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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il Madigun Apr 26. 2016

Walkholic Couple in Japan(6)

긴길나그네 커플 in 일본(6)

이제는 오사카도 떠나야할 날이 찾아왔다. 일반적으로 간사이 여행을 한다고 하면 오사카를 기점으로 고베, 나라, 교토 정도를 많이 생각한다. 그만큼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운 편에 속하고, 각각의 도시들이 가지는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게 우리도 오사카를 떠나 지하철을 이용해 교토로 이동을 시작했다.


예상외의 발견 아라시야마(嵐山)


원래의 목적지는 아라시야마가 아닌 쿠라마였다. 아라시야마와 쿠라마 모두 교토 근처로 온천이 유명한 지역이다. 지난 닷새간 걸어왔던 길들을 생각하면서 오늘은 교토에서 쉬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알아본 것이 바로 온천이다. 마지막은 휴양으로 마무리를 짓기 위해서 숙소도 에어비앤비(Airbnb)가 아니라 료칸을 예약했다. 본격적으로 쉬어보자의 컨셉이었다. 근데 우리가 누구인가?


계획을 세우는 건 니 마음이지만 그게 이루어진다고는 안했다.


여튼 우리는 온천을 목표로 아라시야마에 도착했다.

아라시야마를 걷기 시작한 누피

역사 안에 코인로커에 캐리어를 집어넣고 이동을 하려고 하니 동전이 없다. 지폐를 들고 역무원에게 환전을 부탁했고, 동전을 받고 돌아서는 순간 혼났다. 동전을 세보란다. 지난 이야기에서도 말한 것처럼 일본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한다는 점에 초점이 많이 맞추어져있다보니 이런 걸로도 혼이 난다.

그렇게 코인로커에 캐리어를 보관하고 나온 아라시야마는 아기자기한 온천 동네였다. 온천이 역을 나오자마자 있던 것은 아니라 그렇게 우리 둘은 또 걷기를 시작하고야 말았다.

아라시야마의 전경들

아직도 기억이 나는 건 아라시야마 역 개찰구를 나와서 나에게 누피가 했던 말이다. 온천이 멀리 있는지를 묻고 난 뒤 나에게 했던 말.


그럼 우리 조금만 걷다가 가면 안되?


그렇게 온천은 우리에게서 멀어져갔다.

생각보다 아라시야마는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온천 마을이었다. 옛날로 따지면 우리나라의 온양온천과 같은 느낌도 있고, 특색있는 장식품들이나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줄지어 늘어서있는 관광지의 느낌이 강한 곳이었다. 그러면서도 굉장히 일본적이고, 아기자기한 느낌도 가지고 있는 묘한 느낌의 도시이다.

아라시야마 곳곳의 풍경과 출출해서 사먹은 당고&딸기모찌

또한, 온천만이 아니라 UN 세계 유산인 텐류지(天龍寺)와 같은 문화 유적지와 일종의 힐링 장소인 대나무 숲 치쿠린(竹林)처럼 볼거리가 많은 동네이기도 하다.

아라시야마를 내려다보고 있는 누피

우리 둘에게는 지난 도쿄의 가마쿠라 이후로 가장 마음에 드는 동네를 발견한 순간이었다. 이미 온천은 마음 속을 떠난지 오래되었고, 각종 소품가게를 돌아다니고 새로운 볼거리를 찾아서 또다시 정처없이 동네를 걷고 있는 우리를 발견했다. 아라시야마는 전체적으로 높은 건물 없이 나즈막한 동네인데 중간중간 뒷동산이라고 부를 정도의 언덕들이 많아 전경을 내려다보기에도 좋고, 사람이 많이 몰리는 관광구역을 조금만 벗어나면 조용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보여주는 묘한 동네였다.

그리고 비록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고, 앞으로도 많이 알려질거라고 생각되지 않는 몽키파크도 바로 이 아라시야마에 있다

몽키파크의 아기 일본 원숭이와 아기 일본인의 조우

말그대로 야생의 일본 원숭이들이 거주하는 지역에 사람과 원숭이가 만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 놓은 형태의 공원이었다. 산길을 꽤나 올라가야하는데다가 이정표나 홍보 등이 많이 되지 않아서 그런지 매우 한산했고, 이게 지속됨에 따라서 시설 등이 많이 노후되어 더 사람이 모이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던 곳 이었다. 다만 너무나도 가까운 거리에서 일본 원숭이를 볼 수 있었고, 먹이도 줄 수 있는 등의 경험은 새롭고 신선한 것은 사실이었다.



