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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이서 Jul 07. 2023

디자이너에게 매일매일 일정한 수면이 가능할까?

총량법칙_


몇주였을까? 한 2주되었나? 싶었는데, 한달은 넘어선 것을 이제 알았다. 일하다보면 강도가 첨예하게 오를 때가 있다. 그때는 내가 가진 에너지와의 싸움이 된다.


그 기간이 길어지면 그간 비축해 놓았던 에너지를 쓰게 된다. 어찌보면 평소에는 내가 가진 에너지가 100이라면 대레초 그것을 50%이내로 사용하고, 하루 자고나면 100은 아니어도 다시 80 정도 채워지고 다시 닳고 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다 일의 강도나 치고들어오는 사건의 수, (이를테면 아주 예전에 끝난 작업을 찾아달라는 듯, 이미 납품해서 끝났는데 수정보완해서 다해해달라는 등, 현장에서 돌발상황이 발생하는 등 그런 사건들) 가 늘어나면 그 에너지가 50% 밑으로 떨어진다. 이런 일들은 그 고갈속도도 빨라서 한번에 떨어지는 에너지값도 뚝뚝 떨어져 , 한번에 채워지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할일이 많아지면 당연히 잠이 줄여야 하기에 회복에너지값은 전처럼 충전이 되질 못한다.


요 며칠 내가 느낀 내 에너지값은 1,2% 정도로 생활하고 있는 느낌이다. 간신히 에너지를 2.30% 를 채워 나가면 내가 써야할 강도는 늘 5.60% 정도는 되었다.  그러니 내가 느낀 피로도는 훨씬 많았을 거다. 일을 제대로 수행해야 다음단계로 온전히 가는 우리일 특성상 에너지가 딸리면 어딘가 빠진게 또 발생한다. 그럼 그걸 채워야 하니 또 에너지가 든다.


누군가는 그럴거다. 에너지를 매일 매일 조절해서 균형있게 써야지. 라고 . 그런데 우리일은 내가 균형있게 내가 쓰고싶다고 그렇게 되지 않는다. 계획대로 진행되어주면 얼마나 좋겠느냐마는 늘 변수가 따라오고, 치고들어오는사건이 있어서 계획에 변경이 있다. 여기에 마감기일이 있기에 늘 변경된 일정에 부가되는 소요강도가 있다.


어느정도는 일상처럼 그렇게 살아간다. 그런데 가끔은 그 피로강도가 지나치게 차오를때가 있다. 요즘이 딱 그렇다. 이때 느끼는 첫번째는 감정은 내자신에 대한 부족감이다. 그것이 에너지던 능력이던 나의 부족에 자괴감이 드는 거다. 그 감정은 애써 덮어둔다. 그 감정을 달래는 에너지조차 아껴야 하기 때문이다. 덮어두지 않으면 그나마 해야할 것들을 치고 나가지 못하게 되므로 올라오는 감정들도 냉혹하게 쳐내야 한다.


한 2주정도는 잠에 장애가 있어서가 아니라 할일도 생각할것이 너무 많아서 2.3시간 정도 잤더라. 그래서 몸이 바스러지는 느낌이 들었던듯하다.지난 화요일엔 처방으로 수면제를 먹고 잤다. 한 7.8시간 자고났더니 한결 나아졌다. 그렇게 수요일은 간만에 에너지 총총으로 하루를 보냈던 것같다. 남들에 눈엔 지쳐떨어져 있는 모습이었을지 몰라도. 나는 간만에 만나는 총총이었다.


그러나 그 에너지 보충은 겨우 하루치였던 모양이다. 어제는 오전 근무가 지나서부터는 나의 뇌는 격렬히 아무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아했다. 견적도서를 이번주에 넘겨야했는데, 나의 체크가 끝나지 않아 넘길수가 없었다. 다시보니 우수수 고칠것들이 아직도 많아서 결국 다음주로 넘겨야할 판이다. 체크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체크대로 도면을 다시 고쳐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렇게 미루는 결정을 해야할때 답답함은 거대한 파도로 밀려온다. 왜냐하면 그 후속으로 따라서 밀리는 일정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보통은 좀더 달려보자 하게되는데 그럼에도 아무것도 할수없었다. 조그만 더 달리면 하는 고지앞에서 발이 멈춘 느낌이었다. 이런몸의 반응이 올때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한참을 서성였다. 사무실 간이의자에 누워도 보고, 했지만 해소가 안됬다.  답이 될련지 모르지만 우선 짐을 싸서 집으로 왔다. 그래 잠시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자고.


집으로 와 잠을 청했다. 지금 내게 가장 부족한 것은 잠이다. 싶었다. 마음은 논스톱으로 한 20시간 쭉 자다 내일 아침 개운한 몸과 뇌로 맞이하고 싶었지만 그건 희망사항이고, 이렇게 비몽이던 사몽이던 시간으로 에너지를 보충하는 일은 나름의 처방이었다. 그렇게 자다깨다를 반복하다 새벽에 깨었다. 다른때 같으면 깬김에 일을 다시 시작하였겠지만 오늘은 다시 약을 먹고 잠을 청했다. 나는 오늘 하루충전을 하기로 했으니 이또한 충실하게 할때 효과가 있지 않겠는가.


내일 아침, 아니 새벽이니 오늘 아침에는 반짝하는 몸이길 기대한다. 아쉽겠지만 50%이상은 채워졌길 바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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