 이동한 스타벅스는 만석.... 모든 계획들이 다 실패하는 상황이 시작되었다.

우에노공원 스타벅스 맞은 편 파크사이드 카페

결국 숙제를 해야하는 누피가 앉아있을 수 있는 스타벅스 맞은 편의 카페로 이동하였다. 다행스럽게도 아무런 계획없이 방문한 카페 아메리카노가 담긴 주전자와 귀여운 잔을 주는 의외의 멋드러진 카페였다.

열심히 숙제를 하는 누피를 보면서 커피를 마시고 있노라니 뭔가 뿌듯하면서도 여유로운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우리나라가 아니라 우리 두 사람을 아는 이가 없는 생면부지의 해외에서 이런 여유를 부리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나중에 나이 들어서 둘이 함께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면서 이런 여유를 즐기는 모습을 상상하게 되었다. 너무 앞서나가는건가...

숙제를 하다가 막히는 부분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찾아보고 공부하고 설명하고 하면서, 그동안 스스로 얼마나 공부에 소홀했는가도 느끼면서 함께 공부하는 즐거움을 다시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우에노 공원의 벚꽃 맨홀 뚜껑(2015.02)

누피의 숙제를 마시고 우리는 여유롭게 공원을 거닐었다. 까마귀도 보고, 금딱지가 빤딱거리는 도쇼구(東照宮)도 보고, 기요미즈 간논도(清水観音堂)도 보면서 여유로움을 만끽했다. 

그리고 발견했던 도쿄 우에노 공원의 맨홀 뚜껑. 여기에 대해서는 다시 이야기를 하겠지만, 우에노 공원의 맨홀 뚜껑이 새로운 프로젝트의 시작을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손잡고 공원을 한 바퀴 둘러보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였다.



아사쿠사 신사에서 스카이트리까지


아사쿠사 신사 옆 골목길

우에노 공원을 나와서 향한 곳은 아사쿠사 신사. 신사에서 오미쿠지도 뽑고, 슬프게 둘 다 凶이 나와서 종이를 묶어두고 왔다. 

아사쿠사를 떠나서 우리가 향한 곳은 스카이트리. 슬슬 해가 지기 시작하는 아사쿠라의 골목길은 일본의 향내가 물씬 풍기는 모습이었다. 신사 근처의 거리에서 느껴지는 옛스러운 일본의 모습과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켜지는 다양한 모습의 등들의 모습은 아름다운 모습을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아사쿠사를 떠나 도착한 곳은 스미다 강(隅田川). 

스미다 강에서 바라보는 스카이트리, 스미다 강의 풍경, 강가의 고풍스러운 일본 주택, 그리고 스미다 강변의 누피

스미다 강변은 강을 따라 걸을 수 있는 길가와 함께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원이 함께 조성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일본을 돌아다니면서 부러운 점은 바로 이런 일상적인 공간에 대한 활용(?)들이다. 일반 주민들이 살아가는 주택가 근처의 강가, 길가들을 쉽게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서 시민들의 휴식처로 만들어 놓은 곳이 곳곳에 쉽게 볼 수 있다. 서울에 비해서 공원도 많이 있고, 특히 자전거를 타거나 애완견들과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을 항상 볼 수 있다.


스카이트리와 동구리공화국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걷다보니 어느덧 스카이트리에 도착. 1.7km라는 거리가 짧게 느껴질 정도로 재미있게 걸어서 도착한 스카이트리는... 너무 복잡했다. 스카이트리에 올라가기 전에 찾으려고 했던 곳은 지브리 스튜디오의 캐릭터샵인 동구리공화국(どんぐり共和国).

동구리공화국(どんぐり共和国) 스카이트리점 

필자는 지브리 스튜디오(이하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이웃집 토토로의 토토로나 마녀배달부 키키의 검은 고양지 지지 등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들은 언제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면들이 많다. 애니메이션 자체에서 던져주는 다양한 환경보호적인 메시지들도 내가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마녀배달부 키키의 검은 고양이 지지

의외였던 점은 누피도 지브리의 애니메이션들을 좋아한다는 사실이었다. 더욱 놀라웠던 점은 좋아하는 캐릭터가 마녀배달부 키키의 검은 고양이 지지라는 점.

그리고 지지의 모습이 나랑 닮았다며 좋아하는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이번 일본 여행의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는 이렇게 내가 모르던 누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다시 스카이트리로 돌아와 전망대로 올라가서 본 일본의 야경은 역시나 그다지였다. 일본은 우리나라에 비해서 전기절약 등의 문화가 많이 발전한 국가다보니 불빛이 찬란한 도시의 야경을 보기에는 그렇게 좋은 조건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서울이야 야근하는 직장인들의 애환이 녹아든 아름다운 야경이 존재하지만 일본의 야경은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기에는 아무래도 약한것이 사실이다. 뭔가 위에서 바라보는 모습보다는 저 불빛 속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조금 더 아름다운 그런 곳이 일본이라고 생각된다.

스카이트리에서 내려다 본 도쿄의 야경

스카이트리를 마지막으로 도쿄에서의 두 번째 날도 마무리가 되었다. 이번에는 지하철을 타고 숙소까지로 돌아갔다(스카이트리에서 아키하바라는 4km라 하루종일 걸은 뒤에 또 걷기에는 애매한 거리).


서로가 걷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첫 날. 그렇게 우리의 걷기는 점점 더 익스트림해지기 시작했다.




Routes & Steps

Day02 | 16.88km / 23,107 steps | 아키하바라 - 우에노 - 아사쿠사 - 스미다강 - 스카이트리 - 아키하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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