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9일차. 이탈리아 피렌체
이번 여정이 조금 특별하게 느껴진 이유는 친한 친구가 비슷한 시기에 이탈리아로 신혼여행을 떠났기 때문.
내가 유럽여행을 떠나게 된 시점이 친구가 한국에 돌아온 직후라 비슷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그냥 여행도 아니고 무려 유럽 여행을. 비슷한 시기에 다녀온지라 안그래도 수다쟁이인 우리에게 수다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하하) 사실 친구가 피렌체 미켈란젤로 언덕이 그렇게 예쁘다고 했는데 거길 못가봐서 너무 아쉬웠다ㅠ ㅠ나중에 나도 사랑하는 사람과 꼭 가봐야지!
피렌체는 베네치아에서 차로 약 3시간 걸리는 곳이다.
체감상 대도시를 이동하면 보통 2-3시간씩 걸리더라.
이미 적응해버린 나는 "또 2-3시간 걸리겠구나"하는 마음으로 버스에 올랐다.
달리다보면 평야가 펼쳐지고
폰을 만지작 만지작.
유튜브 저장된 곡을 듣다가, 이탈리아 땅을 누비고 있다는 사실에 감개무량.
그러다보면 어느새 내릴 때가 된다.
(아직도 꿈만 같은 유럽여행이다.)
트램을 탔다. 어디에서 처음 타봤더라..
기억은 안나지만, 오랜만에 마주한 트램은 꽤 예뻤다.
어떤 풍경에 트램이란 교통수단이 등장하면 도시 전체가 마법처럼 낭만적으로 보인다.
손에 쥔 트램티켓.
이런 티켓을 받으면 엄마는 꼭 본인이 챙기시겠다고 한다.
내가 잃어버릴까 걱정되는게 분명하다. 아직도 칠칠맞은 딸래미 재질,,^^
트램 셀피 찰칵
피렌체는 영어로 플로렌스.
기원전 59년.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그의 베테랑 병사들을 위한 정착지로 계획도시로 세웠던 곳.
환경이 좋아서 마을이 번화된 곳이 아니라, 군대에서는 '보급'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물자를 완벽하게 보급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자고 해서 만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군인 가족이 엄청 거주했고, 승리하고 돌아온 귀한 병사(실제 자기 아들)를 위해 승전 행사가 많이 열렸다고 한다. 이때 자기 아들의 얼굴, 팔, 다리가 잘 붙어있나부터 확인했다고(무서워..) 그리고 환영인사로 꽃을 많이 던져줬다고 한다.
또 하나. 피렌체는 르네상스의 도시라 불린다.
흑사병이 돌고, 사람들이 가진 사고방식의 틀이 많이 깨어진 시대였다. 종교의 위신이 흔들리자, 피렌체/베네치아 등 이탈리아에서 힘을 줄 수 있던 도시들이 각자의 힘으로 상업적으로 살아나기 시작했는데.. 피렌체의 경우, 레오나르도 다빈치/라파엘로/미켈란젤로 등 유명한 예술가들이 하나둘 등장하는 시기가 맞물렸다.
그리고 피렌체의 번성 뒤에는 '메디치 가문'이라는 큰 힘이 있었다.
금융업을 통해 돈을 쭉 벌어들이고, 사실 사채업을 했는데.. 여기서 교황이 세 명이나 나왔다고.(어질)
지금도 가톨릭교는 헌금을 내면 교황에게 입금 후, 나중에 필요할 때마다 나눈다고 하는데
현물할 수 있는 유동자산으로만 스페인 땅을 사고도 남는다고...ㅎ
어쨌든 메디치가문은 고리대금업을 커버하고, 이미지를 좋게 하기 위해 도시를 위해 힘을 썼다. 그야말로 메디치 가문의 도시인 것. 시민들이 메디치 가문에 의존을 하게 된다.(도서관, 건물 등)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사업으로 마을을 살리는 배후가 있고 또 그 배후 안에서 잘 성장한 누군가가 훌륭한 예술가를 알아보고. 큰 투자와 작은 투자가 계속 맞물리고, 사람 간에 연결이 일어난다.
결론적으로, 르네상스의 꽃이란 타이틀도 얻었고 볼거리가 많은 도시가 되었다.
피렌체에서도 행진을 볼 수 있었다.
이번 유럽여행 내내 들었던 말이 '운 좋다'라는 말이었는데, 그만큼 날씨/행사 등이 완벽했다.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 (피렌체 두오모)
모든게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피렌체 두오모 성당 내부는 들어갈 수 없었다.
하지만,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만족했던 걸 보면 아마도 정신승리중이었던 것 같다.
