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태스타 Nov 28. 2021

인간의 축복받은 실수

모르는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풀어 본 적.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저 세상을 선善의 시각으로만 바라보기에는 조금은 설명이 부족하다. 낯선 여행지에서 현지인들에게 여러 번 도움을 받았다. 어느 나라나 어떤 인종이나 그곳에는 늘 친절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 경험 때문인지, 한국에서도 외국인들이 길을 물어보면 언제든 대답해주고 친절하게 지도까지 찾아주곤 했다. 


<타인의 친절>에서는 인간이 어떻게 친절을 베풀게 되었는지를 심리학, 생물학, 철학, 경제학을 근거로 설명한다. 그 첫 시작은 리처드 도킨슨이 인간의 이타심을 '축복받은 실수'라는 설명에서 출발한다. 



고대의 그 경험 법칙은 우리로 하여금 다시는 만나지도 못할 낯선 이도 돕게 만드는데, 자연선택의 관점에서 봤을 때 이는 귀한 자원을 쓸데없는 도움에 낭비한 실수가 된다. 그래서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 Richard Dawkins는 오늘날의 이 같은 이타심의 실수를 ‘축복받은 실수’라고 말한다.


오늘날의 이타심을 축복받은 실수라고 표현한 점에서 인상 깊다. 사람들의 친절은 DNA에서 타고나는 걸까? 왜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풀고 사람들은 서로 도와주려는 걸까. 리처드 도킨슨은 축복받은 실수를 이렇게 설명한다.


나는 친절에 대한 욕구, 즉 이타주의나 너그러움, 공감, 연민에 대한 욕구도 이와 같다고 본다. 조상들의 시대에 우리에게는 가까운 친척들 또는 보답해올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이타적인 행동을 할 기회가 있었다. 오늘날에는 그런 제약이 더 이상 없지만, 경험 법칙은 여전히 존재한다. 어째서 그렇지 않겠는가? 친절은 성적 욕구와 같다. 그래서 우리는 매력적인(그러나 불임 또는 다른 이유로 애를 낳을 수 없는) 이성을 보고 성적 욕구를 느끼지 않을 수 없듯, 슬피 우는 불행한(그러나 아무 관계도 없고 보답해올 가능성도 없는) 사람을 보면 연민의 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둘 다 불발, 즉 진화론적 실수이다. 축복받은 소중한 실수.



<타인의 친절>을 읽으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어느 집단과 다른 집단과의 관계,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기브 앤 테이크>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왜 기버가 성공하고 기버인 사람들이 더 추후에 많은 존경과 도움을 받는지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다. 


부유한 선진국들을 봐도 GDP 가운데 많은 비율을 퇴직 연금, 의료 보험, 실업 보험, 가족 지원금, 식량 보조금, 주택 지원과 같은 사회복지 예산에 할애한다고 들었다. 선진국은 세금을 사회복지 예산에 많은 부분 할애한다는 것에 대해 동의했고 실제로도 그렇게 집행 중이다. 


각국의 인도적인 지원도 흔히 볼 수 있는 현상 중 하나다. (이를 정치와 엮으면 또 할 말이 없어지겠지만..) 이번 코로나19 때도 각국에서 백신을 서로 지원하고, 우리나라도 진단 테스트를 보내는 등 국가 간에도 이타적인 행동이 오고 갔다. 



팍팍한 세상살이를 살아가다 보면 때론 타인의 친절에 대해 무감각해질 때가 있다. 이는 가까운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가족, 연인, 친구, 직장 동료들에게 받은 친절의 감사함에 대해 간혹 무뎌질 때가 있는데, 이는 누군가 노력해서 베풀어준 친절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친절이라는 추상적인 단어 그리고 무감각해지기 쉬운 단어를 이렇게 길게 풀어내면서 심리학, 생물학, 철학의 관점에서 총망라했다는 사실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지는 책이었다. 너무 익숙해져서 잊히기 쉬운 단어를 조금은 객관적이고 진지하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해보는 건 어떨까? 친절에서부터 시작해 보자. 


타인의 친절 | 마이클 맥컬러프 | 비잉(Being) - 교보문고 (kyobobook.co.kr)


본 콘텐츠는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건강하게 늙어가는 사람들의 3가지 특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