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무셔!
내가 그나마 꾸준히 즐기는 유일한 취미는 산책. 해가 지는 시간이야 전에 살던 뉴욕과 지금 머무는 곳이나 다를 바 없겠지만 이곳의 저녁과 밤사이는 유독 짧고 어둠은 좀 무섭다. 그러고 보니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의 존재와, 그들의 불빛에 나도 모르게 의존하며 살고 있었구나 싶다. 걸어도 걸어도 만보 채우는 게 숙제 같기만 한 이곳에 비해 뉴욕에선 사람 구경, 살짝살짝 훔쳐보게 되는 집안 구경, 불 꺼진 가게들을 구경하며 꽤 재밌게 걸었던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해 핼러윈도 캔슬될줄 알았지만 집집마다 아기자기하게도 마당을 꾸며놓은 게 낮에는 우습기도, 귀엽다가도 밤에는 뭔가 스산한 기분이 든다. 혼자서 걷기는 무서워 남편이랑 나갔다가 무시시한 분위기 때문인지 말다툼을 하고 들어왔다. 사실 내가 귀신보다 무서운 건 일상에 지쳐 사랑을 찾을 수 없는 부부가 되는 것이다.
할로윈을 핼러윈이라고 고쳐주는 맞춤법 검사, 왠지 어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