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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il Madigun Apr 20. 2016

Walkholic Couple in Japan(5)

긴길나그네 커플 in 일본(5)

본격적인 오사카 관광이 시작된 다섯 번째 아침이 다가왔다. 그리고 이 날은 우리의 Walkholic의 정점을 찍은 그 마성의 날이기도 하다. 오사카에 왔으면 역시 오사카 성은 가주는 것이 도리이니만큼 우리는 일어나자마자 오사카 성을 향해 떠났다. 날씨는 맑고 쾌청했으며 따뜻했으며 늘 그래왔던 것처럼 숙소를 나온 우리는 오사카 성까지 걷기 시작했다.


맑은 하늘 아래의 하얀 오사카 성


파란 하늘, 하얀 구름, 그리고 더 하얀 오사카 성 천수각

오사카 성은 필자에게는 굉장히 독특하면서도 즐거운 공간이다. 특히 이 날과 같이 날씨가 좋은 경우에는 사진을 찍기 너무나도 좋은 곳이다. 탁 트인 하늘과 조금은 독립적으로 세워져있는 오사카 성 천수각은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서 그 느낌이 다르게 느껴지는 독특함이 있다. 게다가 필자와 누피처럼 산보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도 오사카 성은 굉장히 추천할 만한 장소이다.

물론, 처음 오사카성이 설계되었을 당시에는 전쟁을 전제하고 구축이 되었을 것이다. 주요 인물들이 기거할 수 있는 천수각과 그들을 보좌하고 보호해야 할 많은 가솔들이 기거할 수 있는 넓직한 공간, 그리고 외적의 침입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도록 공간자체를 둘러싸고 있는 해자는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고려되었을 것이다.

해자로 둘러싸인 오사카 성과 멀리 보이는 천수각

하지만 현재의 오사카 성은 전쟁과는 거리가 멀다. 대신 천수각 내부는 일본인들에게는 하나의 역사 문화 공간으로 공개되어 있고, 외부는 관광객들에게 아름다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가솔들이나 병사들이 기거했을 천수각 주변 공간은 하나의 공원으로써 산보를 즐기는 많은 이들에게 그 공간을 양도하고 있다. 외적의 침입을 막는 해자는 오사카 성을 단순히 덩그러니 놓인 공간을 벗어나 다리를 건너고 때로는 강처럼 때로는 호수처럼 새로운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이하는 입구의 역할을 하고 있다.


햇빛을 받아 빛나는 천수각과 공원이 되어버린 천수각 주변 공간

오사카 성은 단순히 천수각과 주변 공간이 존재하는 것만이 아니라 매화림과 같은 주변의 경관들도 아름답게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에는 매화가 만개한 시기가 아니라 조금은 삭막할 수 있었지만 매화가 꽃몽우리가 져서 앞으로의 아름다움을 예고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재미가 있었다.

슬슬 물이 오르고 있는 매화가지와 하늘

일본의 관광지들 중에서 문화나 역사와 관련된 곳들을 방문하면서 느끼는 점은 우리나라처럼 울타리를 쳐놓고 멀찌감치 떨어져서 바라보는 형태가 아니라 그 안에서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해당 유산들이 훼손되지않고 매우 깨끗하게 관리가 되어있다. 어느 정도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이러한 문화 유산을 대하는 태도적인 부분과 일본의 그것이 다름도 있겠지만, 그 근저에는 일본 정부에서 이러한 문화 유산을 관리하는 방식도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물론 문화 유산들은 보호받아야하고 유지되어야하는 소중한 것들이다. 하지만 결국 그것도 사람을 위해서 존재한 것들이고 사람과 함께 하면서 그 의미가 유지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경우에는 열린 공간으로 만들어 자국의 국민들은 물론 외국의 관광객들까지도 함께 그 모습을 만들어 가도록 만들고 있다. 그러면서도 훼손 등에 대해서는 많은 시간과 인력, 자금을 투입해서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것들은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배워야하는 모습이 아닌가 생각된다. 무조건 예전의 모습을 유지하고 보호하기 보다는 현재의 모습까지도 유산들이 담아내어 더 깊은 풍미와 의미를 만들어 내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문화 유산 보호의 방법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쿠아라이너와 KOHYO 슈퍼마켓


오사카 성을 떠나서 우리가 향한 곳은 아쿠아라이너를 탈 수 있는 수상 정류장이었다. 오사카는 물의 도시로 불리기도 할 정도로 바다와 가깝고 도심을 여러 줄기의 강들이 흐르고 있다. 아쿠아라이너는 이러한 도시 내의 수로를 통해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수상 운송 수단으로 존재하고 있다. 우리의 목적지는 요도야바시. 궁극적으로는 덴포잔으로 가기 위한 지하철 노선을 탑승하기 위한 선택으로 아쿠아라이너의 전 코스가 아닌 절반의 코스만을 탑승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고급진 모습의 아쿠아라이너 내부4

아쿠아라이너는 굉장히 납작한 형태의 모습으로 거의 수면에 가까울 정도로 낮은 높이를 유지하고 있다. 내부는 생각보다는 쾌적하고 고급스러웠고, 바로 옆에 강의 수면이 보이는 느낌은 보트나 유람선과는 색다른 경험을 가져다 주었다. 그 와중에도 유리 파쇄용 망치를 찾는 누피(전공이 Public Health이시다)를 보는 것은 나만의 즐거움.

