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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재선 Jul 05. 2020

따끔따끔, 두근두근 문장들

이승우의 문장들


'이 책은 두 번, 세 번 반복해 읽어야지,

그래서 이 작가의 깊고 집요한 문장들을 배워야지'

라고 생각했던 이승우 작가의 <사랑의 생애>   


질투는 사랑의 크기가 아니라
그가 느끼는 약점의 크기를 나타내 보인다.
사랑해서 질투하는 것이 아니라
약점이 있어서 질투하는 것이다.
맹렬하게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열등감을 느껴서 맹렬하게 질투하는 것이다.
 


그의 문장들은 섬세한 칼날이 됐다가,

내 부끄러움이 고스란히 비치는 거울이 됐다가,

마음속의 마음, 그 속의 나도 모르던 마음까지 파헤쳐

내 눈 앞에 내밀며 고요한 비명을 지르게 한다.


나도 그런 문장을 쓰고 싶다...

하지만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먼저 배워야 할 것은 문장력보다 작가가 글을 대하는 태도임을 이제는 안다.


이승우 작가의 산문집 <소설을 살다>에서는

글에 대한 그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내 두리뭉실한 질문에 똑 부러지는 해답 노트처럼

내가 고민하고 있던 모든 것의 방향을 잡아주었다.

여전히 감탄스러운 문장들로...



더 깊이 내려가는 자는 더 깊은 자기와 만난다.
그럴 때 고독의 일부가 된 우리의 내부에서
그윽한 빛이 피어오른다.
통찰력과 창조의 에너지는 그렇게 생성된다.



더 깊은 나와 만난다는 건

기억 속의 찌질한 나와 마주 본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상상한 나와 경험 속의 나를 결합시켜

춤을 추게 만든다는 것이다.

춤을 추기 위해 가면을 쓴다는 것이다.


기억 속의 나는 엉망진창이라 해도 상상이라는 힘을

이용해 멋진 이야기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것이

새삼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모든 이야기의 원형은 기억이다.

신화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기억이고

기억은 개인의 가장 은밀한 신화다.

신화는 인류 서사의 원형이고

기억은 개인 서사의 원형이다."   - <소설을 살다>


기억은 개인의 가장 은밀한 신화라니!!!

이 부분 읽을 때 가슴이 막~ 뛰었다.

나만 경험하고 내 생각으로 소화한 기억은

나만 알고 있는 신화인 것이다!!!


이야기는 기억이라는 자궁 속에서 태어난다고 말한다.

기억에 상상이 덧붙어 편집되고 과장, 축소되며

이야기가 탄생한다는 것.


내 삶은 드라마틱하지 않아서 꺼내 쓸 것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어쩌면 그건 돌아보기 싫어서 그저 덮어뒀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모퉁이마다 이야기가  쉬고 있다"

라고 이승우 작가가 말하지 않았는가.  


엄한 아빠의 맹한 딸이었기에 혼났던 기억만 수두룩한 내 어린 시절.

그래서 어쩌면 더 보석 같은 이야깃거리가 숨어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가 상상을 더 많이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이제야 들었다.


 이미 가동되어 있는 기억 속에서
기억의 갈피를 뒤지는 것은
이야기의 뼈를 만지는 것이다.
그 뼈에 신경과 살을 붙이는 작업이
소설화의 과정이다.
 - 이승우 -


내가 찾은 해답을 정리하면

첫째, 더 깊이 내면의 자신과 만나자.

둘째, 위대한 책은 위대한 책을 탄생시킨다. (고전 읽자)

셋째, 기억 속의 나에서 신화를 찾아라. (내 가치를 알자)

넷째, 영적인 성숙이 글에 나타난다. (평화롭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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