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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니 Hani Kim May 31. 2023

[첫 모녀유럽여행] #21. 지독한 고산증, 융프라우

스위스 1일차. 고산증 때문에 두통, 어지럼증, 구토 증세 등 여행 중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해발 4,158m의 알프스 산맥 <융프라우>. 평소 산을 오르지도 않아봤으면서, 단순히 이 곳을 하나의 '관광지'로만 여긴 나의 오산이었다. 다른거 다 J처럼 준비해놓고, 왜 고산증 약 안 사갔니... 왜 멀미약만 챙겼어...응? 부디 스위스에 가게 된다면 본인을 믿지 마시고, 고산증 약을 믿으시오.



인터라겐엔서 출발해, 약 3,454m 위치까지 철도를 타고 올라간다. 기차로 높은 경사를 타고 올라가는 건 또 처음이라. 4-50분 올라가는 동안, 아름다운 광경을 마주했다, 스위스에서 가장 기대했던 뷰였고, 기대감을 충족시키기 충분한 자연 그 자체였다.ㅠㅠ



겨울왕국은 왕국이었다. 그러나 틈틈이 '가을'도 보여주던 겨울왕국.

봄여름 시즌에는 또 얼마나 아름다울까? 상상하게 만들어준 가을뷰에 감사했다.



스위스 뿐 아니라, 해외에 가면 고지에 형성된 마을이 있다. 보통 관광지인 경우가 많지만, 어쨌든 그 모든 시설을 볼 때마다 <감히 인간이 자연에게 도전한 산물>을 훔쳐보는 느낌이다. 오랜 세월 동안 인간이 자연을 정복해왔구나 싶고. 과연 100% 정복한 걸까, 다시 정복 당하고 있는 걸까 아이러니한 마음이 동시에 든다.



기차 갈아타는 중간역 지점.


목 말라서 스위스 국민음료인 trivella를 슥 들이켜주고



여행파우치로 들고온 #솜마일x위커밍 콜라보 파우치도 찍어주고



기차를 타고 올라갈 때, 귀가 멍멍해지긴 했어도 어딘가 아프다는 생각은 안들었다. 그런데 종착지에 내려 융프라우 꼭대기로 올라가는 길부터 머리가 지끈지끈거리기 시작하더니, 숨쉬기가 힘들어지면서 심호흡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속도 울렁울렁 토할 것 같고, 몸을 살짝 낮추고 걸어야 그나마 걸을 수가 있었다. 몸이 계속 압박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아, 인간은 고지만 올라와도 이렇게 숨을 헐떡거리는 약한 존재구나....당연하지만, 처음 겪는 고산증에 인간이라는 우주먼지의 존재를 다시 한 번 느꼈다.



올라와보니 얼음궁전(?)이라는 게 있었다. 각종 동물, 애니메이션, 피아노 등 조형물이 얼음조각상으로 설치되어 있었다.



대형 스노우볼안에 융프라우의 스토리가 담겨있었는데, 동심으로 돌아가 멍 때리고 볼만한 비주얼이었다. 다만, 이 때도 상태가 매우 안좋았어서 진짜 슥슥슥 봤음..ㅠ-ㅠ


그리고 대망의 하이라이트 <융프라우 꼭대기에서 사진 찍기> 진짜 다들 이거 찍으려고 올라가는듯ㅋㅋㅋ.. 고산증 때문에 죽겠는 와중에 언제 와보겠냐며 틈틈이 눈에 담았다. 사방이 눈천지고, 발 한걸음 옮겼을 뿐인데 눈보라가 막 몰아치질 않나... 사진찍는 1초를 위해 웃어보이고는 곧바로 기어 바로 내려왔다.



내려가는 중간에 탄 리프트 ㅋㅋㅋㅋㅋㅋ진짜 새~하얀 눈이다. 푹푹 찌는 여름이 코 앞에 와있는 지금, 이 사진을 보니 오히려 시-원하다. 스위스에 가면 내가 얼마나 작은 우주먼지인지, 인간의 작은 존재감을 깨닫고 온다는데 같은 지구를 딛고 사는 입장에서, 이토록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는 것 자체가 경이로웠다.


매일 밤 피곤해 죽겠어도 자정 12시~새벽 1시 반쯤까지는 일기 쓰고, 영수증 정리도 하고 잤는데

이 날은 진짜.... 고산증 때문에 영수증, 일기, 짐 정리고 뭐고 모두 싹다 내려놓고 바로 자기로 했다.

심지어 편의점,마트에서 사뒀던 음식도 다 못 먹겠어서 냉장고처럼 밖에 둠..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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