아쿠아라이너를 타고 요도야바시에 도착한 뒤에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일본 여행을 시작한 이후 가장 따뜻한 날씨인데다가 슬슬 걷는 것에 대해서 발동이 걸리다보니 점점 걷는 거리는 늘어나고 있었다. 그 와중에 발견한 슈퍼마켓. KOHYO 슈퍼마켓이었다. 요도야바시는 오피스 거리이다.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종로나 테헤란로 정도의 느낌이 물씬 나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비슷할 것이다. 그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는 슈퍼마켓은 우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좋았고, 그 안에서 발견한 지역 맥주는 우리의 이성을 그대로 마비시켰다.

점심시간이 다가왔다라는 아주 적절한 핑계거리와 함께 스시와 오코노미야끼, 그리고 우리를 반하게 만든 맥주를 구입해서 슈퍼마켓 내부의 식사 코너에서 점심식사를 즐겼다.

KOHYO 슈퍼마켓에서 즐긴 점심식사

편의점을 비롯하여 일본의 도시락들은 먹을 때마다 느끼지만 그 퀄리티가 매우 상당한 편이다. 스시는 회가 도톰하고 밥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고, 오코노미야끼는 재료부터 소스까지 도시락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맛있었다. 먹다가 발견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해당 매장에서는 음주는 금지다(물론 우리는 알고도 멈추지 않았다...). 또한, 먹으면서 주변을 둘러보면서 느낀 점은 일본은 굉장히 개인적인 부분을 중요시 한다는 사실이었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먹고 하는 것을 모든 음식점에서 배려받고 중요한 고려사항이 된다. 우리나라는 혼자 밥을 먹거나 하면 친구가 없거나 왕따를 당하는 것처럼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비추어지고, 그런 사람들을 혼자 두어서는 안된다는 일종의 오지랖 문화가 매우 발달한 반면. 일본의 경우에는 남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된다라는 배려가 지나친 부분이 있다보니 오히려 서로간의 대화나 친밀감이 적어지고 혼자 무언가를 하는 것이 더 보편적으로 깔려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정신이 가출했던 덴포잔


점심식사라고 적고 음주라고 읽는 시간이 지나간 후 우리가 도착한 곳은 오사카 항 근처의 덴포잔이었다. 덴포잔에는 그 유명한 덴포잔 대관람차가 있다. 크기와 규모는 물론 바닷가에 인접한 위치 덕분에 오사카의 유명한 관람차이다. HEP FIVE와 함께 오사카의 대표적인 관람차이기도 하다.

덴포잔 대관람차의 전경. 크긴 정말 크다

덴포잔 대관람차가 유명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시스루 캐빈(See-through Cabin)이다. 덴포잔 대관람차의 일부 객차는 전체가 투명한 재질로 되어 있다.

덴포잔 대관람차의 시스루 캐빈은 이렇게 생겼다

사람들이 다들 시스루 캐빈을 원하는 통에 덴포잔 측에서는 아예 줄을 따로 세워서 입장을 받는다. 뭐 이왕이면 다홍치마(새홍지마 아니다)라고 나쁘진 않겠지만 과연 저걸 30분이상 기다려서 타야하는지는 조금 의문이다. 전날 HEP FIVE의 어마어마한 줄의 충격도 있었지만, 생각보다도 더 적은 방문객을 보면서 우리는 관람차는 잠시 뒤로 미룬채 덴포잔 마켓플레이스에 들어섰다. 단순히 뭐가 있을까 하고 구경하려고 들어선 마켓플레이스. 여기서 우리는 예상에 없는 정신줄 가출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빠진다. 정확하게는 마켓플레이스에 들어서자마자 방문한 옷가게에 들어가자마자 둘이 함께 정신을 놓았다.

정신이가 로그아웃(Log-out)하였습니다....

굉장히 취향저격적인 옷들이 우리를 현혹시켰으며, 그러한 현혹에 우리는 저항하지 않았다. 그렇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옷을 탐닉(?)하였다. 미안할 정도로 많은 옷들을 입어보고 열광하고, 옷을 한아름 안고 이걸 어쩌지를 남발할 정도로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옷 가게를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가게 주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께서는 이런 우리를 다행스럽게도 다정하게 웃으면서 말을 걸어주시고 이해해주셨다. 덕분에 더 날뛰면서 옷을 골랐던 것 같다. 팔이 짧은 어처구니 없는 옷 사이즈로 인해 구매를 못했던 옷이 지금 글을 쓰는 순간에도 아른거릴 정도로 굉장히 마음에 드는 옷들이 많았다. 의외인 점은 많이 구매를 하지는 못했다는 점.