"괜찮아. 지금 넌 서유럽 미리보기중이야^-^나중에 다시 자유여행으로 분명 오게될 것"이라고.
다시 생각해도 큰 아쉬움이 없다. 엄마와의 추억을 만들고 온 것만으로 대만족.
성당은 이슬람 양식이라 그런지 광활하고, 묘했다. 십자군 전쟁 이후 유럽에 전파된 이슬람 양식이라고 한다. 역사 공부하고 제대로 다시 보러 가야겠다. :)
단체여행 내내 너무 좋아했던 아주머니가 계셨는데, 냉정과 열정 사이 때문에 피렌체 두오모 성당을 찬찬히 보고 싶었는데 들어가지도 못하고 이게 뭐냐며 많이 아쉬워하시는 눈치였다. 그도 그럴것이 단체여행으로 이탈리아를 슥 돌다보면, 하나하나 콘텐츠가 너무 많아서 여유있게 둘러보지 못한다고 느낄 수 있다. 단체여행의 이면이랄까..ㅠ-ㅠ
가장 기억에 남는 문은 피렌체 구성당의 동문
자세히 보면 어떻게 저렇게 디테일하게 조각했을까 놀랍기만 하다.
성경의 내용을 문자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쉽게 알리고자 새겼다고 한다.
광장 옆 성당. 성당 옆 광장. 광장과 성당은 뗄레야 뗄 수가 없다.
광장을 중심으로, 젤라또/카페/가죽가게 등 상점이 즐비하다. 활기찬 이 느낌이 너무 좋다.
원목 재질을 정말 사랑하는데.. 예쁜 원목 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엄마 나 이 문 앞에서 사진 찍어줘!"하고 찍은 사진.
골목을 지나면
단테의 생가를 마주친다.
신곡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곳.
이날 점심은 티본스테이크였다...ㅠ ㅠ(감동)
단체여행을 하다보면 고급진 음식을 먹을 일이 거의 없다. 아마 티본스테이크가 유일무이했던 듯?
티본스테이크를 먹는 테이블에서 재미난 광경이 펼쳐진다. 바로 K-쌈장과 배추가 등장한 것. 레스토랑에서 제공된 건 아니고, 함께 여행온 할머니-할아버지 부부께서 싸오신 것이다.(지혜로워,,ㅠ)
어르신들이 느끼한 스파게티, 빵 등을 계속 먹는다는 건 말도 안된다. 자식들 없이 여유있게 놀러오신 것도 대단하고, 또 본인들이 잘 다니기 위해 알아서 저런 K-푸드를 들고 다니시고 필요할 때마다 슥 꺼내먹는 게 신기했다.
누군가는 아니 레스토랑에서 저걸 꺼내 먹는다고?하겠지만, 70세 정도의 어르신이 여행다니기엔 무리가 되는 여행이 맞다. 덕분에(?) 우리 엄마를 포함한 5060은 감사하다며 스테이크를 쌈싸먹기 시작했다.(하하)
*물론 다 먹고나서는 깔끔하게 치워두는 것이 예의*
시뇨리아 광장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헤라클레스상 등 다양한 조각상들이 복제품으로 꽤 크게 만들어져 자리해있다.
두오모 성당 - 시뇨리아 광장 - 베키오 궁전이 나란히 도보로 가기 편하게 모여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완전 대놓고 관광지...일 수 밖에 없는 이유.
멋있는 광장을 지나
베키오 궁전
베키오 궁전 로비.
미켈란제로의 제자가 지었다고 한다. 지금은 피렌체 시청으로 쓰인다고. :)
베키오 다리 풍경에서 한컷.
숙소로 돌아가는 길, 한식집에 들렀다.(만세)
저녁에 마트로 달려가 이것저것 집어왔다.
배 요거트였는데.. 이거 진짜 맛있었다. (후루룹)
여행 내내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엄마와 저녁 2-3일 정도는 와인 한 모금 마시고 잠들었다.
1년에 술을,,, 3-4번은 먹을까 싶은 나에게 좀 새로운 문화였다. 유럽여행 아니면 절대 못했을ㅋㅋ
피렌체에서 산 보라돌이 가방도 스리슬쩍 인증샷.
피렌체는 정말,,,,,,,,,딱 이런 느낌이었다.
노랑주황빛에 르네상스를 곁들여,, 그리스 로마신화에 살짝 들어와있는 듯한.
나중에 오면 두오모 성당, 미켈란젤로 언덕, 광장 등을 더 샅샅이 가봐야겠다. :)
다음 편에서는 이탈리아의 또 다른 모습을 살펴보자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