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스를 부르니까 마티스도 왔지모람

앙리 마티스 작품세계

by 산책덕후 한국언니


The most famous artist in 19th century


이 키워드로 구글링하면 각 매체의 TOP10을 볼 수 있다. 평소에는 주로 writer를 검색하지만, 드디어 미술사 연보를 만들기 시작했고 영어로 어떤 콘텐츠가 나올지 궁금했다. 결과는 대형서점 원서코너의 예술 스테디셀러와 비슷하다. 온라인에서도 거의 모든 매체의 1-3위는 순서까지 거의 똑같다. 나도 종종 언급했던 양대산맥 모네-고흐 다음은 예상대로 피카소. 그리고 내가 처음 클릭한, 상위노출된 미술 웹진의 4위는 앙리 마티스였다.




원래 모네, 고흐, 피카소는 건드릴 생각이 없었다. 당연히(?) 엽서도 있지만, 휴대폰 사진첩에도 세 명을 더하면 100장에 달하는 원화가 있고, 2년 전 전시와 12년 전 전시에 곧 다녀올 예정인 전시까지 리뷰하지 않고 마음속에 쌓여있는 그림은 또 몇 점인가.


다른 인상주의 화가들을 이야기할때 등장인물로 등장시키는 정도였다. 새삼스럽게 내가 발굴할 이야기도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마티스도 비슷한 이유로 무한대기중이었는데 혜성처럼 라울 뒤피가 등장했고, 라울 뒤피 얼리어답터 부심에 라울 뒤피 전시 리뷰와 전시 전 뒷조사에 그치지 않고 이미 나름 리뷰한 폴 세잔까지 재주행했다. (세잔, 호퍼, 사전트는 네버엔딩이다.) 특히 각종 브런치 매거진에서 세잔 파트는 다 읽고 있다. 우리 아빠 스토킹도 이렇게까지는 안 했는데.




라울 뒤피를 조사하면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마티스다. 그런데 뒤피와 마티스의 화풍이 급격하게 알록달록해진 것은 이 두분이 세잔의 스타일을 연구할(정작 세잔 본인은 작고할) 무렵이었다. 자세히 보면 기법 등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지만 얼핏 보면 뒤피인지 마티스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그림들이 있다. 주로 니스 해변의 별장 창문으로 바다가 보이는 실내풍경화 또는 야자수가 포함된 해변풍경화가 그렇다. 연구 목적은 아니지만 마침 뒤피 전시 후 구입한 야자수 엽서와 비슷한 분위기의 마티스 야자수 엽서를 발견해서 나란히 붙여놓았다.




마티스도 20대 초반, 1890년대에 고전 습작으로 시작해 점차 세잔 스타일을 연구하는 듯 하지만 점묘법과 과감한 색채를 다양하게 시도한 흔적이 있다. 그가 반복해서 그렸던 생미셸 다리는 여행 욕구를 자극하고 세잔을 변주한 듯한 (하지만 더 화려한) 냅킨위의 사과는 왠지 친근하다. 세잔이 작고한 직후인 1907년부터 그의 인생작이 되는 <춤>과 <음악>의 모티브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들은 아직 세잔의 목욕피플의 연장선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관련 모티브가 등장하는 <사치, 고요, 쾌락>은 점묘화 버전으로 1904년부터 그렸다. 원작은 러시아에 가야 볼 수 있다는 <춤> 시리즈는 1909년부터 그렸다.




이제 그의 단골 소재인 빨간 금붕어가 등장하고 이어서 1920년대 초까지 계속되는 니스 해변 시절의 다채로운 풍경화, 창밖의 바다까지 보이는 여인의 초상화는 뒤피의 그 시절과 함께 보면 더 좋다. 이 무렵에는 뒤피랑 비슷한 그림, 그보다 훨씬 톤다운된 서정적인 그림들이 공존한다. 마티스는 오달리스크라는 여성의 누드와 세미누드를 1923년부터 5년 이상 반복적으로 그렸다. 동시에 이 기간에는 르누아르의 소재를 세잔의 스타일로 그리기도 했다. 피아니스트와 사과, 피아니스트와 체스게임(그런데 카드놀이 분위기) 등.


마티스가 60대가 된 1930년대에 추상화의 전조가 보이지만 아직은 사과랑 농섈루아 스타일의 소파 여인을 더 많이 그렸다. 이 시기의 인물화는 존 싱어 사전트보다 아치볼드 모틀리 주니어나 발튀스에 가깝다. (전통적인 팜 파탈은 아니지만 도발적이다.)


앙리 마티스보다 40년 가까이 늦게 등장한 20세기 화가 발튀스는 앙리의 차남 피에르 마티스의 초상화를 그리기도 했다. 발튀스가 활동하던 시절에는 피에르가 발튀스와 미로, 자코메티 등의 예술가들과 친한 아트딜러로 활동했다고 한다.




앙리의 70대 시절, 1940년대에는 본격 추상화가 계속된다. 마티스 시그니처 중 하나인 그 추상화에서 반복되는 패턴의 원형은 해초가 아니라 '댄서'였다! (난 미역인 줄.) 파란 누드는 추상이라기엔 주제가 확실한 편인데, 원형은 목욕피플이다.


미드 <모던패밀리>에 의하면 건강이 악화된 마티스가 '가위'로 그린(=오려붙인) 그림이 바로 이 추상화들이라고 한다. 구상화를 그만둔 것이 아니라, 작업 속도가 느려서 병행한 것 같다. 80대가 넘어서도 작품활동을 계속한 마티스는 아마도 작업을 하다가 작고하신 듯 하다. (세잔의 마지막 순간은 여러번 읽었는데 마티스편은 아직 못봤다.) 미국에서 마티스를 의식하지 않은 채로 그가 40-50대에 남긴 작품을 봤고, 그저 색감에 이끌려 고양이과 금붕어 미니어쳐를 들였다. 그리고 마티스, 그의 대표작을 보기 위해 러시아 여행을 조금 앞당기기로 한다. 언젠가, 에서 최대 10년 이내로.




이 글을 준비하다가 우연히 알게됐는데, 앙리 마티스 특별전 LOVE & JAZZ가 CXC아트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다고 한다! 전시는 12월 31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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