마지막 여행지 일본의 천년고도, 쿄토


몽키파크와 아라시야마를 떠나 우리가 도착한 곳은 교토 시내에 위치하는 료칸, 와타젠 료칸(綿善旅館)이었다.

숙소에 들어오자마자 대접받은 녹차

역시나 이번에도 계획은 기요미즈데라(清水寺)를 방문하는 것이었지만, 시간적으로 촉박한 것도 있었고 일단 료칸에 도착해서 극진한 대접을 받고 나니 휴식이 간절한 점도 있었다.

도쿄-오사카의 신칸센처럼 사실 필자는 료칸에서 묶는 것에 대한 환상과 비슷한 것이 있었다. 이번 교토 방문은 휴식을 목표로 하기도 했지만, 그런 환상에 대한 해갈로 료칸을 선택한 점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체크인하자마자 숙소에서 타주는 녹차나 밖을 돌아다니고 들어왔을 때 정갈하게 깔려있던 이불과 같은 것들을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그리고 조금씩 몸의 긴장이 풀어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렇게 풀어진 긴장감을 즐기다가 다시 교토의 밤거리를 보기 위해 숙소 밖으로 나섰다.

우리가 향한 곳은 교토의 기온. 기온이라고 하면 실제로 게이샤나 마이코를 만날 수 있는 거리로 더 유명할 것이다. 일본의 천년고도 교토, 그 안에서도 가장 일본스러운 곳이 바로 이 곳 기온이 아닐까 싶다.

가모 강변에서 바라본 교토의 밤거리

기온으로 불리는 시죠거리를 걷다 우리가 선택한 곳은 하나미코지 거리(花見小路)이다. 기온 일대에서 게이샤나 마이코를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거리라고는 하는데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마주치지 못하였다.

기온 하나미코지 거리의 모습

그리고 우리는 이 곳을 시작으로 다시금 일본의 골목길을 탐험하기 시작하였다.


일본의 골목길


최종적으로 우리가 골목길을 통해 가고 싶었던 곳은 이미 출입 가능 시간이 지난 기요미즈데라였다. 딱히 들어가야겠다라는 생각보다는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라는 생각이 더 강했던 것 같다. 그리고 늘 그렇듯 기요미즈데라보다는 그 곳까지 가기 위해 걸었던 일본의 골목길들이 더 많은 기억에 남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주택과 연등, 그리고 웨딩홀로 사용되는 아름다고 고풍스러웠던 건물

교토의 밤 골목은 너무 밝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너무 어두워서 스산한 느낌이 들지도 않았다. 따뜻한 날씨와 어우러져 때로는 포근하기도 하고 때로는 아름답기도 한 곳이 많이 기억에 남는다. 과함보다는 소박함을 느끼게 해주는 건물들이 많고, 조명도 밝은 느낌보다는 은은하고 따뜻한 느낌을 많이 준다. 그래서 사실 일본의 밤길은 잘 찍으면 너무나 이쁘지만 잘 못 찍으면 너무 어두워서 잘 안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우리는 기요미즈데라에 도착할 수 있었다. 3년 전 기요미즈데라에 왔을 때에는 공사중이었고, 이번에는 시간 상 방문을 할 수 없었던 필자와는 인연이 잘 닿지 않는 곳이 바로 이 곳 기요미즈데라이다.

저녁을 먹은 규카츠 집 카츠규와 밤이 되어 출입이 통제된 기요미즈데라

그리고 이곳을 마지막으로 우리의 관광은 모두 종료가 되었다.


숙소에서 마지막 밤을


교토에서도 지역 맥주를 먹겠다는 일념하나로 숙소 근처를 돌아오자마자 동네를 이잡듯 뒤져 결국 우리는 교토맥주를 획득하였다. 그리고 위풍당당 숙소로 금의환향하였다.

필자와 누피가 묵은 와타젠 료칸

료칸이니 만큼 돌아와서 온천수에 몸도 깨끗히 씻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맥주를 마시면서 다음날 귀국을 위한 준비를 하였다.

짐을 정리하고 맥주를 마시는 누피와 우리가 묶었던 202호(아이러니하게도 기요미즈, 清水였다)


아침비행기에 몸을 싣기 위해 밤을 새우지는 못하였지만 지난 6일간의 여행과 그로 인한 느낌들, 앞으로의 생각들까지 늦은 밤까지 많은 이야기를 나눈 공간이었다. 서로의 생각이나 취향을 더 알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한 6박 7일의 일본 여행 마지막 밤은 그렇게 저물었다.




Routes & Steps

Day 06 | 20.54km / 27,925 steps | 쿄바시 - 아라시야마 - 교토 - 기온 - 기요미즈데라 - 와타젠료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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