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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il Madigun Apr 18. 2016

Walkholic Couple in Japan(4)

긴길나그네 커플 in 일본(4)

일본에서 맞이하는 네 번쨰날은 도쿄를 떠나 오사카로 가는 날이었다.

원래는 신칸센을 타고 대지를 달려서 오사카로 떠나고 싶었으나 정말로 신칸센의 요금은 살인적이었다. 1인 편도 금액이 무슨 2인 편도 비행기 값이니 가격을 보고 나면 사실 탈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한번 정도는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비행기 값과 나란히 놓고 보면 쉽사리 선택하지 못하는 그런 금액이다.


나리타 공항으로


전날 부랴부랴 싸놓은 캐리어를 끌고 나리타 공항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에 다시 몸을 실었다.

필자는 일본으로의 입국을 나리타로 하다 보니 NEX(Narita Express)를 이미 왕복으로 끊어놓은 상태였고, 누피의 경우에는 하네다로 입국을 해서 결국 별도로 편도 NEX를 구매하였다.

NEX의 캐리어 전용 보관장소

나리타 공항을 이용한다면 NEX 왕복이 굉장히 편한 교통수단이라고 본다. 일반 지하철에 비해서는 가격대가 있는 편이지만 가격만큼의 값어치를 충분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관광객들의 캐리어를 잠금까지 해서 보관할 수 있는 별도의 보관 장소는 물론 좌석도 무료 지정석이다. 왕복권을 끊게 되면 나리타로 돌아가는 표의 경우 미리 지정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추후에 돌아가는 지하철역에서 차량 시간은 물론 좌석까지 맞춰서 지정할 수가 있다. 여러 가지 면에서 봤을 때 도쿄를 여행한다면, 그리고 나리타 공항을 이용한다면 NEX를 강력하게 추천하는 바이다.

잠시 또 이야기가 엉뚱한 NEX 찬양으로 흘러갔지만 우리는 그렇게 신나게 캐리어들과 함께 여유를 즐기며 나리타 공항을 향해서 달려갔다. 캐리어를 실으면서 실수로 비밀번호를 설정하는 와중에 잠금을 해버려 종점까지 갈 뻔도 했지만, 순간적으로 본 번호가 맞아서 정말 다행히도 정상적인 비밀번호로 캐리어를 봉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린 이게 끝인 줄 알았다.
역시 뭔가 께름칙하면 집고 넘어가야 하는 게 맞지만 우리에겐 그런 건 없다.
못 먹어도 Go!니깐...



문제는 하차시에 발생했다. 편도로 끊었던 NEX 티켓이 뭔가 잘 못 되어 있었다. 개찰구에서 티켓을 먹어버리고는 조용해져 버린 것. 생각해보면 심각하게 가격이 저렴하긴 했다. NEX 왕복이 4000엔인데 1500엔에 끊고 탓으니깐, 조금만 생각했어도 이상하단 걸 느낄 수 있었을 텐데 우린 그런 거 모른다. 일단 탄 거다.
개찰구에서 직원과 어떻게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데 다행히 한국 여성분이 옆에서 우리의 상황을 보고 도움을 주셔서 생각보다는 쉽게 개찰구를 빠져나와 공항으로 향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여행지 오사카


우리가 오사카로 이동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아주 저렴하디 저렴한 피치항공. 정말로 가격만큼의 서비스만 제공해주기는 하지만 한 시간 정도의 짧은 비행거리 정도면 그리 나쁘지만도 않은 선택이라고 본다. 일단 정말 싸다.

필자와 누피의 여권 그리고 피치항공권

대략 한 시간 반 정도의 비행을 끝마치고 우리가 내린 곳은 간사이 국제공항, 통칭 KIX였다. 공항에 내려서 가장 먼저 고민했던 것은 앞으로의 일정이었다. 이미 지난 사흘간의 여정을 통해서 우리에게 일정이란 놈이 대부분 쓸모없는 존재란 것은 깨닫았지만, 간사이 지방 여행이다 보니 패스권에 대한 고민이 강해진 탓이었다. 가이유칸을 비롯한 여러 관광포인트들에 대한 특전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었고, 상대적으로 교통비가 비싼 일본에서 패스권은 선택이라기보다는 필수에 가깝기는 하다.


하지만 우리에겐 짧지만 튼튼한 두 다리가 있다.


