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들 <조르주 페렉>을 읽고
부유함을 갈망하는 청춘들의 빈곤을 진정 아름답게 그린 작품
- 롤랑 바르트-
이러한 추천사를 보고도 어찌 책을 펴지 않겠는가.
1960년대 프랑스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책은 시대를 뛰어넘어 지금의 자신에게도 깊은 물음을 준다.
사물들이라는 책 제목으로 실비와 제롬의 삶 살이에 사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진정으로 행복에 대한 깊은 물음을 가진 책이다.
사물들_조르주 페렉
# 하지만 이런 조화로운 상태가 무너지는 것은 순간이었다. 사소한 불협화음, 대수롭지 않은 주저의 순간들, 무례한 태도만으로도 그들의 행복은 무너져 내렸다. 원래의 상태로 돌아갔다. 일종의 계약, 그들이 대가를 지불했던 무엇, 불안정하고 딱한 무엇인가, 잠깐의 행복한 순간이 사라지면서 그들은 더 위험하고 더 불확실해 보이는 일상과 삶으로 내동댕이쳐졌다.
# 그들을 둘러싼 사방에서 삶을 누리는 것과 소유하는 것을 혼동했다. 그들은 시간의 여유를 갖고 싶고, 세상과 거리를 두고 싶어 했지만, 그들에게 무엇 하나 가져다주지 않는 세월은 마냥 흐르기만 했다.
# 가난보다 더 끔찍한 것은 궁색함, 옹졸함, 얄팍함이었다. 일어날 것 같지 않은 기적이나 사상누각에 세운 어리석은 꿈 외에 다른 출구가 없어 보였다. 미래 없는 꽉 막힌 삶으로 암울한 세계를 살아가고 있었다. 질식할 것 같았다. 침몰하는 느낌이었다.
# 자신들이 하는 일이 중요하고, 필요하며, 둘도 없이 소중한 일이라는 것을 증명할 만한 무엇인가를 원했다. 두려움에 찬 노력이 의미 있고, 자신들이 필요로 하던 그 무엇이기를, 자기 자신을 알게 해 주며, 변화를 가져다주고 살게끔 해주는 무엇이기를 원했다.
# 어떻게 해야 떼돈을 벌 수 있을까? 도무지 풀리지 않는 문제였다. 하지만 그들이 보기에 자신과 상관없는 사람들은 제 몫을 잘 챙기며 날마다 이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는 것 같았다.
# 부는 그들에게 아편과 같았다. 거기에 푹 빠져 들었다. 마음을 다잡으려는 노력도 없이 상상의 황활경에 몸을 맡겼다. 가는 곳마다 돈에만 관심을 두었다.
# 새로운 세상을 끝없이 발견했다. 그들의 삶은 사랑과 취기에 어렸다. 그들의 열정은 끝을 몰랐고, 자유는 아무런 구속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산더미처럼 쌓여 가는 세세한 형상 가운데 그들은 질식해 버렸다. 내용은 빛을 잃고 희미해져 갔다. 어렴풋하고 모호하며, 빈약하고 강박적이며, 어리석고 별 볼 일 없는 몇 가지 단상만이 남았다. 더 이상 전체적인 움직임이 아니라 동떨어진 그림으로, 흠 없는 총체가 아니라 조각난 파편으로, 모든 이미지들이 저 멀리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모호하고, 나타나자마자 스러져버리는 암시적이고 환영에 찬 반짝임처럼, 먼지 같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 가장 걸맞지 않은 욕망의 우스꽝스러운 투사, 손에 잡히지 않는 희미한 빛의 반짝임, 도저히 손에 넣을 수 없는 꿈의 조각에 불과한 것 같았다.
#광기에 사로잡혀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토록 많은 것을 약속하면서 실은 아무것도 주지 않는 이 세계에서의 긴장은 너무 심했다.
#그들의 삶은 팽팽한 줄 위에서 끊임없이 춤춰야 하는 꼴에 지나지 않았고, 미래는 꽉 막혀 있었다. 극심한 공허감, 기댈 곳도 없으면서 끝을 모르는 비참한 욕망에 시달렸다. 그들은 소진된 느낌이었다. 은둔하기 위해, 잊기 위해, 자신들을 달래기 위해 떠났다.
#이따금 모든 것이 환영에 불과하며, 스팍스는 존재하지도 숨 쉬지도 않는 것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들은 주변에 공모의 신호를 찾아 헤맸다.
#기쁨도 슬픔도 심지어 권태도 느끼지 않았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것인지, 과연 실제로 살고 있는 것인지 자문하는 일까지 있었다.
#그들의 삶은 마치 고요한 권태처럼 아주 길어진 습관 같았다. 아무것도 없지 않은 삶
#기억 없는 세계, 추억 없는 세상. 헤아리지 않아도 무미건조한 날과 주, 시간은 여전히 흘러갔다. 그들은 더는 욕망하지 않았다
#수단은 결과와 마찬가지로 진리의 일부이다. 진리의 추구는 그 자체로 진실해야 한다. 진실한 추구란 각 단계가 결과로 수렴된 수단의 진실성을 의미한다 <카를 마르크스>
#오늘날 물질과 행복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현대문명의 풍요로움이 어떤 정형화된 행복을 가져다주었지요. 현대 사회에서는 행복해지기 위해 전적으로 ‘모던’해져야 합니다. 실비와 제롬이 행복하고자 하는 순간, 자신들도 모르게 벗어날 수 없는 사슬에 걸려든 겁니다. 행복은 계속해서 쌓아 올려야 할 무엇이 되고 만 것이지요. 우리는 중간에 행복하기를 멈출 수 없게 되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