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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덕후 한국언니 Nov 14. 2024

판타지덕후 철학자의 독서탐구에세이

데이먼 영 <독서의 태도>

도서제공리뷰



그러나 저자로서의 정체성을 갈망하는 모든 사람 중 대다수가 애서가가 아니다.

-39p, 자유롭게 하는 페이지들


격식을 차리지 않는 괴짜 대학교 직원이자 전문 지식이 없는 따분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허세를 부리는 철학자인 나는 각각의 하위문화에서 특이성을 찾으려고 한다. -91p, 호기심


중고 서점에서 수년간 일한 나는 디킨스의 책은 어디에나 있고 아주 싸게 얻을 수 있다고 지루해하며 말할 수 있다. -264p, 잡동사니 방



디킨스의 책(영어판)은 내 서재 구석에도 있다. (아직 읽지 않았다.) 코넌 도일과 버지니아 울프와 헨리 제임스를 공유하는 이 책은 내가 쓰지 않았지만 내가 쓴 것 같기도 한 문장이 많다. 모든 좋은 책이 그러하듯(?) 밀당의 시간이 있었다.


겨울이 다가오면 초조해지는 나는 쌓여있는 소설을 더 쌩쌩한 날 읽기 위해 나름 부지런히 철학 (셀프)숙제를 하는 중이었다. 책 읽기에 관한 은밀하고 지적인 철학 에세이(뒤표지에 따르면)인 이 책은 (내 서평이 그러하듯?) 독서에세이로 접근하면 매운맛이나 철학서로 접근하면 슈크림 붕어빵이다. 철학교수인 저자 데이먼 영은 허세를 부리는 한이 있더라도 고지식하진 않다.


그는 진정한 책덕후라야, 그리고 진심으로 독서목록에 자신이 있어야만 가능한 종횡무진을 보여준다. 하지만 니체와 쇼펜하우어가 진검승부를 하는 와중에도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같은 종족인 소설덕후를 사로잡을 줄 안다. (나는 관련된 철학책 원전과 2차 저작을 읽은 적이 없으며 보기보단 활자중독자가 ‘아니’다.) 일단 셜록 홈즈 덕후라면 환장하고 보는데….


내 독서목록을 빠르게 성장시켰던 독서에세이를 쓴 이다혜 작가의 다른 책, 클래식 클라우드 코넌 도일 편을 선물한 친구를 만나기로 해서 더욱 마음이 급한 와중에(왠지 리뷰가 밀린 듯한 느낌도 있고) 드디어 한 챕터를 남기고 다 읽었다!


마지막 챕터는 등장도서에 관한 한줄평 또는 참고문헌이라고 요약할 수 있는 (비교적 단순한) 정보의 나열이었다. 카페의 영업시간이 갈때마다(심지어 최근에는 가는 곳마다!) 줄어들어 리뷰를 겨우 시작하자마자 자리 이동을 하고 다른 작고 중요한 일을 애써 외면하며 리뷰를 마감하는 중이다.




에머리 대학교 연구진은 소설을 읽는 참가자들이 그러지 않는 사람들보다 뇌의 언어 및 감각 운동 영역 신경 연결도가 더 높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소설 문학이 ‘마음 이론’, 즉 다른 사람의 정신 상태에 관한 우리의 생각에 기여한다고 한다. -27p, 자유롭게 하는 페이지들


​독자는 때로 작가가 실패했기 때문에, 때로 성공했기 때문에 고통을 겪는다. 이야기가 곧바로 고통과 분노를 촉발하기 때문이다. -104p, 인내


그것이 정말 끝이었다. 동시에 그것은 미치도록 끝이 아니었다. -126p, 용기


그러나 문학적 허풍은 매우 널리 퍼진 악덕 행위이다. 이른바 ‘증오 독서’를 고찰해 보자. 많은 사람이 칼럼이나 에세이 혹은 논평을 세세히 읽는다. 이런 글은 대개 이념적인 경쟁자의 작품이다.

-161p, 긍지


그는 주로 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사실 거의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문학적 사색에는 어설프고 느리고 퀴퀴한 냄새가 나고 답답한 분위기가 감돈다. -215p, 자제



도일과 울프의 광팬이 아니거나 제임스가 진심으로 너무너무 지루하다면 모르겠지만(굳이 안 읽어도 될 것 같은 서양 문학작가 많음주의) 철학자들과 친하지 않은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읽으면 친해질 수 있다!) 허세든 자랑이든 뭐든 책을 읽는 동안 저자나 화자, 등장인물과 지적, 심리적 대결(일종의 지능게임…)을 해본 적이 있는 책덕후라면 이런 책을 과연 ‘어떤 태도로’ 읽어야 할지 생각해 볼 기회다. 너무 진지한 책벌레가 되기 싫다면(?) 이참에 책덕후스러운 적당한 유머를 탑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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