결국 우리의 선택은 오사카 주유 패스 2일권. 어차피 무료 특전만으로도 본전은 뽑을 수 있는 녀석이기에 가장 무난하고 단순하게 선택했다. 간사이 국제공항에서 우리의 숙소가 있는 쿄바시까지는 도쿄에서처럼 별도의 Express 선들이 존재하긴 한다. 하지만 간사이의 경우 가격에 비해 특별히 빠르다거나 편한 점들이 적어 많이들 이용하지는 않는 분위기이다. 우리는 JR선(주유 패스로는 JR을 탈 수가 없다. 근데 이게 은근히 서럽다.)을 이용하여 쿄바시 숙소까지로 이동했다.

간사이 국제공항에서 숙소로 가는 길의 하늘


이곳은 오사카인가 한국인가


쿄바시 숙소에 짐을 대충 풀어놓고 우리의 첫 오사카 탐방은 시작되었다.

출발하기 전에 우리의 체력 보충을 위해서 쿠레오루(くれおーる)에서 사 먹은 다코야끼는 정말로 지금까지 필자가 먹어본 다코야끼들 중에서 단연코 최고의 맛을 보여주었다. 물론 엄청 뜨거워서 먹는데 애를 먹기는 했고, 앉아서 먹은 게 아니라 길바닥에 서서 먹었긴 했지만 그건 맛 하나로 다 커버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게 생긴게 이래도 엄청 맛있다.

배를 채운 후 떠난 목적지는 도톤보리. 쿄바시에서 지하철로 니혼바시까지 이동한 뒤 걷기 시작했다. 도톤보리는 몇 년만에 다시 찾았지만 역시나 하나도 변한 점은 없었다. 도톤보리의 상징인 구리코 러너와 돈키호테는 여전히 건재하였고, 오사카 최고의 번화가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늦은 시간임에도 휘양 찬란한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다만 구리코 러너는 과거 네온사인 버전에서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화려한 영상미를 뽐내는 디스플레이 버전으로 진화하였다.

진화한 구리코러너와 화려한 도톤보리의 야경

도톤보리 강을 따라 걸으면서 처음에는 리버 크루즈를 타고 야경을 관람하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이것 역시 Fail.

길거리 영상에 찍힌 필자와 누피

결국 도톤보리를 걸으면서 길거리 영상에도 찍혀보고, 그렇게 우리는 우메다로 발길을 옮겼다. 우메다로 발길을 옮기게 된 이유는 역시나 HEP FIVE! 오사카에 존재하는 거대한 대관람차 두 기 중 하나가 바로 우메다에 있는 HEP FIVE이다. 쇼핑몰 위에 얻혀져있는 모양새로 있는 HEP FIVE는 나름 오사카의 명물 중의 하나. 쇼핑몰 역시 장사가 잘 될 것처럼 잘 꾸며놓았다. 다만 오사카 관광지의 가장 큰 단점이라고 한다면 역시 내가 일본에 있다는 느낌을 받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전방 공사중을 알리는 귀여운 푯말

특히, 오사카 주유 패스의 특전이 있는 무료 관광지의 경우는 그 정도가 더 심한데 줄을 서 있는 사람들 중 80%는 한국인이라고 생각한다면 이해가 되려나 싶다. 적어도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은 다들 한국어로 대화를 하고 있다. 과연 여기가 오사카인지 서울 명동인지 알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한국인 인파의 행렬에 살포시 숟가락을 얻는 이유는 HEP FIVE를 비롯한 오사카 주유 패스의 특전들이 놓치기는 아까운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HEP FIVE 역시 이런 면에서 포기하기 쉽지 않은 선택지임에는 분명하다. 결국 우리는 HEP FIVE 관람차를 즐기고 요시노야에서 늦은 저녁식사 후 돈키호테에 들러 쇼핑 삼매경에 빠졌다. 나중에는 저거 몇 푼 때문에 내가 이 줄을 기다리면서 Tax Refund를 받아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지만, 결국은 세금 정리까지 모두 마치고 아주 아슬아슬하게 막차를 탑승하여 숙소로 귀가할 수 있었다.


이렇게 우리의 오사카에서의 첫날도 흘러갔다. 오사카에 머문 이틀 동안 숙소의 사진을 찍지 못한 이유는 그만큼 오사카에서의 여행이 우리가 지칠 정도로 익스트림했던 부분도 있었으며, 거기에 모든 것의 화룡점정을 찍어주는 맛있는 맥주들이 있었기 때문에다. 그리고 그렇게 또 잠이 들어버린 우리에게는 도보여행의 정점을 찍어내는 오사카에서의 둘째 날이 찾아온다.




Routes & Steps

Day 04 | 13.60km / 18,305 steps | 도쿄 - 간사이공항 - 쿄바시 - 난바 - 우메다 - 쿄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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