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2일차. 오후 투어로 루브르 박물관 & 사마리텐 백화점이 예정되어 있었다.
오전엔 쇼핑+에펠탑, 오후엔 루브르박물관+쇼핑. 그래 이래야 패키지답지! 하드코어다 하드코어..
가이드님이 그랬다. 유럽은 박물관 하나만 며칠동안 머물며 보는 사람도 있다고.
그러나 우리는? 패키지 여행객 아니겠는가. 길어봤자 2시간 30분 머물 수 있다. 소위 <꼭 봐야하는 명작>만 빠르게 훑고 5분-10분 남짓 자유시간을 쪼개서 주는게 다다. 뭐 괜찮다. '프리뷰'일뿐! 이렇게 생각하니 진짜로 모든게 괜찮아졌다.
루브르 박물관 외관. 피라미드꼴을 닮은 모습이 예술작품 같다. 유럽 5일차쯤 되니,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봐도 하나같이 다 예쁘고 오래된 건축물밖에 없어 어느새 이 아름다움에 빠르게 적응되고 있는 듯 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
그래도 나라를 옮길 때마다, 조금씩 다른 건축 양식에 눈이 즐거웠다. 건축에 대해 잘 몰라도, 프랑스 건물이 조금 더 우아하거나 화려한 기품이 느껴진다는 것 정도는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베르사유 궁전의 로코코 양식은 자기 주장이 셌다. 어쨌거나 난 개인적으로 더 정리된 고딕 양식을 좋아하는 것 같다. 유럽의 건축물을 보며 든 생각은, 왜 오랜 전통을 보존하고 관리하는지 알겠다는 것. 우리나라는. 아니 '나'에게는 변화하지 않아도 되는 고유한 속성이 뭐가 있을까?
드디어, 박물관 안에 들어가기
이집트 스핑크스
이집트에서 가져온 대형 스핑크스. 이집트 유물은 늘 웅장하고, 섬뜩한 느낌이 든다. 최근 한국에서 미라전도 봤는데, 이집트 문명은 제대로 파보고 싶다가도 섬뜩해서 멀리하고 싶어진다. 그래도 인간사가 어떻게 이어져왔는지 보려면, 한 번쯤 공부 해야하는 문명.
밀로의 비너스
고대 그리스, 최고의 비너스 조각으로 평가받고 있는 밀로의 비너스. 잘려나간 팔은 유실되었지만, 굳이 복원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고 한다. 확실치는 않은데, 아프로디테라고 여겨지고 있다고 한다. 눈빛은 하늘을 보고있고, 몸의 선이 엄청 아름답게 표현되었다. 무표정한 얼굴인데, 밀로의 비너스 자체가 기원전 5세기 미적 기준을 충족한다고 한다. 흥미롭다. 모든 조각상, 예술작품은 결국 그 시대의 '미적 기준'을 추구한다. 인간은 언제나 그래왔다.
북적북적 사람 많음 주의ㅇ_ㅇ
승리의 여신, 니케상
뱃머리 조형물 위에 승리의 여신인 니케 조각상이 올려져 있다. 계단을 쪼르르 올라 멀리서 조각상을 바라보는 뷰가 있는데, 이 작품은 꼭 거기서 봐야 장관이라고 하셔서 찰칵 사진으로 남겼다.
푸른색이 돋보였던 그림들. 당연한 얘기지만, 전반적으로 모든 그림엔 기독교적인 세계관이 또렷하게 드러난다. 색감이 너무 예쁘잖아..ㅠㅠ 솔직히 여러 아티스트들이 "~세기 어떤 것으로부터 영감을 받아"라고 하면 때때로 그럴싸하게 기획력을 높인다고만 생각했는데.. 요즘 이런저런 옛날 작품을 보며 그럴만하다고 끄덕이고 있다.
전시를 보다보면, 사람들이 보였다. 여유있게 전시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내 여유도 덩달아 찾았던 그날.
모나리자
마지막은 루브르 박물관의 꽃, 모나리자.
