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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안녕 Apr 25. 2024

민희진의 난, 기자회견에서 주목해 볼 만한 말말말

엔터 업계의 민낯을 엿보다

개XXX들과 같이 일 못하겠다


이보다 더한 도파민이 있을까. 오랜만에 X(구 트위터)가 터지고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는 빅이슈가 화제다. 자타칭 뉴진스의 어머니라 불리는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기자회견이 바로 그것이다. 기자회견을 라이브로는 모두 보진 못했지만, 퇴근 후 천천히 돌려보면서 인상 깊었던 몇 가지 말을 적어본다. 


나는 세븐틴의 팬으로서 하이브를 그다지 좋아하진 않지만 민희진의 오늘 감정적인 반격도 아주 잘한 전략이라고는 생각되진 않는다. 하지만, 그 안에서 몇 개의 흥미로운 말들이 있어 꼭 이야기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사건개요(?) 

1. 하이브 "어도어 민희진 대표 배임 혐의, 고발" 

2. 민희진 반격 "어이없어. 경영권 탈취 구조상 불가. 사내고발로 인한 부당처사. 참을 수 없어"

3. 하이브 "증거 확보했어. 다량의 문서 발견, 어도어 대표 사임하라" 

4. 민희진 반격 "어이없어22. 모든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자의적 해석. 경영권 관심 없어"

5. 하이브 "증거 또 확보했어. 어도어 대표 해임 불가피" 

6. 민희진 기습 기자회견 "이 XXX들, XX년, XXX끼. 듣기 싫은 말 하고 바른말하니까 찍힌 것. 이게 무슨 배임 혐의냐, 진짜 배임은 하이브가 하고 있다. 나는 뉴진스를 사랑한다. 카피캣 만들지 마"

7. 하이브 "일일이 대응할 가치 없어. 민희진 경영자 자격 없으니 사임하라. 오늘 오후 고발장 접수 완료" 


하이브는 이 간극 사이사이에 굉장한 보도자료들을 배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테면, 민희진의 '주술 경영' 키워드로 한 무당 논란처럼. 사실 그런 것들이 다소 비겁해 보이기는 했으나 대기업의 전략으로서 여론몰이를 해가는 것 또한 어찌 보면 또 PR의 전략이기에.. 정말 급하구나, 하이브도 이 전쟁이 쉽지 않고 꼭 이겨야 하는 구나, 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그렇지 않을까 추정하는 뇌피셜이기에 ㅎㅎ) 


민희진의 말말말
출처: 스타뉴스


한 기업의 경영자라고는 생각지 못하게 격하게 흔들리는 말, 이 정도로 솔직할 수 있는가, 이 정도로 본인의 감정과 민낯을 다 드러낼 수 있는가 싶을 정도로 감정적이었던 기자회견. 일단 X(구 트위터)에서는 실시간 트렌드가 오랜만에 도배되면서 엄청나게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생각보다는 민희진이 선방했다는 이야기들이 꽤 있다. 


하이브는 이제 대기업의 반열에 속했다. 엔터테인먼트사가 대기업이 된 최초의 사례다. 그만큼 몸집이 커졌고,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으며, 작은 사건사고에도 주가가 요동치는 회사가 되었다. 오늘 현재, 하이브의 주가가 YG 시가총액만큼 날아갔다는 기사가 났다. 이어진 민희진 대표의 기자회견에 방시혁 의장은 얼마나 화가 났을지 상상이 잘 가지 않는다. 


이 엄청나고도 예상치 못한, 앞으로도 전례 없을 엔터 전쟁이 사실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기자회견에서 꽂힌 민희진 대표의 몇 가지 말이 있다. 


출처: MK스포츠


1. 저는 그런 사람이에요. 뒤에서 갖은 말하고, 앞에서 고상한 척 못해요. 이게 저예요. 

기자회견에서 그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 영상은 평생 유튜브에 남을 것이고, 이미지는 박제된다. 이야기한 것들은 떠돌아 밈처럼 유희될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인상적인 건 '나답게' 하겠다는 태도였다. 듣는 사람에게, 나를 시시각각으로 평가할 언론과 대중들에게 '잘 보이려 애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로 이야기하겠다는 마음과 태도. 이건 진짜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어쩌면 경영자가 가지면 안 될 태도 중의 하나일 수도 있는데, 민희진의 에고가 경영자라기보다는 창작과 진심에 있음이 강하게 드러나 흥미로웠다. 회사로서는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는데, '됐고 일단 난 나고 해야 할 말은 하겠다' 라는 것.


