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었다. 불꽃놀이 보겠다고 무려 7시간을 죽치고 있었다니
맛집 웨이팅도 1시간이지, 이렇게까지 기다린 적 있었나
(한국에서도 불꽃놀이 안 보러 간 사람..나요..ㅎ-ㅎ)
세계 3대 불꽃놀이가 하필 호주라니!
비행기 티켓 끊을 쯤 알게 된 정보 덕에
불꽃놀이가 여행 목적이었던 것처럼 기대하기 시작했다.
뭐야. 뭔데. 세계 3대 불꽃축제? 그게 뭐라고
시간이 지날수록 기대되는 묘한 심리,,
2023년 12월 31일은 끝점과 시작점이 닿아있는 날.
다인종이 모여 Happy New Year!을 외치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기다릴 땐 너무 힘들었는데, 불꽃놀이 보자마자 시간이 아깝지 않게 느껴졌다. 내 2023년도 그랬을까?
자리를 지키는 것만으로, 힘들어 죽을 것 같았던 2023년이었는데
한 해를 불꽃놀이로 시작하며 시간을 잘 견딘 것에 대한 보상을 느끼고 있다.
2024년 끝에는 부디 2023년을 밑거름 삼아 모든 게 한계단씩 성장할 수 있었으면. 꼭 그랬으면 좋겠다.
오늘 포스팅에는 12월 31일을 정성스레 담아두려고 한다.
#YEHS호텔시드니하버스위트 에서 마주하는 첫 아침. 빌딩숲 사이라 건물부터 보인다.
전날 사온 크로아상이 있어서.. 호텔 로비에서 제공되는 커피랑 같이 마실까 했으나
텀블러가 없으면 커피를 방으로 가져갈 수가 없다.(당연하긴 해..)
아침부터 크로아상 + 요거트 + 크랜베리 파티
늘 그렇듯 외국에서는 다양한 요거트맛을 섭렵하는 재미있다. >~<
컬리에도 입점되어 있는 초바니 요거트.....새콤달달 그 자체. 뻔한 맛이지만 너무 맛있게 먹었다.
아침을 잘 챙겨먹는 친구 덕에, 호주 여행 내내 소소하게 아침을 먹었다.
요거트는 소소하지 않은 양이라 은근 배불렀음
12월 31일. 시드니에 있다면, 그날의 주인공은 불꽃놀이
전날 도착하자마자 2만보 이상 걸은 우리는 오전 10~11시쯤 하루를 시작했다.
어제 10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고 도착했고.. 왕 피로한 상태지만(?)
시간은 봐주지 않지. 여행은 계속된다.
오자마자 클라이막스날을 마주한 우리는 고민에 빠졌다.
생각1
불꽃놀이. 그거 뭐. 어디서든 보면 되는 거 아님?
여행이 중요하지! 하루 꽉 채워 보내다가..
하늘 올려다보면 불꽃놀이 보이지 않을까?!
생각2
아니. 지금 시드니 사람들 좀 봐봐..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구..
무조건 사람 왕왕 많을거고. 제대로 보고 싶으면 어디라도 가서 웨이팅 시작해야할 것 같아..ㅎㅎ
한 번 밖에 나가면 밤 12시 넘어서 들어와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고
고생이 뻔히 보였다..ㅎ-ㅎ
결론
12월 31일. 시드니 시티 전체 분위기는 '불꽃놀이' 그 자체다.
어딜가나 사람이 많고, 거리에 뷰 포인트에 인원 꽉 차있는지 아닌지. 오직 그것만이 관심사였다.ㅋ_ㅋ
우리도 마찬가지로 마음이 조급해졌고. 여길가나 저길가나 북적북적
어차피 불꽃놀이 볼거라면 적당한 시간부터 웨이팅을 해보자고 결정했다.
