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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은넷 Jun 22. 2022

인터넷에 중독되는 이유, 기대감과 도파민

1. 책 <인스타브레인>에 따르면 현대 인류는 평균적으로 매일 2600번 가량 스마트폰을 터치한다고 한다. 또한 유아부터 성인까지 평균적으로 3시간 이상 스마트폰과 함께 한다고 한다. 컴퓨터와 태블릿 같은 다른 디지털기기를 포함하면 한 사람이 매일 디지털에서 보내는 시간은 더 길다.


2. 스마트폰과 컴퓨터, 태블릿에 중독 수준으로 사람들이 저렇게 시간을 많이 보내는 이유는 간단하다. '인터넷' 때문이다. 인터넷 세상 안에서 사람들은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심심하지 않게 된다. 네이버를 열면 나오는 온갖 자극적인 뉴스, 언제든 시간을 떼워주는 유튜브, 거기에 카카오톡은 소통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 아래서 얼마나 사람들의 지루한 시간을 달래주는가. 인류 역사 상 인터넷만큼 파격적인 발명품이 있었을까 싶다.


3. 책 <도파민형 인간>에 따르면, 우리들이 인터넷에 이렇게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이유는 '포털 사이트' / 'SNS 회사들'이 똑똑하게 도파민을 조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 페이스북은 수백명의 심리학자를 고용해 사람들의 무의식을 설계한걸로 유명하다. 이로 인해 청소년들이 우울증에 빠져 자살까지 하자 작년에 미국 의회에서 마크 주커버그를 불러 청문회를 연 사건은 유명하다. 그런데 과연 이게 페이스북만의 문제일까? 페이스북이 개발한 인간을 중독에 빠지게 하는 모든 기법들이 현재 유튜브, 카카오톡과 같은 다른 인터넷 서비스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4. 2018년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 자료에 따르면, 2008년보다 2018년에 사람들이 느끼는 불행함이 압도적으로 증가했다. 부, 기대 수명, 기술 모든 것이 10년만에 크게 발달했지만 오히려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감은 훨씬 줄어들었다. 1990년에 비해 2017년에 전 세계 우울증 환자 수는 2배가 증가했고, 특히나 컴퓨터가 많이 보급되고 스마트폰이 많이 보급된 선진국일수록 더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뿐만이 아닌 벨기에, 캐나다, 덴마크, 한국, 일본, 이탈리아 등 모든 선진국들에서 공통되어 나타난 수치였다.


5. 2008년하고 2018년의 차이점은 2018년에는 스마트폰이 새로 생겼고. 인스타그램이 새로 생겼으며. 라인이나 카카오톡과 같은 실시간 SNS가 새로 생겼다는 것을 들 수 있겠다. 2008년에는 스마트폰이 존재하지 않았기에 인터넷이라고 해봤자 컴퓨터 정도였다. 실시간 소통은 커녕 20원의 돈을 내고 문자로 소통을 해야하는 시기였다. 그러나 기술은 이 모든 불편을 다 해소시켜줬고. 역설적으로 이 편리함으로 인해 사람들은 인터넷에 중독이 되고. 우울증 환자가 2배가 더 많이 생겨났으며, 훨씬 더 불행함을 느낀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세계가 펼쳐지게 되었다.


6.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진걸까? 결국 인터넷 기업들이 도파민을 자신들의 비즈니스를 위해 똑똑하게 조종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도파민을 조종해 사람들이 빠지게 만들고. 자신들의 서비스를 쓰게 만든다. 그리고 도파민은 한번 이렇게 땡겨지면 부작용으로 고통 호르몬이 증가하는 현상을 보인다. 인터넷에 빠져 도파민을 쓸데 없이 소비할수록 고통과 불행을 담당하는 뇌의 회로 또한 도파민 사용의 찌꺼기로 켜지게 된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점점 더 불행해지는것이다.


7. 이 놀음에 놀아나지 않기 위해서는 인터넷 기업들의 수법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 전에 도파민이 정확하게 어떤 것인지를 살펴봐야 한다.


8. 흔히들 도파민을 '행복을 겪을 때 나오는 호르몬'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도파민은 '미래를 예측 할 때 나오는 호르몬'이다. 대표적인 실험 2개를 살펴보자.


