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궁에는 창덕궁 후원 못지 않게 힐링할 수 있는 장소가 있습니다. 바로 춘당지죠.
많은 분들이 창경궁 춘당지를 보기 위해 방문하기도 합니다. 입장료도 1000원으로 굉장히 저렴하기 때문에 산책하러도 많이 오고요.
오랜만에 춘당지와 대온실을 보기 위해 창경궁을 다시 방문했습니다.
가을엔 특히 더 아름다운 춘당지이기 때문이죠.
(제가 방문했을땐 10월 중순 조금 지났었는데 아직 단풍이 들지 않았어요. 11월 초에 방문해야 단풍이 있을 것 같아요)
창경궁은 경복궁이나 창덕궁보다 규모가 작아 한 바퀴 둘러보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대부분 홍화문 -> 명정전 -> 춘당지로 이어지는 기본 동선을 따르죠.
하지만 두 번째 방문이라면 조금 다른 길을 추천합니다.
홍화문을 지나 옥천교 앞에서 직진이 아닌 오른쪽 길로 향해보세요.
옥천 물길을 따라 이어지는 그 길에는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산책로가 있습니다.
지금은 창경궁에 전각들이 많이 사라졌지만,
그 자리에 남은 고요함이 창경궁의 깊이를 더해줍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적어 한적하지만,
울창한 나무와 꽃들이 길을 채워 진짜 힐링 산책로로 손꼽힙니다.
창경궁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춘당지예요.
넓게 이어진 연못 위로 나무와 하늘이 반사되어 거울처럼 빛나는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춘당지는 본래 북쪽 작은 연못만 있었지만,
조선시대 임금이 농사를 짓던 '권농장(내농포)'가 있던 자리에
일제강점기 때 남쪽 연못이 추가되며 지금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과거엔 임금이 직접 쟁기를 잡고 소를 몰며 풍년을 기원하던 상징적인 장소였죠.
현재는 벚꽃나무 대신 버드나무와 소나무가 연못을 둘러싸
한국 전통 정원의 고요한 분위기를 되찾았습니다.
(아직 완전한 한국의 전통 정원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부분도 있긴 하지만요.)
특히 가을의 춘당지는 붉은 단풍이 연못에 비치는 장면이 압권입니다.
한 폭의 수묵화처럼 잔잔한 물결에 하늘과 나무가 겹쳐
사진을 찍지 않고는 지나칠 수 없는 장소 입니다.
춘당지에는 천연기념물 원앙이 서식하며
사계절 내내 창경궁의 생명을 상징합니다.
춘당지를 지나면 나뭇잎 사이로
하얀 철제 프레임이 돋보이는 창경궁 대온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1909년에 준공된 대온식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온실로,
프랑스 회사가 시공하고 일본 황실 식물원 담당자였던
후쿠바 하야토가 설계했어요.
당시 동양 최대 규모의 목조 식물원으로 희귀한 열대식물이 전시되던 공간입니다.
지금은 국내 자생 식물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운영 중이에요.
2004년에는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습니다.
하얀 창살 구조와 유리창 너머로 비치는 하늘이
궁궐의 고즈넉함과 대비되며 독특한 조화를 이룹니다.
작지만 정갈한 내부를 한 바퀴 돌고 나오면
대온실 앞의 작은 분소와 유럽식 바로크 정원이 반겨줍니다.
이질적인 듯 조화로운 이 풍경은
창경궁만의 또 다른 도심 속 힐링 포인트입니다.
대온실 오른편에는 많은 사람이 놓치는 공간이 있습니다.
바로 관덕정입니다.
1642년 활쏘기 연습을 위해 세워진 정자로,
지금은 조용히 머무르기에 좋은 쉼터입니다.
춘당지 일대를 둘러본 뒤에는
조선 9대 왕 성종의 태를 묻은 성종태실비와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가 머물렀던 자경전 터도 둘러보세요.
작은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는 창경궁 전각들의 풍경은
서울의 다른 궁궐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뷰입니다.
<북촌마실ㅣ북촌의 순간, 힐링이 되다>는
북촌과 서촌, 창덕궁, 창경궁 등 힐링 장소를 탐방하며
'일상 속에서 즐기는 여유와 감성'을 전합니다.
창경궁 춘당지와 대온실을 비롯해
북촌과 서촌의 조용한 힐링 공간들을 한 권에 담았습니다.
북촌에서 힐링이 필요할 때
북촌마실과 함께 창경궁의 고요함을 걸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