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에 많이 알려진 이슬람 학자 이희수 교수님의 책. [인류본사]를 비롯하여 워낙 여러 좋은 저술을 출판한 작가 셔서 믿고 구입했다. 교수님이 튀르키에에서 공부를 하셔서 그런지 책에서 튀르키에에 대한 교수님의 애정이 느껴진다. 재미없어 보이는 책 표지와 다르게 내용은 아주 알차다. 터키 각지의 의미 있는 박물관 17개를 소개한다. 사진 자료도 많고 종이 재질도 고급이라 읽는 맛도 있는 좋은 책이다.
책에 소개된 17개의 박물관 중 7개는 이스탄불에 있는 박물관이고 2개는 앙카라에 나머지는 기타 도시에 각각 위치한다. 사실 정확하게 17개의 박물관을 소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부 유적지나 도시를 '옥외 박물관' 범주에 넣어 포함하기도 하고, 한 장에 여러 박물관 내용이 들어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희수 교수님이 소개하는 17개 박물관은 이렇다.
1. 이스탄불 고고학 박물관 - 세계 5대 고고학 박물관
2. 성 소피아 박물관 - 세계 7대 불가사의
3. 톱카프 궁전 박물관 - 오스만 제국 전성기
4. 1453 파노라마 박물관 - 콘스탄티노플 함락 당시 재현
5. 터키 이슬람 예술 박물관 - 셀주크 투르크 및 오스만 제국
6. 돌마바흐체 예술 박물관 - 후기 오스만 제국
7. 이스탄불 거리 박물관 - 기타 이스탄불에 가볼 만한 곳
8. 사프란볼루 옥외 건축 박물관 - 마을 전체가 건축 박물관?
9. 아나톨리아 문명 박물관 - 구석기~비잔틴 유물 (1997 유럽 최고 박물관 선정)
10. 히타이트 현장 박물관 - 히타이트 제국 유적지
11. 에페소스 박물관 - 소아시아 그리스-로마 박물관 및 유적지
12. 히에라폴리스 박물관 - 로마제국 유적지
13. 안탈리아 고고학 박물관
14. 메블라나 박물관 - 셀주크 제국 수도, 이슬람 신비주의의 본고장
15. 괴레메 야외 박물관 - 아름답고 신기한 카파도키아
16. 하란 옥외 박물관
17. 괴베클리테페 옥외 박물관 - 아직 밝혀지지 않은 고대 미스터리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박물관 선정을 정말 잘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지역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이스탄불 위주로 박물관을 소개하되 다른 지역에 있는 보석 같은 박물관과 유적지도 충분히 소개하였다. 선사시대(아나톨리아 문명 박물관)부터 근대 오스만 제국 시기(돌마바흐체 예술 박물관)까지, 다양한 시대의 박물관을 고르게 선정한 점도 눈에 띈다. 튀르키에 관련 박물관뿐만 아니라 아나톨리아 반도에 꽃 피었던 다른 문명 관련 박물관(히타이트, 에페소스, 히에라 폴리스 박물관 등)을 소개한 점도 만족스럽다. 박물관 근처 맛집 관련 내용도 들어 있는데, 11월 튀르키에 여행하는데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살짝 아쉬웠던 점은 박물관에 대한 스토리 텔링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예전에 [방구석 미술관]이라는 책을 재밌게 읽었는데, [방구석 미술관]처럼 박물관 관련된 인물의 흥미로운 이야기나 관람하면 팁 등의 내용이 좀 더 들어있었으면 내용이 더 알찼을 것 같다. 17개 박물관 중 튀르키에 근현대사를 다룬 박물관이 없는 점도 아쉽다. 개인적으로 튀르키에의 국부 무스타파 케말에 관심이 많다. 인류 역사에 다양한 지도자가 있었지만, 정치, 군사,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은 무스타파 케말이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슬람권 국가임에도 정교분리 체제를 도입한 점이 놀랍다. 여하튼, 튀르키에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타 튀르크 무스타파 케말 관련된 박물관이 소개되어 있지 않아 아쉬웠다.
난 원래 대학교에서도 본 전공 수업보다 사학과 전공 수업을 많이 들을 정도로 역사에 관심이 많다. 외국에 여행 가서도 해당 지역의 박물관을 많이 방문한다. 이런 나에게 [터키 박물관 산책]은 초보 운전자의 네비게이션이나 다름없다. 11월에 예정된 튀르키에 여행 계획을 짜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역사에 관심 있는 튀르키에 여행객이라면 모두 필수적으로 읽어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