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과학이 이미 확실하게 밝혀낸 사실이 있다.
2. 인간은 100% 동물이라는 것. 인간은 동물 그 자체다. 800만년 전 ~ 500만년 전 유인원 조상에서 사람 동물과 침팬지가 분리되었다. 형제가 둘 있었는데 하나는 커서 사람이 됐고 다른 하나는 커서 침팬지가 됐다. 실제 이 두 동물의 유전자는 98.4% 일치한다. 생물학자들은 분자시계와 방사선동위원소라는 과학적 기법으로 이것을 밝혀냈다.
3. 이렇듯 인간은 동물인게 100% 사실이니 이 점을 상기해보자.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10만년 전, 호모 사피엔스 족은 멸망 직전까지 갔었다고 한다. 일단 인간이라는게 약해빠졌다. 이 동물은 처음엔 아프리카 대륙에 살았는데 사자와 1:1로 맞다이를 까면 걍 죽었다. 치타보다 빠른 것도 아니고, 코끼리처럼 덩치가 큰 것도 아니었다. 몸에 털이 없어서 추위에도 약했고 몸이 이구아나마냥 단단하지도 않았다.
4. 한 마디로 동물의 세계에서 거의 버그 수준의 허접 캐릭터였던거다. 이 허접 캐릭터에 당첨돼 동물의 왕국을 플레이해나간 현 인류의 조상들은 별의 별 고생을 다하다가 멸종 위기까지 처했다. 그런데 기적처럼 돌연변이 DNA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 돌연변이 DNA들은 연대를 잘하는 특징을 지녔다.
5. 인간이 혼자 맞다이까면 사자 못 이긴다. 그런데 사자는 무리로 연합해봐야 10마리 안팎이다. 하지만 인간 동물 종에 나타난 이 돌연변이 진화 DNA는 연합력이 무지 쎄도록 만들어주었다. 100명은 물론이고, 1000명, 1만명씩 파티 맺고 연합 플레이가 가능했다.
6. 이 연합력 능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허접이었던 인간 동물은 환골탈태해서 다른 동물들을 이기기 시작했고. 이런 경험이 쌓이다보니 계속해서 연합력 능력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진화가 일어나게 됐다. 실제로 인간의 뇌를 fMRI로 분석해보면, 많은 부위가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 할 때 사용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인간의 뇌가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진화한 것은 연합력 스킬을 찍기 위해 뇌라는 도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7. 그런데 뇌가 진화를 하다보니 연합력 뿐만 아니라 짝짓기에 있어서도 다른 행태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미 학계에서는 우리가 현대 문명을 이룬 이유가 인간의 짝짓기 행위 때문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예를 들어, 공작새는 날개를 활짝 펼쳐 이성에게 구애를 하는데 인간은 자신의 고등 사고를 활짝 펼쳐 이성에게 구애를 하는 방향으로 진화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언어의 발명, 도구의 발명을 만든 고등 사고는 사실 이성에게 잘 보이기 위한 짝짓기 행동 때문에 탄생했다. (이 과학적 사실이 쉽게 쓰인 책은 <행복의 기원>이 있음. 또한, <메이팅 마인드>라는 책은 아예 이 사실 하나만 주구장창 파고드는 책임.)
8. 골 때리는건 이렇게 연합력 + 고등사고에 의한 짝짓기 진화가 황당하게도 현재와 같은 현대 문명을 탄생시켜버렸다는 것이다. 인간은 동물인데 너무 진화가 잘되서 스스로가 동물이라는 점조차 잊어버리는 황당한 상황이 도래했다.
9. 나 또한 위 모든 과학적 사실을 알고 있으나 인간 동물의 한 개체로서 내가 동물이라는 점을 인정하기는 쉽지가 않다. 왜냐면 내 뇌의 고등 사고가 “아니 멍청한 침팬지랑 내가 형제라고?”하며 감정적으로 이것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의 발전을 위해 이 사실을 어느 정도는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 바로 ‘원시 인류 바이러스’ 때문이다.
10. 위에 열거 된 진화는 몇백만 년에 걸쳐 일어난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문명을 이룬 것은 겨우 4000년 안팎이다. 더군다나 지금처럼 돈만 있으면 칼로리를 무제한으로 섭취 할 수 있고, 법의 보호 아래 살인과 폭행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은 겨우 100년 안팎이다. 인류의 진화에 있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는 굉장히 특이하다. 시간으로 비유하자면 인류는 23시간 59분 동안 원시인으로 살았고 단 1분만 문명인으로 살고 있는 꼴이다.