첫번째는 세계적인 도파민 연구 권위자인 스위스 프리부르 대학교 볼프람 슐츠 교수의 실험이다.


그는 원숭이의 뇌에서 도파민 세포들이 모여 있는 곳에 전극을 심었다. 그리고 원숭이를 상자 안에 넣었다. 상자 안에는 전구 2개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랜덤으로 어쩔 때는 왼쪽, 어쩔 때는 오른쪽의 전구에 불빛이 들어왔다. 그리고 불빛이 들어 올 때마다 상자 안에 사료를 넣어줬다. 처음에는 도파민이 분비되는 시점이 불빛이 들어올 때가 아니라 사료가 들어왔을 때였다. 그런데 계속하다보니 원숭이가 규칙을 이해하게 되었고. 실제 먹을 것인 사료가 들어오지 않고 불빛만 켜졌음에도 도파민이 왕창 분비되기 시작했다. 이 실험을 통해 도파민 활성은 쾌락을 느낄 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어떤 가능성과 기대를 겪을 때 나오는 호르몬이라는 점이 밝혀졌다. 특히나 그것이 예측 불가능 할 때 더 많은 호르몬이 분비됐다. 예를 들어, 30초마다 주기적으로 불빛이 나오면 1이라는 도파민이 분비됐지만 10초, 1분, 3분 이런 식으로 랜덤으로 불규칙하게 불빛이 나오니깐 2~3 수준의 훨씬 더 높은 도파민 호르몬이 분비됐다.


두 번째는 다음 논문이다.


도파민이 실제 먹이를 먹을 때 나오는 '현재지향적 호르몬'이 아니라, 미래의 좋은 결과를 기대 할 때 나오는 '기대감 호르몬'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쥐를 가지고 실험을 했다. 과학자들은 쥐의 모든 도파민 뉴런 하나하나에 전극을 심었다. 그런 다음 우리에 넣었다. 사료를 넣어주자 바로 도파민 반응이 일어났다. 그런데 막상 쥐가 다가가 사료를 넣으니 도파민 반응이 꺼지기 시작했다. 맛있게 먹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도파민은 꺼지고 현재의 행복을 관장하는 다른 기분 좋은 호르몬들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도파민은 오로지 처음 사료를 봤을 때 그곳에 다가가는 기대감 상황에서만 발동이 되었다.


이 실험을 더 보완하기 위해 이번에는 도파민 호르몬이 나오지 않도록 유전자 조작된 쥐를 넣었다. 그랬더니 이 쥐는 사료가 던져졌음에도 도파민 활성화가 되지 않았으며 심지어 먹으러 가지도 않았다. 그냥 쫄쫄 굶어서 죽었다. 연구자가 억지로 사료를 입안에 넣자 도파민이 분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재지향적인 행복 호르몬이 활성화 되며 맛있게 사료는 또 먹었다. 단지, 사료가 들어와도 그 사료를 먹어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전혀되지 않게 되었을 뿐이었다. 이로써 도파민은 어떤 일에 동기부여를 시켜주는 기대감 호르몬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9. 이 실험 결과는 왜 인간이 쇼핑 중독에 빠지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어떤 물건을 주문하고, 택배 상자를 뜯기 전까지. 혹은 어떤 자동차를 구매하고 그 자동차를 받기 전까지. 딱 그 순간 전까지만 기분이 좋다. 택배를 뜯고 제품을 사용하는 순간 그 흥분은 사라진다. 드문 확률로 물건이 정말로 마음에 들면 도파민이 아닌 현재지향적 호르몬이 활성화되면서 다른 기분 좋음이 생기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그래서 쇼핑 중독에 빠진 사람들은 이 직전까지의 설레임을 무한정 즐기기 위해 계속해서 물건을 사는 것이다. 막상 받아보면 실망감을 느낄지라도. 그 전까지의 도파민이 주는 설레임과 흥분이 좋으니깐.