정말로 왜 팔이 짧게 나오냐고!!!!


집나간 정신이를 기다리던 덴포잔 마켓플레이스의 쉼터

겨우 정신을 추스리고 나서 우리는 드디어 덴포잔 대관람차에 탑승하게되었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두 시스루 캐빈 줄에 서있는 것을 보고 우리는 더 자연스럽게 일반 줄로 가서 바로 탑승했다(...). 들어가면서 그냥 전체를 다 시스루 캐빈으로 바꾸고 일부만 일반 캐빈을 하는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올라간 관람차의 상공은 먼 길을 타러 온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광경이었다. 탁 트인 시야와 움직일 때마다 흔들리는 캐빈, 그리고 옆에 있는 누피까지. 관람차의 운행 시간은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


덴포잔 대관람차에서 바라본 풍경


다시 도톤보리


덴포잔 대관람차를 뒤로하고 떠난 곳은 다시 도톤보리었다. 지난 밤 구매하지 못했던 돈키호테 쇼핑품목의 추가 구입도 있었고, 매진사태로 인해 탑승하지 못 했던 도톤보리 리버크루즈의 티켓팅을 하기 위해 다시 도톤보리로 이동을 하였다.

도톤보리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한 것은 리버크루즈의 티켓팅. 오후 6시도 안되었는데 이미 한 타임을 제외하고는 전부 매진이었기에 우리에게 선택지같은 건 없었다. 무사히 티켓팅을 마친 후에 우리가 한 일은 저녁식사.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무난하게 선택한 것은 이치란(一蘭). 도톤보리에는 이치란이 두 군데가 있다. 하나는 도톤보리 강가에 있고, 다른 하나는 강 남쪽 골목길에 있다. 근데 신기한건 도톤보리 강가의 이치란은 몇 시간이 지나도 줄이 줄어들 기세가 없지만, 우리가 갔던 남쪽 골목길은 대기시간이라곤 엘레베이터 기다린 시간 정도 밖에 없다. 사람들이 모르는 건지 우리가 모르는 다른 점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는 덕분에 편하고 빠르게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이치란 라멘. 근데 사실 왜 유명한지는 잘 모르겠다

저녁식사 후 리버크루즈 탑승까지 남은 시간은 덴포잔 마켓플레이스에서 아쉬움을 남겼던 쇼핑타임. 도톤보리에 인접한 오사카 여행의 핵심 난바역에는 사이즈가 큰 유니클로와 무인양품이 있다. 필자는 일본 여행 중에는 무인양품은 보통 들르는 편이다. 무언가를 구매하기 위해서 보다는 무인양품의 가구들이 굉장히 취향저격이라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원목 재질과 심플함은 필자가 추구하는 가구관(?)에 딱 들어맞다보니 항상 구매의 충동을 느끼지만 가격표를 보고 좌절한다(너무 비싸!!). 다행인 것은 누피도 이런 가구들을 좋아한다는 점. 다행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은 왠지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불연듯 스쳐지나갔다는 점 정도. 무인양품을 구경하고 유니클로에서 옷을 사고 우리는 도톤보리로 돌아갔다.

도톤보리로 돌아와서 본의 아니게 이틀이나 기다린 리버 크루즈에 탑승을 했다. 그나마도 까딱했다가는 못 탈 뻔할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도착.

도톤보리 리버 크루즈에서 바라본 도톤보리의 야경

우리가 탄 크루즈의 안내원은 사토시(가 맞나?)씨. 유쾌한 언변과 한국인 관광객을 많이 만나본 듯한 유창한 한국어는 타고 있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도톤보리 강에 있는 많은 다리들의 이름과 연관된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풀어가준 덕분에 즐겁게 웃으면서 관광을 마칠 수 있었다.


우리의 오사카 여행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마지막 30,000보를 넘게 걸으면서 숙소에 돌아와서는 지쳐 쓰러지듯 잠이 들었지만, 그럼에도 너무나 즐거운 이틀을 보냈기에 힘듦보다는 행복함에 많이 남았다. 우리가 돌아다는 곳들 말고도 오사카는 굉장히 볼 게 많고, 먹을 것이 많은 동네이다. 이번에는 굉장히 짧은 일정에 주변의 고베, 나라 등은 커녕 오사카 조차도 많이 돌아다니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또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다섯째 날의 밤도 저물었고, 우리는 마지막 방문지인 교토로 떠나게 된다.




Routes & Steps

Day 05 | 22.84km / 30,505 steps | 쿄바시 - 오사카 성 - 요도야바사 - 오사카코 - 난바 - 쿄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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