11. 그런데 문제는 이거다. 우리들이 겪는 많은 고민들은 사실 우리의 본능과 DNA가 여전히 원시인이라는 점에서 비롯된다는 것. 즉 지식과 환경은 현대인인데 반해, 몸과 본능은 여전히 원시인 시절의 습성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때문에 현대사회와 맞지 않는 엄청난 문제들이 벌어진다.
12. 예를 들어, 몸무게 100KG가 넘어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눈 앞에 맛있는 케이크가 있다. 문명화된 정신으로 생각하면, 저걸 먹었을 경우 [심혈관 질환 증가, 비만으로 인한 성인병 증가, 돌연사 위험 증가 등] 먹으면 안되고. 어떻게든 참아야 한다는 것을 지식적으로 안다. 하지만 본능을 이기지 못하고 바로 손을 뻗어 케이크를 먹는다. 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몸인 원시인류 시대에는 저런 성인병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으니깐. 오히려 그 때는 안 먹으면 기아로 아사하던 시절이었다. 기원전 100만년 전부터 불과 최근까지 인간은 냉장고도 없고 음식도 풍부하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먹어두지 않으면 다음에 음식을 못 먹을 확률이 컸다. 때문에 몸이 어떻게든 먹이려고 그 본성과 습성을 DNA에 자동화 시켜서 기록해둔거다. 안 먹으면 죽으니깐. 그런데 오히려 현대사회에 오니깐 이 자동화 프로그램으로 인해 먹으면 사람이 죽는 아이러니하고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이 자동화 프로그램이 버그이자 오류. 바이러스 수준으로 변한 것이다.
13. 이는 음식 문제 뿐만이 아니라 대인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작용한다. 연합력 스킬 찍어서 성공한 인간 동물에게 있어 원시인 시절만 해도 소외된다는 것을 곧 죽음을 의미했다. 집단에서 쫓겨나서 혼자 나가는 순간 맹수한테 잡아먹힌다. 혹은 말 실수 잘못해서 누구한테 밉보이면 뗀석기 돌도끼로 머리 찍혀 죽었다. 실제 과학자들이 발견한 인간종의 화석들을 살펴보면 높은 확률로 두개골에 깨진 자국이 있다. 같은 인간들에 의해 살해당한 사람들의 화석인 것이다.
때문에 우리들은 모두 남 평판에 극도로 민감하고, 남이 나 욕하면 죽을 듯이 괴롭고, 눈치보고, 남한테 감정이 휘둘리고 등. 이런 본성이 남게된거다. 몸과 본능은 원시인이니깐. 원시인 시절에 남 눈치 안 보고 깝죽거렸다가는 돌도끼 맞고 죽었으니깐. DNA가 목숨을 살리기 위해 자동화 된 프로그램으로 내장시켜둔거다. 그런데 문제는 현대 사회에선 과도하게 남 눈치를 보다가는 오히려 인생이 고달파진다는 점에 있다. 남이 나 욕하던 말던, 신경쓰지 않아야 멘탈도 지키고 성공하는 시대인데 원시인류 바이러스에 사로잡혀 이렇게 하지 못하고 있는거다. 예를 들어, 김어준이나 강용석 같은 욕 오질나게 먹는데도 관종 + 어그로 끌면서 성공하는 사람들. 돌도끼에 맞아 죽는가? 맞아죽기는 커녕 수백억대 부자다. 자기들만의 팬들도 많고 유명세로 인해 사업 기회도 많다.
음식도 어느정도는 먹어야 한다. 남 눈치도 어느정도는 봐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어느정도의 수준을 한참 지나쳐 폭식을 하고 남 눈치보느라 정작 자기 인생을 못사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원시인류 바이러스에 사로잡혀 살고 있다고 보면 된다.
오래 전의 인류에게는 유용한 자동화 프로그램이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사람을 망치는 원시인류의 본성들. 먹고 싶은 것을 못 참을 때마다 혹는 남이 나를 소외시키는 것 같아 두려울 때마다 “아 또 원시인류 바이러스 발동했네”라고 생각하자. 당신이 겪는 그 문제는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실제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원시인류 바이러스가 착각하게 만드는거지. 요즘 시대에 음식이나 디저트 안 먹는다고 죽는 경우 없고. 남들한테 욕 먹는다고 뗀석기 어택 당하는 일 없다. 먹고 싶은 욕망과 남 시선에 대한 과도한 눈치는 모두 원시인류 바이러스가 만들어낸 버그일 뿐이다. 뇌에 백신을 설치하자.