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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이서 Feb 18. 2023

사고가 삶을 바꿀때

6주의 법칙

콘디션이 좋다는 것이 무엇인가? _


요 며칠전부터 콘디션이 확 좋아졌다. 기운도, 기분도 좋아졌다.


지난 연말 오른팔 어깨부 골절, 사실 어깨와 맞닫는 망치같이 생긴 부분이 완전 동강 났었다. 깔끔하게 똑 끊어져 앞으로 밀려났으니, 사고당시 어깨가 앞으로 나와보여 나는 골절 없이 어깨탈구만 된줄 알았다. 살면서 그렇게 아파보긴 처음이었다. 당시 응급실에 갔을때 제대로 서있기도 힘들어 엑스레이도 찍기 어려웠다.나름 아픈것을 정말 잘 참는다는 소리를 들었던 사람이었고, 그간 꽤 대수술도 겪어보았지만 이때가 가장 아펐다. CT결과를 보고 왜그렇게 아펐는지 이해가 됬었다.


왜 이런 골절이 발생했을까? 당시를 복기해보면,

오른쪽에 가방을 매고 있어서 경사 빙판에 미끄러져 붕 떠서 떨어졌을때 가방무게때문에 어깨로 집중해서 떨어진 것이었다. 덕분에 보통 빙판낙상에서 빈번한 머리부상이 없었고, 보통 미끄려졌을때 마지막에 손으로 땅을 짚으면서 손목부상이 수반되는데 나는 어깨부위만 골절이 되었다. 당시 응급실에 갔을때 눈이 많이 온 뒤라 내뒤로 팔부상환자들이 3명이 더 들어왔고, 다 오른팔이었고, 보통 발꿈치와 손목 두군데 골절을 보였다.


후 현재 수술 후 8주가 지났다. 지난 며칠 부터 " 어 뭐지? " 할만큼 상태가 확 좋아졌다.

살면서 골절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다가, 사실 여자들은 남자들처럼 격렬한 운동을 하거나 남자아이들처럼 격한 몸놀이를 할 일이 없어, 골절을 경험할 기회가 거의 없다. 그러다 작년(빙판낙상), 재작년( 코로나 2차 접종후 순간기절로) 두해 두번의 골절을 경험한 후기로, 골절이 되면 6주가 지나야 되는 것을 알았다.


일단 현재 밥숟가락, 젓가락질이 가벼워졌고, 지금 타이핑도 꽤 괜찮아졌다. 지금정도면 외출이 사무실 출근이 가능하기도 한데, "이번에는 아니다. 충분히 쉬워보자, 몸 괜찮을때 쉬어야지, 또 언제 이렇게 쉬겠냐? " 이번에는 단호한 결정으로 집에서 재택근무와 최소한의 일을 하는 시기로 잡았다. 시공현장도 안간다.


1991년 일을 시작하고, 이렇게 편히 쉬워보긴 처음이다. 일단 너무 좋다. 이렇게 좋을 수가?

우리 세대는 야근을 밥먹듯 하던 정말 무식할만큼 일을 많이했던 세대이다.더군다난 직장에서 여자들은 남자들의 최소 1.5배에서 2배로 일해야 1로 인정해주던 여성차별의 시절이었다. 더군다나 나는 두아이의 엄마였고, 일하고 중간중간에 대학원가고, 유학가고, 한국건축사자격증 따느라 매순간 제대로 숨쉬는 것만으로 벅찼던 한국에서 일하는 여자로 살기의 표본이다. 그러니 편히 쉰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까왔다. 이것은 나만이 그런것은 아니다. 우리세대 일하는 여자분들은 대체로 비슷하다.


비록 골절때문에 시작된 재택근무이자 쉼이지만 콘디션이 좋을 때 쉬니 정말 이렇게 좋을 수가... 감탄하면서 쉬고 있다. 매일 근무시간에 전화를 받고, 카톡에 답변으로 하고는 있지만 이렇게 일을 조금 해보긴 정말 처음이다. 집안정리를 꾸준히 하고 있다지만 하루에 한곳을 하니 마음의 부담도 없다. 처음에는 서랍 하나로 시작했다. 해서 집안에 있어도 덜 심심했다.


이런시간을 가져보니 정말 정말 좋다. 2월말까지 하기로 한 남은 이시간이 기대가 된다. 나는 추울때 외부로 돌아다니 것을 정말 싫어해서 '동면'을 하고 싶다고 매년 외치는데, 앞으로 매년 겨울 3개월을 이렇듯 여유롭게 사는 것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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