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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를 벗길수 있다면 그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현명하게 마음을 얻는 법


   3번 만나고 약혼반지 걸다.


이건 뭔소리인가? 이분은 무슨 조선시대 여자인가 하셨죠?그리고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고 계셨죠?


네 맞습니다.

남편 3번만나고 약혼 반지 맞추러 갔습니다.


본론에 들어가기전 우선 남편과의 만남부터 풀어볼께요.




 지인이 괜찮은 남자 있으니 한번 만나보라고 했지만, 남자의 직업에 대한 안좋은 이미지를 가졌던 나는 썩 내키지않아 '다음에 할께'라고 거절아닌 거절을 했다. 그런데 한 일주일쯤 지났을까 또 연락이 와 정말 좋은 사람이니 두번도 아니고 딱 한번만 만나보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날 생각해서 챙겨주는 데 '그래 2번도 아니도 한번 만나는거 하루 재미있게 놀다오지 뭐~'라고 생각하고 만나러 나갔다.

 외모는 키도 크고 남자답게 생겨 썩 나쁘지 않았지만, 남자 직업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않아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밥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눠보니 '사람이 참 겸손하고 괜찮은게 아닌가?' 내가 가지고 있던 하늘을 나는 일을 하는 사람은 거만하고 자기 잘난 맛에 사는 그런 사람인줄만 알았는데...

첫만남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맥주까지 한잔하고 집까지 바래다 주었다.


다음날 After는 전혀 기대안하고 친구들을 만나러 갔는데,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앗! 어제 소개팅한 그남자다'

영화한편 보자는 그남자.


2번째 만남에 영화를 보고 또 맥주한잔을 하며 이야기에 이야기 꼬리를 물다보니 새벽 1시가 되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 남자 2주후면 인도네시아로 돌아가야한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듣을 부모님은 가락지 하나 맞춰야 하는거 아니냐며 키득거리셨다.


3번째 만남에서 그 남자 부모님도 반지 하나 맞춰야하는거 아니냐고 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파도에 휩쓸리듯 그냥 그 길로 반지하나 사들고 서로에게 끼워주었다.


2월 3째주 화요일에 만나

만난지 딱 10일만에 상견례를 하고

만난지 5개월만에 결혼을 했다.



3번 만나고 결혼 결정하고, 준비하는 과정에 서로를 조금씩 알아갔지만 5개월만에 서로를 얼마나 파악했겠는가?


시댁에 살게되어 신혼의 달달함도 제대로 느끼기 어려웠고 서로의 다름으로 인해 신혼의 쓴맛이 느껴졌다. 바락바락 소리질러가며 싸우기도 하고, 말도 몇일 안하기도 하고, 이 사람이랑 앞으로 몇십년을 어떻게 살지 머리가 아팠다.


이렇게 싸운다고 둘의 관계가 더 나아지지 않았고, 그렇다고 내가 원하는 걸 얻지도 못했다. 내가 그렇게 바락바락 소리지르며 쏟아낸 에너지가 아까웠다.


그러다 극에 치달았아, 쓴물이 올라오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나도 한성질하는 여잔데, 막 소리지르고 막말하고 싸우고 싶었다.

그런데 이렇게 싸워도 바뀌는 건 하나도 없었고, 관계에 더 악영향을 끼친다는 걸 알기에 내성질대로 하지않고 그 성질은 내마음 밑바닥에 고이 구겨넣었다.


마음이 조금 차분해지고, 내가 상대방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보게되었다.


누군가 나에게 소리지르며 강압적으로
"이렇게 바꿔" 라고 하면 내행동을 바꿀까?

아니다! 난 절대 안바꿀것이다. 오기가 생겨 그 반대방향으로 행동할 것이다.


누군가 나의 단점을 비판하듯 얘기한다고 내가 그 단점을 고치지 않을 것이다. 되려 그 사람을 욕하고 비난만 할 뿐이다.


그러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어느 신사가 모자와 두꺼운 외투입고 있는데 그 모자와 외투를 벗겨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매서운 바람이 불면 모자와 외투를 벗길 수 있을까?

절대 아니다.

그 신사는 모자가 날라갈까봐 그리고 너무추워 두꺼운 외투를 더 부여잡을 것이다.


그래! 모자와 두꺼운 외투를 벗기려면 '살랑살랑 따뜻한 바람'을 불어줘야한다.


모자와 두꺼운 외투 = 그 사람의 마음

이라고 생각하고

살랑살랑 따뜻한 바람 = 감동을 주는 것, 진심을 다하는것, 따뜻한 마음

이라고 비유하면

어떻게 해야 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행동을 바뀌게 하는지 알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지도 않은 지혜가 문뜩 떠올라 내 상황에서도 꼭 적용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마침 결혼기념일이라 남편이 회사앞으로 와 저녁을 먹고, 내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상대방의 단점을 꼬집어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나의 입장에서만
나의 관점에서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리고 내 마음 다해 진심으로 남편에게 얘기하고 앞으로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까지 했다.


남편은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대답하고, 우리는 첫만남보다 더 뜨거운 서로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30년 넘게 따로 살다가 서로 맞춰가는 과정이 이런 노력 단 한번으로 180도 바뀌진 않겠지만,
이 마음가짐 그대로 쭉 가져가면 블럭이 딱 들어맞듯 서로가 딱 맞는 때가 올 것이다.




친정 부모님처럼 닭살돋는 부부가 되기까지는
아직 멀었지만,

고마운 일이 있으면 '정말 고맙다'고

미안한 일이  있으면 '내가 미안했다'고

꼭 표현해주고,

내가 먼저 하나라도 베풀고 배려하고,

'내 맘 다해 잘해줘보자'라는 생각으로 실천하려고 한다.




싸우면 누가 먼저 사과하나요?
Or
다투면 누가 먼저 말 거나요?

                      - 하상욱의 시밤 중에서 -



그렇다.

사과를 먼저한다고

먼저 말건다고

자존심이 없고 바보 같아서 그런건 아니다.


우리관계가 잘못되는 게 싫어서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다.


부부 관계 뿐만 아니라 사춘기의 아들, 딸 그리고 모든 인간관계에 적용되는 Rule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노래가사말처럼
오늘보다 내일 더 서로 사랑할 수 있길 바라며....


" I Love you more and more each day.
As time goes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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