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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연 Aug 12. 2024

저 애기엄마예요

01. 프롤로그


늦었다. 자유수영 시작은 1시.

가지 말까? 싶다가도 30분만, 아니 20분만 수영하고 나오자. 맘먹고 수영장으로 튀어간다.


윤준이를 낳고 6개월 만이다. 이제야 '아이를 두고 잠깐 운동하고 와야지'하는 마음이 먹어진다. 부리나케 일일권을 끊고 수영장에 들어가니 웬걸. 너무 좋은데?


신나게 수영을 하다 보니,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아주머니가 말을 거신다.

"몇 학년~?"

세상에. 30줄은 진즉에 넘겼고, 내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마당에, 몇학년이냐니.

내가 아무렴 생얼에 수영모를 쓰고 있지만서도, 학생들 방학시즌이긴 하지만서도, 몇 학년이냐니!

호호 너무나 기분 좋은 말이 아닐 수 없다.


"저 애기엄마예요"

세상에에? 내 입에서 '애기엄마예요'가 튀어나오다니!?

저 30대예요, 저 학생 아니에요, 저 결혼했어요. 그 무엇도 아닌

애기엄마라니!


6개월.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나는 나 자신을 애기엄마라고 칭하게 된 걸까. 수영장 레인을 빙빙 도는 내내 툭 튀어나온 나의 새로운 자기소개가 얼떨떨하기만 했다.



수영이 끝나고 수영가방을 열어보니, 한창 수영을 다니던 그 시절의 내가 있다. 향으로는 내로라하는 바디 워시, 보습 가득 바디 스크럽에 바디 로션, 트리트먼트, 헤어브러시, 헤어 오일, 정성스럽게 담아놓은 스킨케어라인까지. (뭐가 이렇게 많아.)


그땐 당연했을 바구니가, 어느새 낯설다. 애기가 깰까 잘 때 빨리 씻고 나오려면, 린스도 사치였던 날들이다. 바디로션은 말해 뭐 해. 향기는 또 웬 말. 내가 쓰는 바디도 아기를 위한 무향에 오로지 성분을 보고 고른지 오래다.


수영가방이 말해줬다. 시나브로 몰랐겠지만 너의 샴푸를 포함한 소소한 일상까지도 아기엄마의 하루로 모두 바뀌어 있다고.


엄마로서의 나의 삶은 이미 시작되었고, 나는 내가 애기엄마인 줄 알고 있었는데, 나만 내가 아기엄마인 줄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아기 엄마로서의 삶은 어떠하냐고?


밤마다 글로 남겨보련다.


여기 ‘엄마의 밤 노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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