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나눔
사회에서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살지 못하는 이유
저는 이제 남이 보는 내 모습을 신경 쓰며 살려고 합니다. 이 말에 대해 어떤 이는 ‘지금껏 신경 안 쓰며 살아왔어?’라고 하겠고, 어떤 이는 ‘왜 그래야 해?’라고 할 것입니다. 저는 ‘왜 그래야 해?’라는 질문에 대답하고자 합니다.
회사에 성실하게 일하는 한 동료가 있습니다. 자신의 개인 업무뿐만 아니라 사내 행사 일도 열심히 하는 동료입니다. 그런데 회사에서 묵묵히 일하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SNS에 개인적인 글을 많이 올립니다. 그 개인적인 글이 단순히 자신의 사생활이 아닌 세상에 대한 분노로 가득한 글입니다. SNS 팔로잉도 그 동료가 먼저 회사 사람들에게 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모두 의아해했지요. 회사에서 볼 때의 이미지와 SNS 글의 성격이 참 다르다고. 왜 그러한 글을 올리는지 모르겠다고. SNS는 사생활 부분이라 저는 그 점에 대해서 혼자 생각만 했는데, 만나는 회사 사람마다 그 동료의 그러한 면에 관해서 얘기를 꺼냅니다.
다른 이야기를 또 하겠습니다. 회식이 있었습니다. 왼쪽에는 임원이 앉았고, 오른쪽에는 술 취하면 과한 스킨십으로 소문난 분이 앉았습니다. 오른쪽 그분은 저에게 과한 스킨십은 하지 않았지만, 제게 자신이 마사지를 받으러 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임원에게 말했습니다. ‘사내 성희롱 예방 교육’을 다시 해야 한다며. 이분에게 특별히 다시 해야 할 것 같다고 농담조로 웃으며 말했습니다. 이 대화를 며칠 지나 퇴사한 동료에게 말했습니다. 그 동료는 회사 임원이 그 얘기를 어떻게 받아들였을 것 같냐며 물었습니다. 그리고 덧붙였습니다. 술 취하면 스킨십이 과한 그 사람에게 주의를 주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걸 문제 삼는 네가 문제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순간 머리가 ‘띵’ 했습니다. 제가 예상할 수 있는 범위 밖의 생각이었기 때문이지요. 새삼 모든 사람이 나와 같을 수 없을뿐더러 전혀 다르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회사 모습과 SNS 모습에서 차이가 있는 동료를 보며, SNS를 많이 하는 나는 어떻게 비칠지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내가 의도하지 않게, 나도 모르는 내 이미지가 생길까 봐 SNS에 글 올리는 것을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내 SNS니까 내 맘대로 올릴 거야’라고 생각해선 이젠 안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남들이 나에 대해서 뭐라고 말하는지에 대해서는 상관없는데 나도 모르는 나의 안 좋은 이미지는 솔직히 걱정됩니다. 그래서 이제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살지는 못하겠습니다.
회사 임원에 대한 동료의 생각을 듣고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 사람들이 나와 같은 업계에서 수년간 일해왔지만 나와 상식, 사고가 같기는커녕 전혀 다를 수 있으니 앞으로 업무 외의 개인적인 견해를 말할 때는 주의할 것입니다. 이 일화에서 제가 잘못한 건 없지만, 업무와 관계없는 것으로 제 업무 능력이 평가절하되는 것은 원하지 않습니다.
위에서 말한 것 외에도 회사 사람들이 말하는 ‘회사 사람들에 대한 개개인의 평가’를 수없이 들어왔습니다. 저 또한 그러한 얘기를 하거나 동의, 동참했지요. 다른 사람에 대해 평가성 발언을 하는 것을 주의할 것입니다.
그리고 제 사회적 이미지에 대해서도 신경 쓸 것입니다. 제가 제 이미지를 생각하며 행동한다고 해서 저에 대한 얘기가 나오지 않는다거나 제가 원하지 않은 저에 대한 평가가 없을 리는 없습니다. 하지만 저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사는 것은 나에 대해 떳떳하고 아니고를 떠나서 조심해야 하는 부분인듯합니다.
지금껏 만나 동료 중 회사에 대한 불만을 말하지 않거나 상사에 대한 불만이 없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고, 나와 친하지 않아 말하지 않는 거로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들이 이해가 됩니다. 저도 그들과 같이 행동해야겠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앞으로 저는 누군가가 가식적이라고 말할지라도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살지 않을 것입니다. 30년 넘게 살던 행동 방식이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겠지만, 노력할 것입니다. ‘솔직하게’ 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굳이 나 자신을 다 드러내며 살지 않아도 되겠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2018. 12. 19. 수요일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