12월 31일의 스케쥴
QVB - 메시나 아이스크림 - 하이드파크 공원 - MCA카페 - 베티스 버거 - 바랑가루 포인트
아침에 텀바롱 공원 잠깐 들리기
새해를 앞두고 한껏 들뜬 거리 풍경
QVB 백화점
시드니 시티의 랜드마크 #QVB백화점
건물 내 시계탑 장식이 2개가 있었는데.. 어떻게 만든건지.. 훔쳐오고 싶을 만큼 아름다웠다.
게다가 건물 외관 자체도 유럽감성 낭낭해서 진짜 매일매일 들리고 싶은 곳이었다.
몇층을 걸쳐있는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 조금 더 일찍 와서 12월 25일을 즐겼어도 좋았겠지만 크게 아쉬움은 없다. 연말연초까지 크리스마스 장식이 다 남아있기 때문에 '충분히' 크리스마스 느낌이 난다. :)
불꽃놀이 보기 전에 가족, 연인, 친구 단위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도 많았다.
호기심 생긴 브랜드는 하나하나 다 경험해보고 싶은데
도..돈이 없넹. 물가 비싼 곳 오면 이런게 아쉽다.
그래도 비주얼은 담을 수 있으니 열심히 셔터라도 눌러보기
#호주UGG는 어딜가나 있다.
거리에나 백화점에나..ㅋㅋ 사오진 않았는데
어그 노리시는 분들은 꼭 호주에서 기필코 사오세요. 두 번 사세요. 쌉니다.
어그 보면서 느낀 건, 국가-브랜드가 하나의 연합체로 브랜딩 되어있을 때
전세계적으로 소비자를 가져갈 수 있다는 것. 당연하지만 우리나라도 '삼성'으로 하나되는 것처럼 호주는 '어그'로 하나된다. 그 외 다른 산업도 있겠지만 패션산업에서 호주 하면 어그. 판도라.를 싸게 살 수 있는 곳이란 인식이 있기 때문에 불티나게 팔린다. 이런 브랜드. 우리가 또 만들 수 없을까? 그런 잡생각을 하며 바라봤다. ;)
QVB백화점에 한국 스몰브랜드 작가님 제품이 있어서 화들짝 놀라는 중.
이제 스몰브랜드 시장도 글로벌이구나..
#코코블랙 이라는 브랜드도 있었는데
특유의 모형 초콜릿 때문에 자꾸 눈에 들어왔다.
여기저기 매장이 있어서 더 궁금했던 브랜드
그 외 향신료, 견과류 하나만 깊이 파는 가게도 있었다.
미국에 맵기 단계를 몇 단계로 나누어 '매운 맛'을 파는 가게도 있다고 들었는데
이제는 트렌디하게 하나만좁게 파는 가게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과연 얼마나 고객이 존재하는가는 미지수지만, 대중적인 것을 해서 망할바에야 이렇게 하나 제대로 파서 답을 찾아나가는 것도 비즈니스의 현주소
호주하면 생각나는 브랜드가 하나 더 생겼다.
티(tea)브랜드 T2. 선물용 하나, 내꺼 하나 사왔는데.. 몇 개 더 쟁여올걸 하는 후회가 남을 정도로 향이 좋았다. 한국에서 자주 가는 카페가 있는데 거기 티 이름이 똑같길래.. 설마 T2껀가 했는데.. 여기꺼였어..ㅋㅋㅋㅋ
이런거 생각하면 5천원 주고 티 사먹긴 좀 아깝..ㅋㅋㅋㅋ
#메시나아이스크림 #messina
드디어 호주 첫 젤라또 등장!!!!!
젤라띠시모, 메시나는 시티 내 여러지점이 있는데..
보일 때마다 꼭 꼭 들러서 새로운 맛에 도전해보길!
개인적으로 피스타치오 맛 진짜 너어어어어무 내 스타일이었음
물론 인기 많아서 서치해보고 먹은 맛이긴 한데.. 다른 맛도 너무 기대됨
아이스크림 먹으며 사람 구경을 하던 중.
한 가족이 거리를 걷다 멈췄다.
계단 위로 보이는 저 돌 의자(?) 위로 형제 2명이 깡충깡충 뛰고 있었다.