마찬가지로 도파민이 강한 남자나 여자도 똑같다. 이들은 이성을 만날 때 설레임과 쉽게 느낀다. 금사빠다. 하지만 도파민만 강하고 현재지향적 호르몬이 강하지 않을 경우 쉽게 상대방에게 질려버린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로 도파민이 강한 인간들이 많은 할리우드와 연예계의 이혼율이 일반 가정의 2.4배가 넘는다는 결과가 있다. 평생 함께하는 동반자적 사랑은 상호 간에 도파민 분비가 아닌 현재지향적 호르몬을 활성화시켜야만 지속가능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질환인 성인 ADHD 또한 도파민의 불균형 분비로 발생하는 문제다. 이것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메틸페니데이트라는 약을 복용해야 하는데 이게 강제로 도파민 농도를 균일화해줘 집중력을 높여주는 약이다. 도파민이 부족하면 왜 문제가 생기는지 그동안 몰랐는데 연구 결과를 접하면서 '미래 예측'과 '기대감'에 대한 부분이 떨어지기 때문에 남들처럼 동기부여도 안되고 집중이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예를 들어, 평범한 사람은 하나의 일을 접해도 그 일에 기대감을 가지며 끈기 있게 쭉 그 일을 해 나가는 반면, 성인 ADHD들은 단기적으로만 큰 기대감을 갖고 금방 그 기대감이 사라지게 된다. 그래서 끈기 있게 쭉 하나의 일만 해나가기 어려워지게 된다. 약은 강제로 이 기대감 수치를 무의식에서 맞춰준다. 정확하게는 성인 ADHD들은 도파민 총량이 부족하다기보다는 일반인들은 어떤 일에 100의 도파민 용량을 10씩 10씩 나눠서 천천히 기대감을 갖고 사용하는 반면. 이 질환자들은 처음부터 한방에 90. 남은건 10 이런 식이라 쉽게 질려버리고 잘 안됐을 경우 크게 실망한다는 것에 문제의 포인트가 있다. 메틸페니데이트는 이 도파민이 천천히 나오게 함으로써 큰 기대감으로 실망하거나 질리지 않도록 약물로 조절을 해주는 것이다.


10. 기대감을 갖고 활성화 된 도파민이 실망을 하게 되면 뇌는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런 현상을 도파민 보상 예측 오류라고 부르는데, 여러 논문에 따르면 실제 도파민이 '보상이 있을거야' 라고 예측을 해서 갔는데 별거 없고 실망만 할 경우. 이 실망감이 독이 되어 무의식에서 고통 호르몬이 분비된다고 한다. 때문에 더욱 큰 자극을 추구하게 되고. 더욱 큰 보상 예측을 원하게 된다. 실제 담배나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의 뇌를 분석해보면. 처음에는 1이라는 자극만 와도 보상이 잘됐던 것이 나중에는 내성이 생겨 이것이 오지 않자 사람이 우울해지고 고통에 빠지게 되면서 2,3의 자극을 추구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다보면 고통과 우울증, 무기력함이 증가하게 된다.


11. 다시 처음의 인터넷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현대 인터넷 기업들이 사람들을 중독시키는 프로세스는 정확하게 '도파민의 미래 예측 보상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책 <인스타 브레인>의 86페이지 구절을 살펴보자.


"SNS 개발자는 보상 시스템을 자세히 연구해 뇌가 불확실한 결과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얼마나 자주 보상을 해줘야 하는지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이들은 우리가 끊임없이 휴대전화를 집어드는 놀라운 순간을 만들기 위해 이러한 지식을 활용한다. "어쩌면 '좋아요'를 하나 더 받았을지도 몰라. 한 번 봐야겠어"는 "포커 한 판만 더! 이번엔 내가 딸 수도 있어!"와 똑같은 메커니즘이다. <인스타 브레인, 86P>


12. 우리들이 카톡을 켤 때를 생각해보자. 사실 막상 카톡을 하다보면 '쓰잘데기 없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가끔 가뭄에 콩 나듯이. 1%의 확률로 진짜 중요한 이야기나 정보를 말할 때가 있다. 바로 이 순간. 이 불확실성 때문에 뇌는 도파민에 빠져 허우적대고 미쳐버린다. "카톡을 빨리 켜야해. 엄청 긴급한 이야기가 있을 수 있어" , "카톡을 켜야 해. 중요한 사람에게 톡이 와있을 수가 있어."