그간 해온 일들에 대한 자신이 있기에, 자신을 믿기에, 떳떳하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아니라면, 아마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대목에서 민희진을 적어도 한 번은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2. 기자님들도 제발, 받아 쓰시지만 말고, 대기업의 네트워크만 보시지 말고 소수도 봐주세요. 써주세요.

아, 이 말을 했다는 것에 정말 놀랐다. 언론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누구보다 잘 알 사람이 저렇게 이야기한다는 건 다시 또 진심이다. 그리고 1번에서 말했던 '난 뒷말은 못해, 할 말은 해야겠어'의 태도가 일관적으로 나타난다. 


영화 마케터로 6년간 일하면서 언론의 존재를 실감했다. 언론은 절대 하이브를 등지기 어렵다. 한번 블랙리스트처럼 오른다면, 앞으로 하이브가 다루는 아티스트, 행사에서 배제될 수도 있고 단독 기사는 당연히 쓰지 못할 테다. 그 테두리 밖으로 밀려나는 걸 원하는 기자가 얼마나 될까. 


사실, 민희진 대표라고 소수일까. 그것도 또 아니다. 개인이라 치더라도 그녀는 소수는 아니다. 기자회견 한다고 이 정도로 기자들이 우르르 가는 걸 보면, 이 정도 사회의 이슈를 만들어낼 수 있는 건 소수라고 볼 순 없지 않을까. 


어쨌든, 기자를 향한 일침에 보는 내가 다 '어우, 괜찮나' 싶기도 했는데. 속은 후련했다. 언론 플레이는 여론을 만들어내는 엄청난 영향력을 갖는다. 이 기자회견 전까지 하이브가 잘했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사실도 있으리라. 


하지만 기자회견 이후 민희진은 스스로를 약간은 희생했고, 일부 불필요한 논지를 흐리는 이야기를 더하며 눈살을 찌푸리게도 했지만, 자신을 옹호하는, 최소한 언론이 쓰는 그대로 흘러가지는 않게 되는 '자신만의 흐름'을 만들어냈다. 


이점이 흥미롭고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3. 성적은 계속 우상향 할 수 없어요. 업계에 좋지 않아요. 결국 주식도 교란될 거예요.

성공을 찍어내듯 만들어가려는 하이브에게 일침을 가하는 말이었다. 일부분 동의한다. 대부분의 그룹은 이전의 기록을 깼다는데 주안점을 두어 홍보를 한다. 당연히 발전하는 건 좋고, 그렇게 되고 싶겠지. 하지만 아닐 수도 있는데,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어떻게든 깨나가려고 하다 보니 본질이 흐려지며 서로가 피로해지는 것 같다. 팬들은 더 많은 앨범을 구매해야 하고, 아티스트도 조금은 더 많은 짐을 지게 되겠지. 


더 잘되면 좋겠다. 하지만, 아닐 수도 있음을 인정하고 왜 안 됐는지 분석하고 또 반영해서 해보고, 하는 것은 어려운 걸까? 도대체 뭐가 그렇게 계속 이겨야만 하고 최고를 달성해야만 할까. 


다만, 이것은 약간 기자회견의 핵심 논지에 벗어난 이야기이긴 했다. 본인의 경영권 탈취 논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모른다'라고 이야기하고 다소 분노로 일관했기에. 그 부분에 있어서도 굉장히 명료한 소명은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다. 



돌아와서 그럼에도, 

민희진의 기자회견은 기억될만한 포인트가 많다. 


그 누구도 이 정도로 적나라하게 이야기하기 어렵고 

그 누구도 이 정도로 언론에 세게 이야기하기 어렵고 

어떤 직장인도.. 이 정도 규모의 대기업 회사에 반기를 들기 어렵다. 


눈치 보지 않고 나는 나라고, 

할 말은 해야겠다는 그 모습이 어쨌든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경영자와 직장인에는 맞지 않을지 몰라도 

그래서 더 카타르시스를 주기도 했다. 


어떤 결말로 갈지 알 수는 없지만, 

내일 뉴진스의 컴백 영상이 나오는 날인데.. 


결론은

뉴진스 파이팅이다 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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