위험해보여서 걱정이 됐는데. 웬걸? 부모가 아이들을 한참 기다려준다.
그러고보니 이와 비슷한 장면을 호주에 오자마자 목격했었다.
지하철 엘레베이터를 탔는데 아이가 문 열리는 버튼을 누르고 싶어했다.
이 상황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안돼!라고 말하는게 상식적이겠지만
그 엄마는 문 닫히는 버튼을 누르라고 하는 것이다. OMG.
너무 놀랐다.
아이에게 또 다른 선택권이 있음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최근 교육 콘텐츠에서 본 건데, 어렸을 적부터 아이가 좋아하는 것에 깊게 빠질 수 있는 시간을 주려면
아이가 트럭을 좋아할 때, 트럭을 보고 멈춰서서 한참을 기다려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생각이 든다. 경쟁사회, 압박감. 이런거 말고 진짜 좋아하는 것에 대한 마음을 키우려면
어릴 적부터 그런 인내를 받아봐야만 한다. 여행하며 이렇게 또 하나씩 배운다.
#하이드파크 잠깐 지나치기
진짜 흐리긴 흐렸다.
유쾌하게 체스 두고 계신 할아버지들을보며 한 번 더 힐링하기
오후 4시가 되기 전.
시드니 현대미술관 윗층에 있는 MCA카페에 호다닥 왔다.
베이커리와 시드니/하버브릿지뷰가 유명한 곳인데.....
아무래도 딱 마지막날이라 사람이 엄청 많고 복잡하다.
원래도 사람이 많은 곳이지만, 유난히 막날이라 더 많았던 듯.
카페 올라가는 투명 엘레베이터에서 내려다본 휴.먼.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12월 31일 뷰포인트마다 저런 상황이었다.
아주 흐린 날의 오페라하우스 뷰.
햇살 아래 반질거렸던 흰 달걀은 온데간데 없는 모습.
만약 다시 간다면 진짜 날씨 좋은 날 딱 골라서 MCA카페에 1시간 정도 죽치고 앉아있을 것 같다.
흐리지만 플랫화이트는 먹어줘야지.
왜? 아직 불꽃놀이까지 8시간은 족히 남았거든......ㅠ-ㅠ
중간에 화장실도 자주 못갈거 같아서 보일 때마다 들러줬다.
커피는 한 잔 마셔줘야 12시 넘어서까지 체력이 괜찮을 것 같았다.
어제 왔던 록스 스트릿을 다시 한 번 걸으며
SON.....발견........(초롱초롱)
자랑스러운 한국인.....
이제 진짜 진짜 어디 뷰포인트든 가야한다.
#베티스버거 테이크아웃해서 들고감
편의점 들러서 초콜릿도 구매 완!
#호주머뭄카페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네이버 블로그도 휙휙 뒤지다가..
결국 #바랑가루 로 향했다.
가장 좋은 뷰를 보려면 오페라 하우스 + 하버브릿지 뷰가 동시에 잘 보이는 곳으로 가야겠지만
둘다 걸쳐서 그나마 Full이 아닌 곳을 가려면 바랑가루가 적합했다.
추천글을 많이 보기도 해서 일단 GO!
가는 길에 산들거리는 초록이들.
호주 = 초록 그 자체였는데 이런 풍경 볼 때마다 진짜 호주워홀.....1년 오고 싶을 정도로 푹 빠졌다.
바랑가루 뷰포인트
시드니 새해불꽃놀이는 공식 홈페이지가 따로 있다.
거기서 뷰포인트도 추천해주고, 실시간 정보도 공유해준다.
그리고 거리 전광판으로도 실시간 사람이 full로 찼는지 자리가 남았는지 알려준다.
뷰포인트 가는데만.. 이렇게 줄이 길다.
무슨 콘서트 티켓팅하는 건 줄..ㅋㅋㅋ
쭉- 길따라 올라가면 불꽃놀이 볼 수 있는 공원이 나온다.
