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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 Apr 27. 2021

두 가지 국

나름 음률이 있으므로 랲같이 읽으시오

나는 두 가지 국을 끓여

딸이 좋아하는 미역국

애 낳고 삼년이 지났는데도

안빠지는 삼키로를 위한 야채수프

남편은 둘 다 상관없다고 해

바쁜 중에도 나름 도리를 다해

좋은 고기를 자르고

메이드 인 코리아 미역을 불려

조미료는 안 넣어

내 딸은 소중하니까

문숙의 유튜브 채널에서 배운

디톡스 스튜를 끓여

이놈에 단호박은 자르기가 너무 힘들어

주말에 다음 한주를 대비해

적어도 월요일 아니 화요일까진 먹겠지

물을 더 넣어

양을 좀 더 늘리면 수요일까지도?

월요일 아침에 눈을 뜨면

내가 일어나기도 전부터 와있는

업무 문자가 날 맞이해

처음 미팅을 하고 나면

그냥 컵라면이나 먹어야겠다고 생각해

나머지 미팅들을 순차적으로 클리어

허겁지겁 바이 바이 인사하고 딸을 데리러 가

애 재우고 또 일 해야 하니 오늘 저녁 피자 콜?

양심상 난 샐러드를 시켜

오늘 남은 혼을 다해 놀아주면

다시 일하러 지하로

그리고 적당한 지점에서 일을 마무리

다시 부엌으로와

오늘 그 누구도 손도 안 댄 두 가지 국을 끓여

상하면 아까우니까

생각보다  끓어 아까 남긴 피자를 먹어...

지금 시간은 11시


PS 오늘 일하면서 들은 노래는 빅나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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