루브르 박물관은 모나리자 보러 간다고(?) 할 정도로, 우리가 익히 잘 아는 모나리자 작품 원본이 전시되어 있다. 여행 유튜브 보면, 모나리자 앞에 사람들이 사진 찍겠다고 난리통이라더니 진짜 그랬다. 그래도 내 상상보다 적은 사람들이 있었고, 무리없이 앞에 가서 사진도 찍었다.
모나리자 작품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피렌체의 한 부자 상인이었던 '조콘다'의 부인 초상화를 그린 것이다. 모나는 이태리어로 '부인'을 존칭하는 말, 리자가 부인의 이름이다. 넓은 이마, 눈썹은 없다. 이 또한 그때 당시의 미인 기준이었단다. 그림을 3차원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유약으로 여러 겹 특수처리를 했다고 하는데..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자연스러운 미소'였다. 얼마나 디테일하게 입술부분을 덧발랐을까.
실제로 이 작품을 그릴 때, 부인을 웃기기 위해 광대도 불렀다고 하는데..ㅋㅋ
마냥 환한 미소도 아니고, 미소를 지을듯 말듯한 묘한 표정이 매력적이다. 그리고 그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몇 번이고 유약을 덧칠했을 마음을 생각하니.. 신을 위해 뒷면까지 디테일하게 조각했던 영국박물관의 조각상들이 떠올랐다. 뭐 하나 하더라도 디테일을 잡는 게 예술인으로서 가져가야 할, 태도가 아닐까. 내 삶을 '예술'로 덧칠하고 싶다면 디테일하게 결국 그 일을 해내고자 하는 마음이 중요할 것이다.
그 외 박물관의 순간들
별 다른 의미는 없다. 박물관에서의 소리, 색감, 사람들의 옷차림, 성인이 된 엄마와 나의 여행 모먼트를 그저 찍고 남겨두고 싶었다. 몇 달 후 다시 꺼내보는 사진들이 이젠 하나하나 귀하게 느껴진다.
백화점 갈 시간. 프랑스의 백화점이라니. 보통은 명품백, 명품 패딩을 하나라도 사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명품 소비 문화란.. 참....격차를 느끼게 하는 동시에 대체 '무엇'을 위한 소비인가 생각하게 만든다. 최근 봤던 그랜트 카돈 영상처럼 불로소득으로 들어오는 돈으로 소비하자.....ㅋㅋㅋㅋㅋㅋㅋㅋ(이러고 자잘한 소비 제일 많이 하는 나)
그닥 맛은 없었던 커피
밤이 되었습니다. 스위스 근접지역인 벨포르로 넘어가주세요.
TGV(떼제베)를 탔다. 이 날도 어김없이 기차에서 밥을 먹었다.
여기서부터 꿀팁 하나. 패키지에서 혼자만의 시간이 너무 필요하다면, 기차 식당칸으로 가자. 달리는 기차 안, 나 혼자 덩그러니 유럽여행 온 것 같은 기분 좋은 착각이 든다. 약 1시간 동안 식당칸 바 자리에서 일기도 쓰고 사람 구경도 하고, 기차 소리에 고요히 잠겨있었다. 솔직히 너무 귀한 1시간이었다.ㅋㅋ 매일 일기를 쓰자고 다짐했는데, 특히 여행 중반부가 되니 밤만 되면 피곤해 죽을 지경이었다. 매일 짐싸고 아침에 캐리어 들고 나오는 삶이 꽤 피곤했는지 일기를 쓰려고만하면 잠이 쏟아졌다. (새벽 1-2시라서 당연함) 날려쓴 글씨로 빽뺵해진 일기장을 보니,기차에서 말짱한 정신으로 글을 쓰고 싶었다. 아무튼 패키지 중에도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는데 게을리 하지 말자. 그것 또한 여행의 추억으로 남을테니. :)
참, 간식이 있으면 더 좋다.
숙소 도착. 벨포르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슨 피난민들처럼 캐리어 질질 끌고 숙소까지 갔던 장면이다.
걸어가긴 멀고, 차로 가기엔 가까운 그런 애매한 거리를 엄청 체력거지인 상태로 걸었는데 모두가 달달달달 캐리어를 끌며 가니.. 그 자체로 피난 영화 같았다.하하..
다음 날이면, 스위스로 넘어간다.
꿈에 그리던 스위스는 또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