진짜 어딜가도 사람이 많긴 해서
제대로 볼거라면 10시간 이상 기다려서 원하는 자리에서 죽치고 기다리거나,
아니면 우리처럼 적당한 시간에 적당한 자리를 차지하고 보거나 해야한다.
7시간 기다렸는데도 바랑가루에서 언덕배기 아래쪽에 자리 잡을 수 있는 거 실화냐..ㅋㅋㅋㅋ
그래도 운 좋게 360도 인도인에 둘러쌓인 자리지만....큰 돗자리 펼 수 있는 공간을 찾았다.
앉자마자 힘들어서 버거 먹는 중. (맛있어..ㅠ)
근데 버거는 따뜻해야 더 맛있어..
#문상훈 #내가한말을내가오해하지않기로함
움.... 화장실 30분 걸림..
딱 한 번 감..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약 3시간 반 정도 남았을 때.....ㅋㅋㅋ
커피 차 가서 줄 섰는데.. 1시간 넘게 걸리고.....
내 3번째 앞 순서부터 뜨거운 물이 없는 사고가 발생하여.......
결국 게토레이 1개 사온 거 실화냐고요......
소중하고 비싼 게토레이 1개.
친구랑 어이없어서 웃는 중 ㅠ-ㅠ
그러다 9시에 미리 해주는 스몰 불꽃놀이를 구경했다.
가족 단위로 오는 사람이 많다보니 9시에 미리 한 번 삭 ~ 볼 수 있게 스몰 불꽃놀이를 진행한다.
배려심 넘쳐... 9시꺼 보고 빠지는 분들도 꽤 있었다. 그 덕에 우리도 조금 더 잘 보이는 자리로 옮겼다.
어둑어둑해지고 정말 할 게 없어서...
노래도 듣고, 책도 보다가..ㅋㅋㅋㅋㅋㅋ
친구랑 둘이 2023 연말정산 하기
주변을 둘러보니 카드게임도 가져오고, 보드게임도 가져와서 신나게 게임하더라.
드디어.......6분 남음......
7시간 기다린 자........즐기자......(두근두근)
이때 흥분해서 다 자리에서 일어남ㅎㅎ;;
펑..ㅠ-ㅠ 펑퍼러러러펑.!!!!!!!!!!!
7시간이 무색할 만큼 행복이 터졌다.
2023년 고생한 나. 너무 칭찬해. 잘 버텼어.
호주로 여행오기로 한 우리. 너무 칭찬해. 잘 선택했어.
2024년은 좀 더 행복하자.
'당연한 말'이 불꽃 앞에서 더 의미있게 느껴졌다.
3,2,1 Happy New Year!!!!!!!!!!
너네 나라 내 나라 할 것 없이 주변 사람과 소리지르며 새해가 다시 시작됐다는 걸 축하하는 것.
그것만으로 너무 감사한 인생을 살고 있었다.
(지금의 나..... 여행비 많이 쓴거....... 그래.. 모..감당하고 있지만)
이 호주여행은 30대 초반에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가서 더더더더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언제든 떠날 수 있도록, 또 열심히 살아봐야지. 그런 다짐을 하게 만든 하루
*불꽃놀이 끝나고 빨리 집에 갈 수 있도록 시티에 숙소 잡은 건 신의 한수였다. 편했음
한껏 신이 나서 미쳐버린 사람도 하나둘 봤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집에 돌아가는 길에 메인 거리를 같이 걸어줘서 치안은 괜찮았다.
숙소에 돌아와보니. 모야. ㅠ ㅠ
선물이 하나 더 놓여있었다. 토블론 초콜릿과 카드 한 장.
물론 직원분을 일하려고 썼겠지만,, 어제 호텔 체크인하자마자 몇 가지 문제가 있던 터라
이 카드보고 감동받은 F는 조금 용서가 되었다고 한다..
1년의 수고를 불꽃놀이로 위로받은 것 같은 마음.
또 새로운 한해를 잘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다짐.
그런 마음으로 행복하게 잠에 들었다..!
연말연초 여행은 무조건 옳다는 걸 깨달은 여행.
이제 기분 좋게 진짜 여행을 시작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