원숭이 실험에서 불빛만 보고도 원숭이가 미쳐서 환장해버린 것처럼. 인간은 카톡에 들어가면 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 불확실성과 미래 예측 보상에 미쳐버리는 것이다. 실제 가끔 등장하는 중요한 정보는 이 보상 시스템을 강화시킨다. 마찬가지로 인스타그램이나 네이버 뉴스조차 이런 불확실성과 가끔 가뭄에 콩나듯이 중요한 뉴스나 연락이 나왔을 때의 보상을 위해 계속 도파민 활성화가 된다. 그리고 그에 따른 반작용으로 시소처럼 고통을 관장하는 호르몬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 계속 분비가 되기 시작한다. 이것이 2008년에 비해 2018년에 사람들이 불행한 이유다.


즉, 이 내용을 짧게 정리하면 이렇다.


"뇌는 미래를 기대하는 것 자체를 좋아한다. 쇼핑처럼 기대만으로도 도파민이 분비된다."


"이 도파민을 더 잘 분비시키기 위해서는 드물게 1%의 확률의 보상이 오는 불확실성을 가미하면 된다. 가끔씩만 보상이 있음에도 사람들은 파블로프의 개마냥 계속 카톡을 켜고 인스타를 켠다. 정말 드물게 가끔 보이는 그 중요한 정보 하나가 슬롯머신처럼 예측불가능한 보상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 기대로 도파민 호르몬이 계속 활성화 된다.


13. 도파민은 '보상 물질'이 아니다. '동기부여를 위한 물질'이다. 이 정보를 알고 이 시스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카톡과 인스타그램이 만든 불확실성의 설계에 놀아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즉 애초에 기대를 하지 말고, 중요한 정보가 있을 확률은 극히 낮으니 그거 놓쳐도 아무 상관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14. 거꾸로 이 현상을 잘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도파민은 기대감을 가질 때 발휘되고 동기부여를 시켜주는 호르몬이다. 이를 생각하며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어떤 일 (EX. 공부 / 일 등)에 의도적 기대감을 가지는 노력을 하는 것이 좋겠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너무 심하게 기대했다가 실제로 현실을 겪어보니 실망하면, 도파민의 반작용으로 고통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어 다시는 그 일을 하기 싫어진다는 것에 있다. 기대감에 대한 예측 수준을 낮게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망을 함으로써 오히려 다음에는 도파민이 분비되지 않는 문제를 겪을 바에는 적절한 수준의 기대감을 가지는 지혜가 필요하겠다.


3줄 요약


1. 도파민은 현재 내가 겪고 있는 쾌락으로 인해 나오는 현재 지향적 쾌락 물질이 아니다. 오히려 미래를 예측할 때 나오는 기대감에 의한 미래 지향적 쾌락 물질이다.


2. 네이버 뉴스, 인스타그램, 유튜브, 카카오톡은 도파민의 이 속성을 이용해 당신에게 '너가 확인 안 한 것 중에 중요한 뭐가 있을 수도 있어'라는 기대감을 불러 일으킨다. 예를 들어, 유튜브에서 어떤 영상을 클릭 할 때 혹은 넷플릭스에서 어떤 영화를 볼 때, 혹은 인터넷에서 어떤 전자책을 읽을 때. '이걸 보면 재밌을거야 / 이걸 보면 나에게 도움이 될거야'와 같은 기대감에 의해 그 행동을 하게 만든다. 결국 우리들이 인터넷 상에서 하는 모든 행동은 '기대감' 때문이다. 이 기대감을 갖는 순간 도파민이 분비되니 말이다.


3. 만약에 기대감을 가졌는데 막상 그걸 보니깐 실망을 하면 내성이 생겨 더 큰 자극을 찾게 된다. 그리고 도파민 회로는 고통 회로와 연결되어 있어 무의식적으로 우울증, 좌절감, 무기력함을 유발하는 호르몬이 반작용처럼 쌓여버린다. 때문에 이 기대감을 잘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거꾸로 내가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일에는 기대감이 주는 도파민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원문 링크 : https://m.blog.naver.com/no5100/222779005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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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blog.naver.com/no5100/2227797233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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